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족들의 필수 요소

출처 : 마린블루스

얼마 전에 애인이랑 마포구에 있는 선유도 공원에 다녀왔다. 그럭 저럭 넓기는 한데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그러다 쉴 수 있는 곳을 발견하여 그곳에서 해가 뉘엿 뉘엿해질 때까지 쉬기로 했다.

햇볕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앉아있던 자리에는 머리 위로 낙엽 조형물이 벽에 매달려있었다. 녹슨 철로 낙엽들을 만들었는데 거리를 두고 보면 그럭 저럭 낙엽처럼 보이는 그런 것이었다. 이쁘거나 아름답거나 화려하진 않았지만 아무데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눈여겨 볼만은 했다.

선유도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디지털 카메라를 가진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그들 상당 수는 한결같이 무례했다. 우리가 앉아있는 의자 위에 걸려있는 낙엽 조형물을 찍기 위해 너무나 당연하게 카메라를 우리쪽으로 들어댔다. 그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우리를 찍기 위함은 아니겠지만 조용히 책을 읽으며 일요일 휴식을 즐기고 있는 우리는 카메라 인기척을 느낄 때마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닌가.

출사를 나온 단체는 가관이었다. 아예 특정 공간에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통에 공원을 산책하려는 사람들은 공간을 빼앗긴채 불편을 겪고 있었다. 디카 나고 사람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서로가 배려해줘야 한다. 누군가 사진을 찍으려한다면 그 사람이 사진을 찍는 잠깐의 시간은 방해하지 말고 좋은 사진 찍도록 도와줘야할 것이다. 사진 찍는 이들은 다른 사람의 휴식을 방해하지 말고 조심히 사진을 찍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선유도 공원의 그 많은 디카족들은 흡사 파파라치같았다. 다른 사람이 있건 말건 일단 카메라부터 들어대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당당함이 느껴졌다. 사진 찍히기 싫으면 알아서 피하라는 식의 안하무인 행동에 기분이 많이 상하였다.

디카. 기능이나 성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찍는 사람의 마음과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덧쓰기 : 카메라가 아닌 디카에만 이렇게 편향적인 비판을 하는 이유?필름 카메라 가진 사람 중에서 그런 무례를 범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하였달까? 역시 문제는 디카 들고 다니며 닥치는 대로 사진을 찍어대는 젊은이였다. 그만큼 필카보다 사진 찍는 것이 부담 없어서일까? 이런 무례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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