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

명바기 나빠요?

이번 대중 교통 체계 개편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버스 노선 개편</p>
  2. 버스 번호 개편
  3. 버스 전용 중앙 차로 도입
  4. 서울시 대중 교통 요금 체계 개편

하나같이 좋은 내용이다. 대단히 필요한 내용이다. 그런데 욕을 먹고 있다. 이 중에서 욕을 먹는 부분은 4가지이다. 즉 전부 욕을 먹고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개인적 경험과 판단에 의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버스 노선 개편

이번 버스 노선의 개편 중 가장 눈에 띄이는 점은 중복 노선을 줄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송파구에서 강남역으로 가는 버스가 10대였다면 이를 5~7대 정도로 줄였다는 것이다. 강남역으로 가는 버스 양이 줄어들어 차량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구체적 예를 들면 송파구 끝지역인 거여동에서 출발하여 강남역까지 오던 555-2번은 571번의 종점인 강변역으로 향하게 되었다. (번호가 몇 번인지는 모르겠다)

여기에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중복 노선이 정리되면서 버스 회사는 인건비가 절약되며 시내 혼잡이 줄어들고, 버스당 수익율이 늘어나게 된다는 점은 장점이다. 같은 노선을 10개의 번호가 다니는 것보다 5개의 번호가 다니는 것이 더 나은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단점은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있다.

우선 버스 운전 기사 문제이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9개의 노선이 변경되었거나 단축되었다. 이 과정에서 53개의 노선이 늘었고 172대의 버스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배차 간격도 전체적으로 7~9분, 즉 30~50%가량 줄어들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버스 기사의 노동량이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일단 이 문제에 대해 상식적인 면으로 접근하자. 버스 기사의 노동량이 늘었으므로 수당을 더 쳐주거나 1일 2교대 형태로 하여 버스 기사를 추가 고용할 것이다.
이번엔 버스 업체 입장에서 접근해보자. 기업의 목적은 이익을 내는 것이다.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낮추면 이익율은 높아진다.
이것이 바로 문제이다. 버스 업체는 인건비를 최대한 동결하려 할 것이고 노조 입장에서는 근로 환경이 더욱 악화되었고(근무량이 50~80%까지 늘었다), 그로 인해 노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지난 7월 7일자로 서울시내 버스 노조의 파업은 일단 유보된 것으로 발표되었으나, 단지 유보일 뿐이다. 즉 언제든 이 상황에 대한 파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

두번째 문제는 승객에게 발생한다. 중복 노선이 줄어들어 체감 버스 배차 간격이 늘었다는 점과 환승할 경우가 늘었다는 점이다.
중복 노선이 줄었다는 것은 목적지에 가기 위해 탈 수 있는 버스의 수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지하철과는 달리 배차 간격이 늘었다고 해도 도로가 막히면 버스가 뭉쳐오는 현상 등으로 인해 승객의 입장에서는 버스가 잘 안온다고 느끼기 쉽다. 개편 전에 비해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고 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앞서 말했지만 개인적 경험이다).
또한 중복 노선이 줄어들어 예전에 비해 목적지에 가기 위해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앞서 예를 든 555-2의 경우, 이제 마천동, 거여동 주민이 강남역을 버스로만 가려면 1회 정도 갈아타야 한다. 갈아타는게 뭐가 대수겠냐 싶겠지만 갈아타는 번거로움도 문제이거니와 환승시 할인 혜택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얘기는 대중 교통 요금 개편에 대해 얘기할 때 다루도록 하자.

버스 노선 개편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현재의 서울 도로나 지역에 맞게 개편했고, 생각외로 노선 기획도 괜찮다. 문제는 당장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과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불편과 문제를 야기시키는데 있다. 이것을 어찌 타개해나갈 것인지 아직 서울시의 향후 대책 발표가 부재하다.

