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기에 좋은 규격

artfrige님의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 그의 주장은 개인의 취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UI 디자인에 있어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글 읽기에 좋은 이론들은 개인 취향들의 보편적인 성격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일뿐, 일반화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색에 의한 가독성은 사람마다 민감한 색이 다르며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니터가 제각각이고 모니터마다 뿜어내는 색 마저도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색만으로 가독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힘들다.

모니터에서의 가독성은 글자와 바탕색간의 차이는 물론, 글자 크기, 글꼴, 시선(focus) 유도 방향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또한 글 쓰는 이의 문단 구성 방식도 아주 중요하다.

미안하지만 artfrige님의 블로그를 예를 들어보자. 그의(혹은 그녀의) 블로그는 아주 적은 수의 색만을 사용한다. 그의 블로그에 방문했을 때 눈을 통해 접수되는 색의 정보량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눈과 뇌의 피곤함을 최소화한다.

한 화면에 출력되는 정보량도 꽤 적다. 대문, 주변 글(앞/뒤 글), 날짜, 제목, 본문. 이 정도면 글을 읽기에 적절한 구성이다.

하지만 그의 블로그 역시 불편한 점이 존재한다. 우선 그의 블로그는 글과 글 외의 영역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그의 블로그는 대문과 그 외의 부분으로 색을 통해 구분되는데, 이 경우 그의 블로그에 방문한 사람의 시선(focus)는 자연히 대문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시선은 방황하게 되는데 이는 글의 바탕색과 공백(blank) 영역이 동일한 흰색이기 때문이다.

그의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블로그는 글보다 대문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만일 글이 좀 더 부각되어야 하고, 블로그의 주체가 대문이 아닌 글이라면 글과 공백 영역을 구분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artfrige님께서 언급하신 배려가 부족한 디자인의 블로그를 생각하면 단번에 Likejazz님의 블로그가 생각난다. 그의 블로그는 검정 바탕에 회색 글자색을 따르고 있는데 가독성의 불편함을 느낀 점은 없다. 문단의 크기(width, height)가 적절히 작아서 시선(focus)이 시점(view-point)을 잃는 일이 거의 없는데다 글도 짤막 짤막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색상 측면에서 배려가 부족할지라도 운영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단적인 예다.

디자인은 남에게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라는 그의 말과 그 방법 중 하나인 글자색과 바탕색에 관한 의견은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디자인은 개인 취향이 크며, 설혹 개인 취향을 차치하더라도 운영하기에 따라 효율성은 달라진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걸로 보이는 그가 차라리 "검정색을 배경으로 쓰는 블로거들에게 고함"가 아닌 "가독성을 높이는 디자인 방법들"을 소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훌륭한 의사 전달은 디자인이 최악이라 할 지라도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고, 아무리 배려가 훌륭한 디자인일지라도 의사 전달에 불편함을 야기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배놔라 감놔라 할 권리는 없다. : 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