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코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 다빈치 코드. 대체 어떤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지길래 저렇게 열광을 할까 고민을 했었다. 그래도 추석 연휴에 부담 없이 읽을까, 그리고 독후감 써서 얻은 적립금으로 받은 것도 있어 지난 9월에 이 책을 주문했다.

지금은 SBS에서 다빈치 코드라는 이름을 따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방영하고 있고 다빈치 코드 여행 상품이 나오는 상황에 이르렀나니, 다빈치 코드의 열풍은 정말 범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이 책이 이런 선풍적인 호응을 이끌어낼만한 그릇이 될까? 나는 이 책을 읽느니 그 시간에 낮잠을 자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단언한다.

다빈치 코드는 소설이다. 당연 허구적이다. 아주 조금의 사실을 이리 저리 요리하여 그럴듯한 허구를 풀어제꼈다. 그것이 소설의 맛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런 소설의 맛은 허구를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다빈치 코드의 표현의 맛은 어떤 맛일까?

이 소설은 베르베르의 뇌와 유사하다. 영화 한 편을 그대로 풀어쓴 수준이라는 말이다. 영화 시나리오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소설 속 인물의 동작 표현과 장소 표현이 더 세밀하다는 점이다. 이 책의 문학적 문장의 음미나 숨 막히는 인물간의 갈등, 심리 싸움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니, 이것도 과찬이다. 액션 영화를 한 편 본 뒤 영화 시나리오를 구해서 읽을 때보다 더 재미 없고 지루하다. 적어도 영화를 본 뒤 시나리오를 읽으면 장면을 주관적으로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테니.

결말이라도 깔끔했다면 이런 혹평을 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깔끔한 결말이었더라면 나는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며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이 책의 나름의 용도를 정의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자 주연과 조연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아, 그거 네가 한 짓이었니? 왜 그랬어~", "응 미안해. 사실 너의 주먹코가 너무 부러웠어. 으억. 나 죽을 타이밍이다. 그럼 안녕 주인공~" 라고 무릎 맞대고 대화하며 일이 마무리되는 구성은 나를 비명 지르게 만들었다. 이런 구성은 베르베르의 뇌에서 겪은 것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내가 읽은 최악의 소설은 다빈치 코드이다. 내가 이토록 독서를 후회해본 것도 오랜만이라 생각된다. 내가 이 책을 구매하여 읽은 것에 대해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책을 구매하여 얼어 붙은 도서 출판 시장에 작은 역할을 했다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