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PI와 웹표준, 그리고 휴대기기 발달에 따른 서비스와 시장 확장 - 2

1편, “OpenAPI와 웹표준, 그리고 휴대기기 발달에 따른 서비스와 시장 확장 - 1”에 이어서...


범용성과 웹 표준

녀석의 표정을 보니 아직 내 말이 얼른 와닿지 않은 모양이다. 머리 속에 그림은 그려지고 있는데 그림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간질 간질한 상황인 눈치다. 잠시 기기(Hardware) 얘기로 샜으니 다시 무른모(Software) 얘기로 돌아와서 머리 속 좀 정리 해줘야겠다.

기존에는 기기 마다 환경이 너무도 달라서 서비스 환경도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범용성보다는 최적화가 미덕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기기가 발달하여 평소 우리가 쓰는 노트북이나 PC 환경과 같거나 비슷한 환경을 접할 수 있다. PC에서 제공하던 서비스를 최신 휴대 기기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범용성이라는 측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범용성이란 표준, 혹은 서로 정한 약속(protocol)이나 영역(interface)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힘든 녀석이다. 특정 환경에 최적화는 덜 됐겠지만, 어느 환경에서나 지원하는 기능이나 사양, 요소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범용성을 따른다면 매체나 환경에 구애 받지 않고 서로 같거나 비슷한 이용자 조작 방식(User Interface)이나 경험(User eXperience)을 보장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표준이 중요한 것이다. 생각하기 쉽게 웹 표준을 예로 들자. <strong>이라는 HTML 태그는 강조를 뜻한다. 파이어폭스(Firefox),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사파리(Safari), 오페라(Opera) 등 다양한 웹 브라우저가 존재하지만, <strong>이라는 HTML 태그는 강조하라는 뜻이다. 이것은 웹 표준 규약에서 그렇게 정했다. 그래서 좋건 싫건 <strong>은 “강조”이고, 우리가 어떤 낱말이나 글무리를 강조하려면 <strong>이라는 HTML 태그를 쓰면 된다. 그러면 우리가 웹 브라우저하면 흔히 떠올리는 그런 웹브라우저는 물론 시각장애인용 웹 브라우저, 구글이나 야후 같은 검색기(robot)들 모두 “그 부분을 강조한다”고 판단한다.

PC이건 휴대기기건 혹은 MS Windows 계열이건 Linux 계열이건 Mac OS 계열이건, 웹 브라우저를 이용해 서비스에 접근한다면 어떤 환경이건 상관 없이 동일한 조작계(User Interface)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적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웹 표준이다. 이것은 서비스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영향을 최소화 하려고 많은 이들이 표준이라는 걸 통해 약속을 하는 것이다.

범용성과 OpenAPI

이번엔 한참 전에 얘기를 해준 플랫폼과 서비스에 대해서 좀 더 직접 다가가서 얘기를 해주기로 했다. 바로 OpenAPI이다.

플랫폼은 엄밀히 말해서 이용자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도 정보, 그러니까 위치 값이나 위치 사진을 Windows니까 볼 수 있고 Mac OS니까 볼 수 없다는 상황 자체가 플랫폼과는 관계 없다. 그런 상황은 플랫폼이 아니라 서비스쪽 문제이다. 플랫폼은 서비스가 접근해서 가져다 쓸 알맹이를 품고 있을 뿐이다. 즉, 플랫폼은 땅이고 서비스는 농기구인 셈이다. 어떤 농기구는 돌바닥에 쓸 수 없고 어떤 농기구는 소나 말처럼 큰 짐승만 쓸 수 있지만, 땅은 수확물만 품고 있을 뿐 누가 뭘로 어떻게 다가와서 곡식을 가져가건 제한하지 않는다.

대신 플랫폼은 서비스가 알맹이를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컴퓨터를 다루려면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려야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수단은 자판(keyboard)나 마우스 같은 입력 장치이다. 여기서 컴퓨터를 플랫폼이라 하고 사람을 서비스라고 예를 들면, 자판이나 마우스는 컴퓨터와 사람이 서로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를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라고 한다.

기존에는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인증/승인을 받은 몇 가지만 가능했다. 플랫폼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API)을 감춰놨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그 API를 확보한 일부 서비스만이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다. 매우 폐쇄된 구조이다.

앞서 얘기한 구글 지도 서비스는 누구나 구글 지도 정보를 가져다 쓸 수 있다. 구글 지도라는 플랫폼에 접근해서 지도 정보를 가져다 쓰는 방법을 API라고 하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기에 Open (개방, 열림)이라 할 수 있고, 이를 통틀어서 OpenAPI라고 한다.

OpenAPI가 갖는 가치는 어마 어마하다.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는 API를 개방했기 때문에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거나 공짜로 플랫폼에 있는 알맹이를 쓸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알맹이를 쓰거나 다룰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시도와 쓰임새가 가능하고, 이는 가치를 확장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많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고, 그 서비스를 이용자도 많을 것이다. 단지 세계 지도 정보를 제공할 뿐인데, 자동차 길 안내자(navigation) 무른모를 비롯해서 Pict'Earth 같은 지역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위치를 기반으로 하는 인맥 관리 서비스 등 아주 개성 강하고 다양한 쓰임새를 가진 서비스가 나오는 것이다.