버스 번호 개편

버스 번호의 개편은 많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시장은 이해가 안간다는 반응이다. 6월 한달간 홍보도 했으며 현재 버스들은 이전 번호와 신규 번호를 함께 붙이고 다니는데 어째서 혼란스럽냐는 얘기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번호 부여는 나쁘지 않다. 출발 지역 번호, 도착 지역 번호 등 체계적인 번호 부여로 인해 </b>지역 번호만 잘 기억하고 있다면</b> 버스 환승을 위한 버스 번호를 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근데 언제까지 예전 번호 붙이고 다닐 것인가? 게다가 노선이 바뀌어서 예전 번호보고 탔다가 중간에 내리는 낭패를 겪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번호가 비슷 비슷하다는 점이다. 555-2나 571번이 있던 송파구 거여동에 종점을 두고 있는 송파 상운의 버스들의 경우 3315, 3415, 3416 식의 번호이다. 번호가 비슷 비슷하다보니 혼란스럽다.

사람들은 버스 번호를 기억한다. 버스 번호가 이러 이러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니 어디로 갈 것이고 어디서 갈아탈지 예상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사람들이 무심해서, 혹은 무식해서가 아니라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를 살면서 기억해야할 숫자가 좀 많던가. 사람들은 단지 자신이 이용할 버스 번호만 알면 된다. 그러나 개편된 번호 체계는 번호대가 비슷 비슷하여(1씩 차이가 있다던지) 구분을 어렵게 하고 있다.

버스 전용 중앙 차로 도입

버스 중앙 차로는 생소한 것이 아니다. 지난 1999~2000년부터 구체적 교통망 구축 사업을 시작한 콜롬비아의 보고타시(市)는 "땅 위의 지하철"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지난 1996년 1월부터 시행한 우리 나라의 천호대로에서도 이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으며, 2002년 말에는 천호대로의 버스 중앙 차로를 강남 방향으로 3km 연장하여 본 제도를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해당 지역은 인구수 많은 지역(하남시, 천호동, 중곡동, 왕십리 등)을 연결해주는 주요 대로로 교통량이 어마 어마한 지역이었는데, 버스 중앙 차로제를 시행한 이후 버스의 평균 속도는 이전의 시속 18km에서 시속 35km 수준으로 크게 향상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버스 중앙 차로제는 7월 1일 이후 강남대로 대로중앙주차장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3월, 이명박 시장은 대중 교통 중심의 우수한 교통 체계로 유명한 브라질의 꾸리찌바시(市)의 시장과 면담을 하였다. 타국이나 우리 나라의 천호대로의 실제 사례에서의 효과를 참조하여 타지역간의 연결로 인해 교통량이 많은 지역에 버스 중앙 차로제를 시행하는 것이었다. 그 지역들은 강남대로, 도봉-미아로, 수색-성산로, 망우-왕산로 등 상습 정체 지역들이었고, Hi seoul Festival이 시작된 지난 5월까지만 하더라도 여론의 중앙 버스 차로제에 대한 기대가 꽤 높았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해도 시간 부족이다. 내 주활동지역인 강남대로를 보자. 천호대로는 천호대로이고 강남대로는 강남대로이다. 그러나 천호대로에서의 긍정적인 효과를 참고하여 강남대로에 그대로 적용하여 시행한 것은 큰 착오이다. 강남대로에 걸쳐있는 지역은 천호대로에 걸쳐있는 지역보다 교통량이 월등히 많다. 양재동, 강남, 서초동, 도곡동, 분당, 과천 등에는 주요 시설물들이 있어 유동 인구가 많다. 또한 생활 주거 비율도 높아서 고정 인구도 대단히 많다. 그런 지역이 강남대로에 맞닿아있다. 그에 반해 천호대로는 그런 지역이 천호대로에 직접 맞닿아있기보다는 다른 대로를 한 단계 걸쳐 닿아있다. 즉 교통 흐름을 다른 대로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강남대로를 이용하는 버스 노선 수는 천호대로를 이용하는 버스 노선 수에 비해 월등히 많다. 강남대로의 버스 노선은 강남대로를 계속 타며 이어지지만, 천호대로는 천호대교와 장한평, 아차산 지역을 기점으로 버스 노선이 갈라진다. 강남대로와는 달리 버스 중앙 차로 위에서 오랜 시간 달리는 버스 수 자체가 적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실을 과연 서울시에서는 몰랐을까? 몰랐다면 이명박 시장의 취임 2주년에 새 제도를 시행하려는 단순 무식한 의도로 서울의 몇 몇 지역을 초토화시켰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알았다고 하더라도 강남 대로 등 교통 지옥 지역에 대한 구체적 전략을 짜는 시간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여 무리하게 시행을 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강남은 보수 세력에 긍정적인 지역이며 이명박 시장은 그 보수 세력인 한나라당 출신임을 감안해보면, 성급한 판단으로나마 강남대로의 중앙 차로제 시행의 정치적 의도도 느낄 수 있다. 즉 위와 같은 사실을 알았건 몰랐건 결과적으로는 보여주기식 행정이었다는 점이다. 언론에 노출되기 좋아하는 점은 정말이지 김영삼씨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바보이다.

