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기기 장만했다.

얼마 전에 에스프레소 기기를 하나 샀다. 이전에 쓰던 기기가 만족스러워 하지 않던 차에 유에님 미투에 올라온 글을 보고 심하게 갈등하다가 마음 크게 먹고 샀다.

다소 투박하게 생겼지만 난 생김새를 별로 안따지니 상관없다. 이전에 쓰던 기기는 9기압이라서 에스프레소 흉내만 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이 기기는 15기압이라서 한결 그럴듯한 맛과 향을 낸다. 아쉬운 점은 너무 일하는 티를 많이 내는 기기라는 점이다. 차력사 같다. 간단히 말해서 시끄럽다. 밤에 커피 마실 일은 별로 없지만, 이른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실 일은 있을텐데 옆집 사람이 늦잠이라도 자고 싶어 한다면 참으로 미안한 일이 될 것이다.

커피는 과테말라 안티구아와 블루마운틴을 각 200g씩 샀다. 아름다운 재단에서 운영하는 아름다운 커피의 커피를 사려 했는데, 좀 더 비싸서 다른 곳에서 샀다. 다음엔 꼭 아름다운 커피에서 사야지. ㅜ.ㅜ

커피는 콩을 볶아서 빻은 때부터 향은 날아가기 시작하는데, 커피 400g은 나 혼자 마시기엔 다소 양이 많다. 하지만 배송료가 아까워서 충동구매를 했다. 좀 후회하고 있다. 200g 한 봉지만 살 걸... 커피향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마셔야겠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한 잔 내린 사진

사진은 자판기 커피처럼 나왔는데 맛과 향은 제법 에스프레소와 비슷하다. 물을 너무 넣어서 좀 떫은 맛이 나긴 했지만 나중엔 물양을 잘 맞춰서 더 나은 맛을 냈다.

주변에 맛보이고 싶지만 커피가 비싼 탓에, 자랑하고 싶어서 간질 간질한 허벅지 꼬집으며 참고 있다. 혹시나 초대하지 않은 사람이 커피 마시러 올 것을 대비해서 낱봉 커피를 사다 놓고 에스프레소 기기로 뜨거운 물을 내려서 줘야겠다. 쪼잔한가? 아침잠 줄여가며 성실히 우리나라 경제와 내 주머니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에게 따지길 바란다.

어쨌든, 커피 내리고 씻는 귀찮은 일을 기꺼이 하며 틈틈히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다. 만날 에스프레소만 마시면 질리니까 한 번은 뜨거운 물 더 부어서 아메리카노, 한 번은 붓지 않고 에스프레소로 마신다. 뜨거운 물만으로 두 가지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으니, 난 참으로 똘똘하다. 암소학~(I'm so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