좋아하는 과자 - 해태제과편

나는 무엇이든지 이름을 머리 속에 오래 담아두지 못한다. 기억이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억 자체도 불분명하다. 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면 기억을 하기 보다는 메모에 의존하는 성향 때문이다. 공부나 연구가 아니면 나는 굳이 기억을 하려하지 않고 메모를 하고선 기억을 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기억을 못하는 것은 음식류이다. 음식을 구분해내는 시력도(사실 시력보다는 구분 해내는 두뇌 영역이 부족한 게 아닐까 싶다) 부족한데 이름까지 못외우기 때문에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은 대단한 두뇌 통증을 야기한다. 특히 외국계 커피샵이나 패스트 푸드점의 메뉴는 내가 그런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 마음을 들지 않기에 대단히 충분하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나는 내가 좋아서 먹는 것보다는 단지 이름을 알기에 먹는 것들도 제법 있다. 예를 들면 롯데리아의 불갈비 버거를 좋아하지 않지만 불갈비 버거를 제외한 음식들은 전부 동일한 햄버거로 인식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불갈비 버거만을 먹는다. 베스킨라빈스는 나 홀로 절대 접근도 하지 않는다.

과자나 빙과류는 조금 다르다. 난 이들의 이름을 잘 기억한다. 그래서 헤매지 않고 잘 골라 먹는 편이다. 그런 과자들이 여럿 있지만 좋아하는 과자 순위의 상위에 자리 잡고 있는 해태제과의 과자들을 우선 얘기해보려 한다.

우선 왼쪽에 있는 애는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 과자라서 즐거운 파티를 열 수 있는 맛동산이다. 광고 노래도 대단히 흥겹다.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과자
맛이 좋아 맛동산 해테 맛동산

대단히 아름답다. 이 과자는 따뜻한 온돌에 30분 정도 방치하면 끈적 끈적 물엿같은 액체들이 살짝 녹아서 과자가 약간 눅눅해지는데, 그때의 맛이 또 별미다. 가끔은 땅콩만 떼어먹고 더이상 매력이 없어진 과자 덩어리는 개들에게 주곤 하는데, 개들도 좋고 나도 좋다.

오른쪽의 녀석은 작년부터 먹기 시작한 미사랑이다. 쿠쿠다스를 연상케하는 과자인데, 좀 더 두툼하다. 다른 과자보다 좀 더 비싼 편이다. 이 녀석은 꽤 오묘한 맛을 내고 있다. 쌀 과자 특유의 달작지근한 맛이 중독성이 제법 있다. 오렌지 쥬스인 선업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질린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한참 이 녀석의 매력에 빠져서 정신 못차리고 허우적 거릴 때 너무 많이 먹었었는데, 그때 좀 질린 감이 있었다. 게다가 2003년도부터는 맛이 예전보다 자극적이 되었다. 자극적이라고 해서 맛동산 정도는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자극적이다.

마지막으로 얘기할 과자는 자연애이다. 이 녀석은 맥주나 우유와 잘 어울리는 과자이다. 에이스 크래커와 비슷한 계보를 잇고 있는데, 도톰하고 속이 꽉 차 있다. 속이 꽉 찼다는 것이 무슨 말인고~~하면 에이스는 응집력이 나태하기 때문에 쪼개면 잘게 부숴진다. 그에 비해 자연애는 응집력이 좋기에 쪼개어도 비교적 깔끔하게 쪼개어진다. 그리고 하나를 입에 넣어서 우물 거려도 에이스 크래커보다 입안의 포만감이 가히 즐겁다.
얘는 미사랑보다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맛이라 요즘도 좋아한다.
가끔 동생이 생각 없이 자연애를 개들 훈련시키는 용도로 사용할 때면 관자놀이의 핏줄이 움찍하곤 한다. 훈련은 새우깡으로 하란 말이다! 버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