이를 어떻게 해야할까. 문제는 버스 중앙 차로제 자체에 있지 않다. 시민 단체가 서울시에 시민이 참여하는 교통개선위원회를 제안하면서 지적한 이번 교통 개편의 문제점에도 버스 중앙 차로제에 대한 것은 없다. 당연하다. 강남대로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버스 중앙 차로제의 정체 현상은 말 그대로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이며, 중앙 차로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해당 차로를 이용하는 버스량과 총체적인 교통 정체 현상이 맞물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버스 중복 노선을 줄였다고 해도 강남대로를 이용하는 버스는 여전히 많으며, 강남대로 끝에는 타지역으로 나아가려는 버스의 노선이 너무 많아 신호 대기에 걸리는 버스가 너무 많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좀 더 시간을 갖고 철저히 문제 지역을 분석하여 버스의 중앙 차로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빨갛고 파란 버스가 중앙 차로 외의 차로를 이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 노선의 재변경을 하여 다시 한 번 욕 먹을 각오를 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것이다.

서울시내 대중 교통 요금 체계 개편

이번에 개편된 대중 교통 요금은 이용 횟수에 요금 부과를 두는 것이 아닌 이용 거리에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환승이 많은 사람과 환승이 적거나 없는 사람 모두 이용 거리만큼만 이용료를 내는 합리적인 체계이다. 이론적으로는 말이다.

현실은 어떠할까? 한달에 5만원으로 대중 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7월 14일 현재 벌써 4만원을 훌쩍 넘어섰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나만 하더라도 한달 4만원으로 대중 교통을 이용했던 6월까지와는 달리 벌써 3만원 가까이 소비했다. 분명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기존에 비해 30~35%정도의 인상이라고 했지만 체감 비용은 100% 인상에 가깝다.

이번 교통 요금 체계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거리 책정 방식과 환승 시간, 그리고 정액권 문제. 출발지와 도착지간의 거리를 계산하여 요금을 부과하고 만일 버스를 탄지 30분 이내일 경우 지하철이나 다른 버스로 환승하여도 환승 요금을 받지 않는다. 자, 이제 여기에서 앞서 말한 세 가지 문제점을 찾아보자.

우선 거리 책정 방식. 대체 어떤 형태로 거리를 측정할까? 버스는 GPS를 통해 출발지와 도착지의 거리를 측정한다고 한다. 즉 비교적 정확하다. 그럼 지하철은?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하철은 버스와는 달리 실제 거리가 아닌 지하철의 노선 거리로 이동 거리를 측정한다. 예를 들어 A에서 B지역으로 가는데 자가용으로 질러가면 8km가 나오는데, 지하철을 이용하면 약 11~12정거장을 거쳐서 이동 거리가 10km 이상이 되어 기본 요금 외의 추가 요금을 받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오금동에서 양재동까지는 약 10km 못미친다. 그러나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약 18km 가까이로 측정되어 기본 요금에 100원이 추가된다. 오금동에서 양재동으로 직접가는 지하철 노선이 없어서 좀 돌아가는 이유로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하는 것이다. 오금동에서 종로3가까지의 실제 거리는 19km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하철을 이용하면 19.5km로 측정되어 추가 요금 200원을 지불해야한다. 6월 30일까지는 기본 요금으로 이용하던 거리인데 말이다.

