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다이어리엔 뭔가 비밀이 있다.

사진 출처 : YES 24

엄청난 비밀을 가득 품은 인상을 풍풍 풍기는 책 제목에 이끌려 손에 들고 있던 역사 책을 잠시 덮어두고 이 책을 열심히 읽었던 건 작년 가을이었다. 점점 심해지는 건망증으로 인해 개인적인 곤경을 처하는가 하면 회사에서도 업무를 잊어 일정에 며칠이나마 차질을 빚던 당시였다. 이 위기를 타개갈 방법으로 다이어리를 떠올렸지만, 이미 다이어리 활용에 실패했었기에 망설이고 있었던 때이기도 하다.

책의 이름만 보면 주요 기업들의 CEO나 그들의 비서가 관리하는 다이어리를 분석한 것으로 보였다. 무척 기대했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책 제목에서 말하는 CEO는 저자 자신을 말했고, 그는 1년의 대부분을 출장을 다니며 강연을 하고 연구를 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처한 상황과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은 다이어리 활용법에 대해 서술한 것인지 시간 관리에 대해 서술한 것인지 애매하다. 물론 다이어리의 큰 목적이 시간 관리이긴 하다만, 나의 경우엔 보조 기억 장치의 역할이 절실했다. 이 책은 적바림(memo)에 대한 내용은 미비한 대신 다이어리를 통해 시간을 잘개 쪼개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오랜 세월 축적한 저자의 비법들을 충실히 채웠다. 즉, 나에게 아주 유용한 책은 아니었다.

아주 얇은 휴대용 책답게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다. 연구 자료라기 보다는 경험에 의한 제안(?)을 다룬 책이기 때문이다. 이미 시간 관리에 대한 여러 자료나 책을 접한 이라면 이 책은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다이어리로 빈틈없는 시간 관리를 하지 않았거나 시도 했지만 실패한 이라면 참고하기엔 적절한 책이다. 효율성을 떠나서 '어떻게' 다이어리를 시간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지 상세한 예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