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산하기

4x3 은 뭘까? 12다. 그럼 14x13은? 14x13을 암산으로 푸는데 내가 소요한 시간은 2초.

암산을 잘한다는 말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빠르기와 정답. 빠르게 정답을 암산으로 도출한다면 암산을 잘한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런 판단 근거를 들어서 암산을 잘하는 편이다. 지금이야 나이가 들어 많이 둔해졌지만 20대 초때는 3자리 수의 곱하기(100x100 이런 거 말고)도 10초 이내에 답을 뿜어대곤 했다. 쉬울 거 같지만 357x193처럼 홀수들로 구성된 3자리 수 곱하기는 꽤 어렵다.

내가 암산을 꽤 잘하는 이유는 즐기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산수 학원에 다녔는데 한 녀석은 참 잘했다. 나는 구구단 9단을 다 외웠는데 그 녀석은 3자리 수 나누기를 하고 있었다! 더구나 나는 더하기, 빼기 암산도 버벅댈 때 녀석은 곱하기를 암산으로 풀었다. 나는 열심히 공부했다. 딱히 녀석에게 자극을 받아서 그런 건 아니다. 공부를 강요하지 않으시는 부모님의 자식 육성법 특성상 나는 또레의 국민학생들(초등학생들)에 비해 공부를 못했다. 게다가 공부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깨끗하고 한적한 내 두뇌는 공부를 시작하자 엄청난 속도와 집중력을 선보여 주변을 놀라게 했다. 어리 버리하고 순하고 순진한, 아니 좀 모자라 보이는 쬐금한(난 키가 작았다) 녀석이 한두달만에 C반에서 A반으로 진급했으니 말이다. 같은 반의 녀석들과 친해질 시간도 없이 나는 빠르게 A반이 되었고, 한 번 발동이 걸리면 꽤 높은 집중력을 보이는 성격상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수학을 잘하는 편이었다. 특히 암산이 밝았다. 암산으로 답을 도출했을 때의 성취감이 컸고, 시험처럼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 아니면 암산에 의존했다.

암산을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암산을 해야 한다. 한 자리 수끼리 곱했을 때 각 수를 계산하여 값을 도출해내는 것보다는, 각 자리수를 곱했을 때 나오는 72가지 경우의 수를 외우서 도출하는 것이 정확도와 빠르기를 올리는 방법이다. 우리는 이 계산을 어렸을 적에 구구단이라는 이름으로 배운다. 구구단처럼 모든 경우를 외울 수는 없지만 비슷한 원리로 많은 계산을 암산으로 풀다보면 익숙한 숫자의 계산은 금방 답을 도출해낸다. 예를 들어보자.

  • 5x5=25.
  • 쉽다. 그럼 15x15는? 225. 여기에는 규칙이 있다. 우선 일자리 수인 5끼리 곱하자. 25가 나온다. 다음 십자리 수 중 하나에 1을 더한 뒤 다른 십자리 수와 곱하자. (1x1)+1이므로 2가 나온다. 이 2를 25 앞에 붙인다. 225. 이 방법은 95까지 잘 된다. 55x55=3025. 이게 익숙해지면 15x15나 25x25 근처의 숫자들끼리 곱하기를 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글 처음 부분에서 언급한 14x13을 풀어보자.

  • 15x15 = 225.
  • 우선 14x13은 15x15와 가깝다. 그러니 15x15의 값부터 구해보자. 15x15은 225이다.

  • 15x13 = 225 - 30 = 195.
  • 이제 뒤의 15를 13으로 만들자. 15가 13이 되려면 2가 줄어야 한다. 그리고 이 13과(15-13) 곱할 수가 15이므로 2에 15를 곱하자. 30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즉 뒤의 15가 13이 되면 15x15에서 30이 빠진 수가 된다. 225-30=195.

  • 14x13 = 195 - (15-14)x13.
  • 마찬가지 방법으로 앞의 15를 14로 만들자. 15가 14로 되려면 1이 줄어야 하는데 이 1과(15-14) 계산할 수는 13이다. 즉 1x13이 되어 13이 된다. 이것은 15x13이 14x13이 되려면 13이라는 값이 줄어야 되는 걸 의미한다. 15x13은 195였으므로 14x13은 182가 된다.</ul>

    물론, 나는 이렇게 많은 과정을 통해 값을 도출하지 않았다. 두 자리 수끼리 곱하는 대부분의 계산에는 암산이 익숙해져서 종이에
    014
    x13
    -----
    182
    라고 쓰며 계산하듯이 바로 계산하여 도출한다. 하지만 조금 복잡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수끼리의 계산(17, 19)은 이런 방법으로 한다.

    이런 나를 보고 대단하다고 하는 이가 가끔 있다. 계산을 싫어할수록 대단하게 평가하곤 한다. 하지만 암산 능력은 일상 생활이나 사회 생활하는데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암산 못해도 밥 잘 먹고 똥만 잘 누며, 일 수행 능력에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걸로 보인다. 단지 나는 암산을 잘한다는 위안이며, 계산기를 찾고 숫자를 입력하는 동안 내가 암산으로 답을 도출하여 나보다 몇 초 후에 내 답과 동일한 답을 도출한 상황에서 누릴 수 있는 성취감 정도가 전부이다.

    19단 구구단이 화제가 되었었다. 수학 감각을 위함이라고는 하는데 과연 그런가? 싶다. 나는 물론 19단 구구단을 외우지 못했지만 19단 구구단 수준으로 암산을 할 수 있다. 19x15는 285이며, 19x19는 361이다. 19x2 = 38, 19x3=57이라며 정말 어렵디 어려운 19단을 외우는 것보다 내 방식의 암산으로 19단을 도출하는 것이 즐겁고 정확하며 빠르다. 나의 암산은 19단을 외우는 계산(?)보다 뛰어나다. 왜냐하면 나는 암산을 즐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