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몬트 오렌지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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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몬트 오렌지 100.
난 오렌지 쥬스를 좋아한다. 콜라나 사이다 등과 같은 탄산 음료나 색소 음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며, 우유를 그다지 좋아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차(tea) 역시 홍차 정도가 전부이다보니 자연스레 쥬스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사실 오렌지 쥬스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 적에 오렌지 쥬스를 먹게 되면 항상 델몬트 Orange 100 이라는 쥬스만 먹게 되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그 쥬스는 내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Orange 100 이 뭐냐고? 2리터짜리 유리병에 든 오렌지 쥬스다. 선물 셋트로는 이 2리터 병이 두 병이나 들어있으며, 주로 병문안 갈 때 손에 들려져 있던 거다. 당시만 해도 꽤 고가라서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던 난 맛을 볼 일이 매우 드물었지만, 어쨌건 내 입에 맞지 않아 좋아하지 않았다.

2000년 12월이던가 11월이던가. 위궤양에 꿈틀대던 시기가 있었다. 이때를 계기로 입맛이 많이 변했다. 우선 좋아하지도 않고 손도 대지 않던 회를 먹게 되었으며, 까탈스러운 입맛이 여자에게 이쁨 받을 식성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오렌지 쥬스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 오렌지 쥬스나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고, 지금도 그렇다. 내가 좋아하던 것은 선업과 아침에 쥬스이다. 델몬트는 여전히 싫어한다.

망고 아이스바에 중독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근처 슈퍼마켓을 훑고 다니며 망고 아이스바를 찾아다녔지만 어째 쭈쭈바 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아이스크림을 추가로 받아와서 냉장고에 채울 때 쭈쭈바를 맨 위에 배치한다고 한다. 이유는 위쪽에 배치된 빙과류는 녹을 확률이 높은데, 쭈쭈바 계열은 녹아도 다시 얼면 원래의 모양을 유지할 수 있지만 아이스바 계열은 녹으면 모양이 양말에 모래 채운 것처럼 망가지기 때문이다. 만일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빙과류가 가득 차있는데 쭈쭈바만 가득 차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안쪽을 뒤지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눈에 띄인 것이 델몬트 오렌지 100 아이스바였다. 예전에 쌀 10kg 짜리 사러 할인마트에 갔을 때 전 품목-아이스크림 중에서- 20% 할인이라고 할 때 망고 아이스바 사먹을 때 얼핏 눈에 띄이긴 했었다. 물보다 저렴한 쿨피스라는 200ml 짜리 색소 음료가 다른 음료보다 월등히 싸구려틱하게 생겼듯이, 델몬트 오렌지 100 아이스바 역시 저렴하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망고 아이스바를 구입하지 못하고 헛탕을 쳐서 저렴한 가격일 듯한 마음에 하나 골랐다. 그리고 외쳤다.
"속았다!"

무려 700원이나 하는 이것은 색상이 망고 아이스바와 거의 같다. 노랗다. 그리고 쫀득함도 비슷하며, 맛의 컨셉도 비슷하다. 그리고 맛있다는 점도 망고 아이스바와 같다. 그러나 기존 오렌지 아이스바와는 차별화되는 고급스러운 맛이 유혹스럽다. 기존 오렌지 아이스바는 오렌지 향과 맛이 나는 이상한 물질로 오렌지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면, 이것은 실제 Orange 100 쥬스를 그대로 얼린 것처럼 오렌지 맛을 깔끔히 구현했다.

게다가 이것은 1일 비타민C 권장량이 함유되어있다(고 껍데기에 쓰여져 있다)! 단백질은 계란, 지방은 참치나 라면에서 섭취하는 자취생이었던 나에게 비타민 공급원은 560원짜리-위에서 언급했듯이 20% 할인 받은 가격이므로- 오렌지 100 아이스바였다. 맛도 좋고, 아이스바 특유의 먹고 난 뒤에 발생되는 찝찝한 갈증-마치 오줌 방울이 튄 좌변기에 앉는 기분?-도 거의 없다.

하지만 이것은 망고 아이스바와 같은 히트를 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제는 동네 구멍 가게에서도 만날 수 있는 망고 아이스바와는 달리 아직은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이면 두 명이서 시원한 맛을 볼 수 있는 망고 아이스바의 딱 떨어지는 가격과는 달리 이녀석은 상당히 애매한 700원으로 책정되어 있어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준다. 더울 때는 바지 주머니에서 아둥대는 핸드폰도 덥게 느껴지는데, 하물며 동전 3개는 오죽할까?

또한 이것에는 물이 적게 들어간건지(아니면 아예 없는건지) 물이 많이 들어간 다른 빙과류에 비해 금방 녹는다. 유지방 아이스크림 계열이 금방 녹는 한계를 고스란히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잠깐 딴짓하면 흘러내리는 아이스바를 혀로 낼름거리며 후룹 거리는, 동심의 순간을 맛보게 된다.

델몬트 스트로베리와 마찬가리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이스바는 아니지만, 만일 이 아이스바를 발견한다면 주저 없이 구매-섭취할 것을 추천한다. 맛있으니까.

덧쓰기 : 생각해보니 옛날 나를 즐겁게 했었던 쌕쌕바랑 맛이 비슷하다. 쌩귤 탱귤바가 쌕쌕바의 후속작이라 생각했는데, 맛이 너무 달라서 실망스러운 이라면 Orange100 강추!

덧쓰기 : 아주 재미있는 사실. 위 사진은 http://www.myflavor.com 에서 가져온 것인데, 사실 저 사진은 내가 2003년 봄에 내 개인 홈페이지에 이 글을 작성하면서 내가 직접 스캔한 봉지 사진이다. 내가 스캔한 사진이 저 사이트에 무단(?) 갈무리되어 사용되고 있고, 나는 저 사이트에서 내 원래 사진(?)을 가져온 셈이다. 흘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