두 번째 문제는 환승 시간이다. 현재 환승 시간은 기존 1시간에 비해 반이나 줄어든 30분 이내이다. 30분 이내에 환승을 해야만 환승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단 밤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는 60분이다. 자, 그럼 문제점을 짚어보자. 지하철에서 내린 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버스가 30분 내내 오지 않더니 40분째에 도착하였다. 이때 나는 버스 요금을 얼마를 지불할까? 기본 요금은 800원이다. 지하철에서 이미 800원을 지불한 나는 버스 기본 요금까지 합하여 총 1600원을 지불하였다. 나는 현재까지 이 경우를 2번 당하여 1600원을 부당 지불 당하였다. 이 경우는 부당함을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뒤집어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액권이다. 서울시는 7월 15일부터 지하철만 이용할 수 있는 월 정기권(정액권)을 3만 52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과도한 대중 교통 이용 요금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에 서둘러 내놓은 제도이다. 분명 지하철 이용하는 이들 중 장거리 이용자들은 이득일 것이다. 35,200원이라는 금액이 기본 요금 800원으로 왕복하여 주5일로 한달을 다녔을 때(22일)를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그럼 그에 따른 손해 금액은 어떻게 충당할까? 그 손해만큼을 서울시가 분담한다. 그럼 서울시에서 메꾸는 돈은 어떤 돈일까? 세금, 즉 시민의 돈이다. 결국 정기권으로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제 돈 내고 예전과 같이 이용하는 셈이다.

또한 상당 수의 사람들은 버스와 지하철을 함께 이용한다. 즉 정기권의 혜택 아닌 혜택을 입는 사람들은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 많은 주거 지역이 몰려있는 경기도민에 대한 대책도 사실상 전무하다. 일산, 분당, 하남, 안양, 성남, 수원 등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많은 경기도민의 대중 교통료 지불은 서울시에서 지불하는 방식이 다르며 환승 혜택도 다르다. 때문에 서울 시민에 비해 많은 교통비가 산정된다.

수단(교통 수단) 요금제가 아닌 거리 요금제는 분명 합리적인 체계이다. 저런 심각한 문제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씁쓸.

정리하자면

밀어부치기식의 무리한 대중 교통 개편으로 인해 시민들만 등골이 휘게 생겼다. 서울시에서는 대중 교통을 개편했다고 하는데 그 개편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오히려 퇴보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오직하면 열린우리당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을까?

이번 교통 개편은 언젠가는 해야할 개편이었다. 그러나 2004년은 아니었다. 대중 교통 시스템이 잘 구축되고 있는 콜롬비아의 보고타시(市)는 1999~2000년에 시작한 사업이 2016년에 완료될 예정인 것만 보더라도 엄청난 규모의 정책 사업이다. 즉 이번 교통 개편은 시기 상조이며 너무 서둘렀다.

2004년에 어울리는 진정한 교통 개편은 지하철 2인 승차제 도입, 버스 중복 노선 축소, 버스 기사의 하루 운행 횟수 축소에 따른 부차적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질 향상 등과 같이 시민들이 직접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작은 요소들이다.

분명 필요한 교통 개편이지만 때와 상황을 살피지 않고 전시를 위한 정책 사업 강행으로 처참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이번 개편. 대단한 실패라고 과감히 결론내려본다.

참고 자료

본 글을 작성하는데 다음의 자료들을 참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