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PI와 웹표준, 그리고 휴대기기 발달에 따른 서비스와 시장 확장 - 1

구글맵은 대체 뭘로 돈을 번다는 걸까?

구글 맵 서비스 로고구글이 어느 웹브라우저에서나 이용할 수 있는 구글 지도 서비스를 열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세상에! Active-X나 Java를 쓰지 않고 Javascript로 지도를 이렇게 멋지고 편리하게 쓸 수 있게 하다니! 게다가 인공위성 사진으로 화면을 전환할 수 있다니! 사람들은 평소 좀처럼 보거나 가기 힘든 저 먼 어느 나라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을 인공위성 사진으로 구경하며, 어떤 사람은 구글 지도 서비스에 연결된 장난감 같은 작은 서비스를 만들며 기술 발달을 즐겼다.

어느 날, 구글 지도 서비스를 구경하던 친한 벗이 내게 물었다.

“근데 얘네들은 이런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면 뭘로 돈을 버는거야? 왜 얘네는 지도 정보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열었고, 심지어 지도 정보를 다른 곳에서 가져다가 서비스에 쓸 수 있게 한 거야?”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을 굉장히 가까운 높이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나는 우선 Pict'Earth부터 얘기해주기로 했다.

Pict'Earth는 요즘 말로 Web 2.0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곳 누리집에 나와있는 서비스 소개글에서 맨 첫 단락에 나오는 말을 보자.

Pict'Earth is a combination of advanced image aquisition products and services giving you the ability to produce high definition images over your areas of interest.

간단히 말해서 고객이 보고자 하는 지역에 대해 높은 해상도로 찍은 사진을 제공하고 이에 대해 돈을 받는 일을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재밌다. 하나 하나 따져 보자.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이 일일이 의뢰 받은 지역을 찾아 다니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이곳에선 원격조정비행기(RC Plane)에 사진기를 탑재했다. 그러면 사람이 다닐 필요 없이 비행기 하나 띄워 보내면 된다. 그런데 찍은 사진이 어디 사진인지 알려면 GPS가 필요하다. 최신 기기와 기술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근데 이게 끝이 아니다. 찍은 사진을 실시간으로 중계 받는다. 자, 그러면 실시간으로 특정 지역 사진을 중계 하는 이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장비가 어떤지 보자.

  • 이동 수단 : 원격조정비행기(RC Plane)
  • 사진기, 전송기, GPS : 무선 네트워크(HSPDA), GPS, 무른모 탑재, 고화질 사진 촬영 가능한 노키아 휴대전화기(N series)

사용하는 기기에 대한 자세한 사양은 해당 서비스 누리집에 잘 나와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무선 네트워크와 GPS가 가능한 휴대전화기(스마트폰, UMPC급)에 사진을 찍은 뒤 서비스 서버로 전송해주는 무른모를 탑재한 뒤, 이 휴대전화기를 원격조정비행기에 탑재한 뒤에 멀리서 조종기로 조종해서 실시간으로 사진을 찍고 전송 받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전송되어 오는 정보를 연동한 곳이 구글 지도 서비스라는 것이다. 구글 지도 서비스는 OpenAPI를 통해 누구나 구글 지도 정보를 가져와 쓸 수 있다. Pict'Earth 서비스는 GPS로 좌표값을 전송 받은 뒤 이 정보를 연동한 구글 지도에 접목하여 비행기가 지도 위에서 보면 어느 지역을 날고 있으며, 그곳에서 찍은 사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이들이 일하는 모습을 구경해보면 참 기발하기도 하고 재밌어 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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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좁은 편인 우리나라에서는 얼른 이 서비스의 쓰임새가 와닿지 않겠지만, 땅이 넓은 미국이나 프랑스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일정 높이 위에서 내려다 보려면 경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시간에 맞춰 저 먼 곳까지 가서 경비행기 빌려 관찰하느니 Pict'Earth에 의뢰해서 원하는 때에 관찰하고자 하는 지역을 실시간으로 보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더구나 구글 지도 서비스와 연동되어 있어 각 사진이 어느 지역에서 찍은 것인지 이해하기도 좋다.

이거 자동차 네비게이션으로도 쓸 수 있겠다

Pict'Earth 회사 얘기를 듣고 나자 녀석은 눈을 반짝이며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었다. 지도와 연계한 재밌을 만한 이것 저것을 상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잠시 후 내게 물었다.

