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한 프로그래머

행이다. 5월 10일자로 발표된 태터툴즈 0.92판으로 내 블로그를 판올림(Version-up)하니 덧글이 잘 달린다. 0.91판에서 징하게 내 속을 썩이던 문제가 해결되어 내가 크나큰 시름이 줄었다.

가 "블로그한 날"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시간이 제법 흘렀다. 소스만 중편 소설 하나 분량이 된 소스를 바라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것도 결국은 내 개발 욕심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공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리를 통해 공개를 해본다. 사실 나는 블로그 도구(Blog tool)를 만들고 있지 않았다. 예전에 개발을 하려다 실패한 무언가를 다시 만들고 있었다. 물론 그 무언가에 블로그가 포함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해 블로그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게시판도 아닌, 매우 묘한 무엇. 나는 뜬 구름을 향해 손을 내젖던 것은 아닐까.

력 있는 프로그래머라면 어떤 형태로건 기획을 최대한 빨리 표현(out-put)해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기획은 좀 더 제대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프로그래머의 관점이 아닌 기획자로서의(내 본직) 관점의 생각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을 만드느라 동료들을 기다리게 하는 이보다, 당장은 엉망일지라도 일단은 Out-put 을 표현하면 동료들은 토론이 가능하며 다양한 발상(idea)의 도출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발매된 제품과 알파판, 베타판과의 모습은 천지 차이이다. 큰 흐름은 유사하지만 외형은 도저히 같은 게임이라 볼 수 없는 것이다. 비록 프로그래머들은 피곤했을테지만 현재 스타크래프트는 최고의 게임이라 해도 무방할만큼 기획, 그래픽, 프로그래밍, 음악 모두 뛰어난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러한 관점에서 나는 무능력한 프로그래머를 지향하며 동시에 지양한다. 프로그래밍은 나에게 (즐기기 위한) 취미 활동 중 하나일 뿐이다. 내가 즐기는 프로그래밍은 이용자의 입장에서 유익한 프로그램이 아닌, 개발자가 즐겁고 재밌어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로그한 날을 개발하던 초기에는 단순히 블로그를 만들려했었다. 그러다 욕심이 들었다. 예전에 실패했던 그것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꼬물 꼬물 올라왔다. 꼬물 꼬물 꼬물 꼬물 꼬물 꼬물 올챙이가 뒷다리가 쑤욱 나와 개구리가 되어 펄쩍 뛰어오른 것처럼 튀어올라왔다. 그래서 다시 그 무언가를 만들게 이르렀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개발 소스를 전부 뒤집어 엎기로 결정하였다. 만세.

시라도 "블로그한 날"을 사용하기 위해 기다리던 분들이 있다면 정말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고 싶다. 나는 이놈의 개발을 중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려 한다. 내가 다시 만들려는 것은 블로그가 아니다. 물론 블로그가 포함되어 있지만, 그 자체는 블로그가 아니다. 단순히 한날이 만든 블로그 도구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명백히 배신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이들에게 사과를 한다.

는 내 관점에서 봤을 때 무능력한 프로그래머이다. 그러고 싶다. 그런 내 욕심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다. "블로그한 날"을 기대했던 이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잠시 그것을 잊자. 잊고 기다린다면 언젠가는 내가 진정 만들려했던 그것을 뼛 속 깊이 느낄 전율의 날이 올 것이다. :) (아님 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