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는 것이 두려울 때

  1. 공부를 해서 뭔가를 알아가고 이해한다.
  2. 이미 머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다른 앎과 이해가 새로운 앎과 이해와 어우러진다.
  3. 각 각은 더 알찬 알맹이가 된다. 이를 “이 상태”라고 했을 때,
  4. 어느 순간 “이 상태” 너머를 보고 싶다.

바로 이때.
그 너머를 보고 싶은 바로 이때.
그러니까, 하나를 알게 되면 수 천, 수 만, 수 억, 아니 그 이상. 그 수많은 것들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는 바로 이때.

나는 두려움을 느끼며 깊은 좌절을 맛본다.

앎을 위해 공부를 한다. 그때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진실을 피하려는 듯이 계속 공부를 한다.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처럼, 공부라는 발버둥을 치면 칠 수록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절망에 더욱 더 빠져든다.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 절박하고 두려운 고통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최후의 최후까지 품어야 할 나의 힘, 호기심. 내가 살아가는 근거이자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