“이거 길찾기 기능만 들어가면 무선 인터넷이 되는 노트북을 이용하여 공짜로 자동차 네비게이션으로 쓸 수 있겠다”

이 정도 되면 더 넓은 얘기를 들을 상상 준비가 된 것 같다. 상상력이 부족하면 지금부터 내가 해줄 얘기를 들어봐야 공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단거리나 목적지로 가는 길을 찾아주는 길안내 무른모를 서비스라고 하자. 그렇다면 구글 지도 서비스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서비스(서비스 그 자체이건 무른모(Application)이건)가 나올 수 있다. 플랫폼이 없어서 문제이지, 플랫폼만 있으면 (조금 과장해서) 플랫폼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사람이라는 플랫폼을 갖추면 그 사람들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기에 SNS (Social Networking Service)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최신 기사도, 깊이 있는 정보물도 아닌 사람 그 자체가 플랫폼을 구성하는 요소이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도라는 플랫폼이 있다면 지도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다. 반대로 이런 서비스는 지도라는 플랫폼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서비스, 예를 들면 자동차 길 안내기(Navigation)나 위치 기반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같은 것 말이다.

휴대기기 발달

잠시 살짝 벗어나는 얘기를 하기로 했다. 상상력을 발휘해 이것 저것 재미난 발상을 떠드는 건 좋은데 예를 든 플랫폼이 온라인 기반이라 그런지 이 녀석이 얘기하는 서비스들은 하나 같이 온라인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생각 폭을 좀 더 넓혀줘야겠다.

아이폰 사진iPhone이 갖는 굉장히 중요한 가치는 작은 휴대기기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허물어 이은 데 있다. 아니, 누구나 미래엔 그런 세상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며 생각하고 있었지만, 애플이 iPhone을 통해 먼저 그 세상으로 가는 문을 활짝(대중성) 연 데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애플이 이 분야에서 독보하고 있는 건 아니다. 곧 있으면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폰도 나오고, 이미 UMPC나 미니 노트북 등 PC에서 작은 휴대기기들이 많다. SSD 저장 매체나 LED 액정 기술, 입력 감지 화면(touch screen) 등과 같은 기술 발달로 휴대기기 기능이 다양해지고 성능이 강해지고 있다.

단지 기능이 다양해지고 성능이 높아지는 것이 요즘 심상치 않은 흐름을 나타내는 전부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기능과 성능 발달 덕에 기존에 노트북이나 PC에서 하던 일을 이런 휴대기기에서 거의 그대로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트북이나 PC에서 쓰던 무른모(Software)를 작은 휴대기기에서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휴대기기는 제한된 부품 성능 탓에 운영 체제나 무른모(Software)도 기기에 최적화 된 기기 전용인 경우가 많았다. 이들 기기에서 돌아갈 수 있는 무른모를 만드는 기술 표준은 없기 일쑤이고, 있어도 기기 마다 제각각이라서 사실상 표준이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개발자(개발사)는 서로 완전히 다른 환경에 맞게 같은 목적을 가지는 서비스(서비스, 무른모)를 만들어야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사용자 역시 기기 마다 서로 다른 환경을 가진 탓에 사용 삽질(UX : User eXperience)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다. 휴대전화기 바꿀 때마다 전화번호부나 그 속에 있는 각종 내용물을 새 전화기로 옮기는 문제 때문에 번거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단지 쓰던 무른모가 달라서가 아니라 기기 환경이 서로 너무도 달라서 그 기기에서 돌아가는 서비스도 완전히 달라져 기기가 다르면 서로 내용물(data)이 호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iPhone, 안드로이드폰, UMPC, 미니 노트북(EEE PC등)은 기존 기기와 사뭇 다르다. Mac OS X와 비슷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는 OS X을 쓰고 있는 iPhone, 리눅스를 쓰는 안드로이드폰, 리눅스나 WindowsXP를 쓰는 UMPC나 미니 노트북. 단지 이러한 OS를 제한된 기기 사양과 환경에 맞춰 최적화라는 이름으로 간소화하여 사실상 전혀 다른 환경이나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강요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엔 노트북이나 PC에서 쓰던 그 환경, 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여 개발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높은 접근성을 제시한다.


2편, “OpenAPI와 웹표준, 그리고 휴대기기 발달에 따른 서비스와 시장 확장 -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