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바이올렛

(사진 출처 : Aladin)

회사 동료의 집에 놀러갔을 때 책장에 꽂혀있던 신경숙의 바이올렛이 눈에 들어왔다. 볼까? 하지만 책은 지나치게 깨끗했고 혹여나 주인도 아직 개시하지 않은 책일까 싶은 소심함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조금은 바랜 느낌의 바이올렛이 우리 집 책장에도 꽂혀있음을 발견한 것은 며칠 후였다.

참 예쁘다고 중얼거렸다. 우울하면서도 예쁜 문체. 여성 작가와 남성 작가의 문체 차이를 구분할 정도의 안목도 없던 내가 처음으로 여성 작가의 문체는 이럴까? 싶은 의문을 품게 된 것은 바이올렛을 읽은 지 1시간 후였다. 거만체 혹은 강좌체의 글투를 가진 나로서는 흉내조차 낼 엄두나 꿈도 소록 소록 피어오르지 못했다.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 오산이. 산이, 그녀는 참 예쁜 아가씨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사람들, 오산이를 만난 사람들은 우울하고 칙칙하다고들 한다. 무엇때문에. 바이올렛 색의 슬픔을 느꼈고, 그 슬픔의 다음에는 너무나 작고 예쁘고 투명한 산이 그녀가 마음 속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더이상 슬프지 않았다. 우울하지도 않았다.

무엇이 슬프냐고.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것, 그녀와 좋은 음악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하지 못한 것, 그녀와 웃음짓지 못한 것. 내가 소설 속의 인물로 등장하지 못한 그 점이 슬펐을 뿐이다.

봄날, 바이올렛을 옮겨심는 그녀의 모습을 연상하며 나는 바이올렛에 취했었다. 자, 이제 계절이 바뀌었으니 신경숙의 다른 작품을 읽을까나. 이번엔 「 깊은 슬픔 」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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