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2.0을 잘못 바라보기

들어가며...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태우님을 비롯하여 몇 몇 분들이 얘기거리로 꺼내던 Web 2.0이 요즘엔 제법 곳곳에서 얘기거리가 되고 있다. 대화가 많을 수록 더 좋은 생각이 나올 거라 믿기에 무척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Web 2.0이라는 흐름이 아직까지도 대단히 막연하고 두루뭉술한 덩어리이기에, Web 2.0을 기획성보다는 개발 기술 측면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많은데 있다.

Web 2.0 잘못 바라보기

바늘 따라 가는 실 마냥 Web 2.0하면 따라다니는 Ajax니 Ria니, 꼬리말(tag), RSS 하는 기술들은 따지고 보면 지금 와서 거론하는 것이 별 의미 없다. 물론 대단한 것도 없다. 이미 예전부터 있었던 기술이며, 우리 나라 역시 모양만 좀 다를 뿐 저런 기술들과 유사한 기술 시도는 제법 많은 곳에서 사용해왔다. 더도 말고 PHP 누리집으로 유명한 PHP School에 뒤적여보면 이미 2002년 8월 5일에 거친마루님께서 Ajax의 뼈대라 할 수 있는 xmlhttprequest에 대한 글을 쓰셨다. 꼬리말(tag)이나 꼬리말 구름(tag cloud) 역시 따지고 보면 새롭지 않다. 병렬성은 좀 떨어져도 Category Directory 분류 형식도 꼬리말과 꼬리말 구름과 의도나 방향은 유사하다. Category Directory는 90년대 중반 Yahoo에서도 볼 수 있고, 내 경우엔 2000년에 만들던 누리 게시판(Web BBS)에 핵심말(keyword) 기능이 요즘 대세로 뜨고 있는 꼬리말(tag)과 성격과 의도가 동일했다.

즉, 기술로 봤을 때 이미 많은 부분 예전부터 사용되었었고 비슷한 모습이었던 기술들의 총합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는 Web 2.0은 별 의미 없다. 그럼에도 많은 단체나 업체들이 Web 2.0을 홍보 및 영업 전략 수단으로 활용하고, 언론 매체 역시 이런 놀이(놀음)에 적극 동참하는 오도방정 현상에 대한 지적은 실로 바람직하다.

재차 얘기하지만 기술 측면에서 Web 2.0은 의미 없다. 아니, 실체 조차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Web 2.0이라는 대명사로 불리우는 최근 흐름은 분명 존재하는 무엇이다. 바로 그 흐름이 안고 있는 의도와 방향, 즉 기획은 분명 예전 누리그물(Web) 사회 동향과는 다르다.

P2P 노래 내려 받기 시장을 휩쓸며 시대를 풍미했던 냅스터를 살펴보자. 세상이 냅스터에 광분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리바다에 광분했던 건 이 풀그림(software)의 Network 기술이 P2P에 근거했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나 쉽고 편하게 자신의 셈틀(Personal Computer)에서 듣고 싶은 노래를 내려 받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P2P라는 기술은 존재했고 많은 곳에서 활용됐던 기술이었고, 냅스터나 소리바다를 이런 기술 측면에서만 봤을 때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 두 풀그림이 추구하는 바를 보면 이야기는 완전 다르다. 노래를 구하려면 돈 주고 사거나 노래를 배포하는 제공자(server), 혹은 공용 제공 공간(common archive)을 이용해야 했던 기존과는 달리 이용자 개개인이 주인공이 되어 간편하게 노래를 구할 수 있다.

Web 2.0 역시 이런 측면으로 바라봐야 제대로 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Ajax나 꼬리말, RSS라는 기술이 Web 2.0의 핵심이 아니다. 이용자가 정보를 편하고 쉽게 찾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어떤 기획 의도가 있고 이걸 구현하는데 사용하는 기술이 Ajax나 꼬리말, RSS 등이다. 과거에는 정보가 주인공이고 정보가 필요한 사람은 조연이나 관람자였다면, 이젠 정보가 필요하고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이 주인공이고 정보는 조연으로 주인공을 위해 열심히 좇아다니는 세상이다. 이용자들은 이런 추세에 열광하며 들끓고 있는 것이지, RSS나 ATOM 자료 규격으로 XML을 채택해서 혹은 댓글을 달 때 Ajax로 해서 화면 전체를 새로 그리지(refresh) 않아서 들끓는게 아니다.

마치며

Web 2.0이건 Web 3.0이건, 혹은 Web XP라고 부르건 아무 의미 없다. Web 2.0하면 Ajax가 쓰이니 마니도 아무 의미 없다. Web 2.0이라는 대명사로 부르는 흐름과 새로운 추세가 중요하고 의미있다. 아직 이 흐름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다고 할만큼 두리뭉실해서 이해하기 쉽지 않으므로 많은 선구자들(?)이 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니까 Web 2.0으로 부르는 현상들이 막연하다고 해서 좀 더 명확해보이는 기술들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의미 없는 일이다.

냅스터를 누리판(Web version)으로 개발하여 서비스한다고 한다. 아직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다만, 최근 추세와 냅스터社의 발표를 보건데 Web으로 작동하며 Web 2.0의 특성들을 포용하여 기존 풀그림(Software)으로 작동하던 냅스터의 한계 마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다.

이용자가 podcasting 듣듯이 RSS로 다른 사람들이 가진 mp3를 찾을 수 있고, Flickr이나 allblog같은 곳에서는 이런 정보를 모아 꼬리말(tag)로 보다 접근성을 높인다면 기존 냅스터나 소리바다보다 훨씬 무서운 노래 교환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정말 무섭지 않나? 난 이런 흐름이 무섭다. 그리고 이런 흐름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이런 흐름을 우리는 어영부영 Web 2.0이라는 대명사로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