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되고 싶지 않았다.

한 젊은 병사는 갑자기 그 자리에서 '사생활도 없는 이 세상에서 나는 죽어서라도 공동묘지 아닌 개인묘지에 묻히고 싶다'고 말한다. (중략) 군사재판소는 그에게 사형을 내려 총살해버리고 만다.</p>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에 그는(지노비예프) 전선으로 끌려갔다. 그에게는 적군 독일군에 대한 적개심이나 아군 소련군에 대한 충성보다는 오히려 스탈린 체제의 집단적 히스테리 조작의 기술이 눈에 보일 뿐이었다. '악'과 싸우는 '선'을 자임하는 일부 소련 병사들이 살육에 참여할수록 적병 사살 자체를 몸과 마음으로 즐기게 된다는 사실은 충격적인 발견이었다. 그 광경은 그에게 자신의 개성과 신념을 보존하려면 내면에서의 적극적인 저항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겨주었다.

일탈이나 다름에 대한 의식 · 무의식적 공포와 사회적 분위기와 자신을 동일시하도록 만들어진 정체성은 군인들로 하여금 자진해서 희생할 욕구를 자아내게 했다.

그는 '닫힌' 집단주의 사회가 갑자기 개방될 경우 '시류 따르기'에 길들여진 집단의 구성원들이 현실적으로도, 이념적으로도 서양의 노예밖에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중략) 집단을 현실적으로 떠나지 않고도 철저한 거리 유지와 도덕적 실천을 통해서 자신을 지키는 것이 그가 제시한 이상적인 방법이었다. (중략) 저자의 대안은 평범한 인간 이상의 힘과 용기를 요구했다.

문득 생각 난 박노자의 “하얀 가면의 제국” 책 내용 일부.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