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배우는 경영학

나는 고등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에 진출하였다. 대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의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수능 시험조차 보지 않았다. (나는 수능 세대이다) 수능 시험날, 집에서 배 깔고 뒹굴거리면서 묘한 쾌감과 근원을 알 수 없는 우쭐함을 만끽했던 기억이 난다.

사회 진출하고 나는 2001년도에 비로서 경영학과 01학번으로 대학에 입학을 하였다. 대학 공부에 나는 어려움을 겪었는데 머리가 굳거나 경영학 공부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교재의 문장 구성이 명사는 한자, 조사 정도만 한글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에 학교를 휴학하고 다시 사회 생활에 집중하면서 잠시 경영학에서 눈과 손을 떼었다. 그렇지만 경영학에 대한 갈망(거창하군)에 나는 관련 서적들을 종종 샀었다. 분야도 다양했다. 인사, 마케팅, 홍보, 심리학, 기획(사업 기획) 등등. 그러나 나는 각 책들의 이론들을 소화시킬 기본이 부족했고 각 분야의 책들은 조각 지식이 되어 서로 융화되지 못한채 말만 겉도는 밥맛 없는 기획자로 살아야 했다.

내가 그렇게 밥맛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렇게 글로 쓸 수 있는 것은 한 권의 책때문이다. 곽해선의 쉽게 배우는 경영학이라는 얇디 얇은 휴대용 책이다. 나는 '한 방에~~', '쉽게 배우는~', '읽기만 해도 정통(master)하는~' 따위의 수식어가 책 제목으로 사용되는 책을 상당히 싫어하지만, 이 책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휴대용 책답게 내용도 간략 명료하게 다루고 있어 경영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무엇 무엇에 파고들어야 하는지 큰 지도를 훑게 해주는데 아주 유용하다. 실제로 조각 지식으로 맴돌던 정보들이 이 책을 통해 상당히 많이 연결되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 책 제목대로 경영학을 이 책 한권으로 쉽게 날로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책의 양과 질을 경영학이라는 방대한 학문에 비교하자면 200자 원고지 10장 분량의 독후감에서 책 제목에 해당된달까? 만일 경영학과 1학년을 수료한 2학년생이라면 이 책은 경영학 이론의 목차만 나열했다는 느낌마저 받을 것이다.

방대한 것을 공부할 때 가장 좋은 첫 단추 꿰기는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큰 맥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커다란 지도같은 책을 만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역할에 충실하고, 그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제법 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