OpenAPI와 웹 표준을 통한 시장 확대

한참 길게 플랫폼에 누구나 접근하여 그 내용을 쓰는 방법을 OpenAPI, 그리고 그러한 서비스들이 이용자 환경에서 최대한 제한 받지 않고 비슷한 UI나 UX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준(예 : 웹 표준)을 얘기했다. 이제 그 녀석은 머리 속에서 서로 흩어져 따로 놀던 그림 조각들이 서로 자리 잡으며 껴맞춰져 알아 볼 수 있는 그림이 그려지나보다. 그래도 이 녀석이 익숙한 웹쪽으로 좀 더 설명 초점을 맞춰야겠다. 나는 벗에게 친절한 한날이니까.

웹이 갖는 아주 뛰어난 특성은 이용자 접근성이 아주 낮은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꼬맹이도 웹 브라우저를 이용하면 쓰는 환경 마다 조금씩 다른 점은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조작과 경험으로 웹을 쓸 수 있다. 이용자가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연결자는 서비스이고, 서비스가 이용자에게 범용성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웹 표준이다. 웹 자체가 이미 좋은 접근성을 갖고 있는데 웹 표준을 지키면 서비스 접근성과 범용성을 보장 받게 되고, 플랫폼이 OpenAPI 전략을 취하면 서비스 접근성이 좋아져 결국 더 많은 이용자(고객이나 개발자)가 플랫폼과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태까지는 웹 표준을 따르지 않아도 큰 불이익은 없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웹 표준을 따르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 서비스에 접근하는 수단은 다양해지고 이런 수단(매체)들은 웹 표준을 따르는 것이 훨씬 안정감 있고 편하며 명확하기 때문이다. 웹 표준을 지키지 않으면 스스로 그러한 기기 접근을 거부하는 것이고 이는 찾아오는 고객을 제 손으로 밀쳐 내는 것이다.

또한, OpenAPI를 제공하지 않는 플랫폼은 스스로 고인 물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역사나 삶을 통해, 하다 못해 중학교 과학 수업을 통해 고인 물은 썩는 이치를 익히 알고 있다. 제한된 서비스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은 독점성을 확보할 지 모르나, 더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다른 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요즘 세상에서 다양한 무기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OpenAPI나 기술 표준(웹 표준)은 이미 자리 잘 잡고 있는 웹이라는 시장(market) 뿐 아니라 스마트폰, UMPC, 미니 노트북처럼 PC에서 쓰던 UI/UX를 같게, 혹은 비슷하게 제공하는 매체가 서서히 넓혀 가고 있는 새로운 시장에서도 큰 힘을 갖게 된다. 폐쇄된 환경(그것이 플랫폼이건 서비스건)으로는 더 이상 최근 대중성/범용성을 따라잡기 벅차다. 운영하던 플랫폼과 서비스 자체는 변함이 없는데 휴대기기 등 매체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용자들 접근 수단이 늘었고, 그만큼 시장이 다양해지고 넓어졌다. 좋건 싫건 이런 세상에서 살아 남으려면 빠르게 팽창하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각종 사항에 맞출 필요가 있으며, 그 방법과 전략은 조직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개방(Open)과 표준(Standard)을 따라야 적은 비용(돈이나 시간)이 든다.

그래서 구글 맵은 뭘로 돈 번다고?

개방 기술이나 문화, 예를 들면 Open Source 같은 이야기도 해줄까 하다가 냅두기로 했다. 자기 나름대로 정리한 생각을 내게 한참을 얘기해주었는데 조금씩 어긋나는 얘기도 있지만 큰 맥은 잘 짚고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떠들고 고개를 끄덕이기를 몇 차례. 녀석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구글 맵은 뭘로 돈을 버는거야?”

아이고, 이 녀석. 자신이 생각하고 이해한 바를 내게 설명할 때 큰 맥은 맞는데 세밀한 부분에서 묘하게 어긋나길래 왜 그럴까 했더니 개방(Open)과 자유(Free) 개념을 헷갈려 하고 있었다. 이걸 설명해주자니 이미 한참 떠드는 통에 목이 쉬어 개방(Open)은 자유(Free)와 다른 개념이라고만 하고, 개념 이해는 숙제로 내준 뒤 자리를 파했다.

욕심이 많은 녀석이니 집에 가서 숙제를 풀며 휴대기기 발달에 따라 OpenAPI나 웹 표준 비중이 아주 빠르게 높아지고, 그 이유는 시장 확대에 있다는 걸 정리할 것이다. 사실 별로 어렵지 않은 주제를 지나치게 풀어서 얘기한 감도 없잖아 있었다. 뭐 어쩌겠는가. 벗에게 친절한 한날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