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장수와 엿장수 물 먹이는 이들

떡값이라는 말을 범국민 유행어로 만들어 방방곳곳에 계시는 떡장수를 불편하게 했던 삼성과 검찰.

아무래도 엿장수들도 한 마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수사 대상이 가진 권력에 따라서 수사 강도가 달라지는 모습이 마치 엿장수 마음 같아서, 조만간 떡검, 떡찰에 이어 엿검, 엿찰이라는 말도 유행하지 않을까 조심스런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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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 마음을 담고 있으며 반대로 말이 마음에 담겨서, 어느 새 자신도 모르게 말과 마음이 합쳐져 하나가 되곤 한다.

예를 들면, 90년대만 하더라도 Luxury라는 말은 사치를 뜻했다. 즉, 분수에 맞지 않는 비싼 물건을 10여년 전 우리는 사치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물론 신문, 방송 등 언론 매체에서도 사치품이라는 말 대신 명품이라는 말을 쓴다. 사치품과 명품은 엄연히 다른 뜻을 가진 낱말인데 은근 슬쩍 명품으로 통일하여 사치품에 담긴 부담이나 압박감을 걷어냈다.

떡값이라는 말은 무척 오래된 말이지만, 예전엔 뇌물은 뇌물이라고 냉정하게 평했다. 뇌물. 아, 얼마나 짜증스럽게 화나는 말인가! 근데 어느 순간 은근 슬쩍 떡값이라는 부담 덜하고 어쩐지 용서 가능한 범위, 심지어 귀여운 느낌 마저 드는 말이 대신 쓰이기 시작했다. 아주 장난스럽게 쓰이기도 한다.

누가 의도를 했는지를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이 글은 음모론을 다루는 글이 아니므로. 누가 왜 어떻게 저런 말뜻 물타기를 하는 지를 떠나서, 사람들이 저런 물타기에 휩쓸려 거부감이나 부정하는 마음을 잃고 그런 상황을 알게 모르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상황이 무섭다. 대체 어떻게 “뇌물”을 말하는 자리에서 “떡값 ㅋㅋ” 이런 식으로 장난스럽거나 가볍게 얘기를 할 수 있는걸까? 어떻게 뇌물이 떡값이나 사과 상자, 책 봉투 등으로 탈바꿈되어 쓰이는 걸 희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각 말엔 본디 쓰임새가 있다. 이러라고 만들어진 낱말이 아니다. 뇌물이라는 말에 분노할 줄 알고, 내 주머니 사정에 맞지 않는 물건은 설령 아무리 유명하고 가치가 좋더라도 사치품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며, 계획에도 없이 무작정 사들인 충동구매를 지름신이라는 유행어로 애교스런 변명거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런 행위들은 떡장수나 엿장수를 물 먹이며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는 두 단체처럼, 또 다른 어떤 이들을 우리가 물 먹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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