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스타트업 라이프. 창업하게 싶게 만드는 책

마이 스타트업 라이프
10점

2000년에 창업하던 당시, 이런 책을 먼저 만났더라면 삽질과 뻘짓은 덜 했을텐데. 힘겹게 3년을 버티고 회사를 접을 당시, 이런 책을 만났더라면 좀 더 빨리 추스릴 수 있었을텐데. 몸을 추스리기 위해 아직도 많은 노력이 들이는 난 어찌보면 좀 때늦은 얼마 전에 이 책을 만났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었을 때 이 말은 참말이 된다. 나는 과연 얼마만큼 실패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노력을 했을까.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지만 난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다. 뒷수습을 하는 데 노력을 한 걸 교훈을 캐내려는 노력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벤 카스노카는 어린 나이에 설마... 하는 생각이 들만큼 사업을 훌륭히 해왔다. 이미 수 많은 책에서 말하는 점들을 충실히 행했다. 많은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리고 스스로가 가진 감각으로 사업을 하며 저지를 수 있는 삽질들을 최소화 했고, 해야 할 일도 잘 했다. 아... 그렇구나. 비로소 나는 그동안 "사업 실패"에서 교훈을 캐내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글쓴이가 잘한 부분과 잘 못한 부분들을 읽으며 내가 못한 부분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벤 카스노카는 조단 조단 자신의 얘기를 책에서 할 뿐이었지만, 부드럽고 재미난 그 문장들이 나를 아프게 했다. 책을 읽는 내내 아픈 반성을 했다.

짧게 보든 길게 보든 성공을 한 이들에게 성공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음 상할 때가 많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성공했는지 성공 요소에(what) 대한 얘기는 잘 해주지만, 그 무엇에 대한 이유(how, why)를 물으면 참 부실한 답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말로 "왜" 그런 요소를 이끌어 내거나 행할 수 있는지 답을 하지만 결론은 거의 언제나 하나이다. 자신이 잘났기 때문. 자신이 잘났다는 이야기를 수 백 쪽에 걸쳐 늘어놓은 뒤 돈을 받고 책으로 팔거나 목소리로 내어 돈을 번다. 아주 질 나쁜 경험담 공유이다.

벤 카스노카는 그런 점에서 볼 때 질 좋은 경험담을 공유하고 있다. 사업을 하며 겪은 이야기를 편하게 들려 줄 뿐이다. 자신을 꾸미지도, 그렇다고 사업(회사나 상품)을 꾸미지도 않는다. 그래서 읽으면서 마음 상하지 않는다. 성공을 깊이 원하거나 실패를 한 이들은 성공한 이들이 무의식 중에 내뱉는 침 섞인 말들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벤 카스노카는 자신의 "성공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 경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읽는이는 글쓴이가 행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폭력에 긴장할 필요 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무릇 "경험 이야기"나 "성공 이야기"는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

침대 맡에 두어 잠자기 전에 잠깐 읽으려 한 책이었는데 4시간을 꼬박 쉬지 않고 읽느라 밤잠을 못잤다. 어스름한 새벽녁을 느끼며 꿈 속에서 2000년 초를 반성했다. 반쯤 잠든 채 반쯤 깬 채. 그렇게 반성을 하고 난 뒤 나는 다시금 창업을 하고픈 도전심리가 떠올랐다. 허허, 그것 참. 참아야지. 반성을 했을 뿐 아직 교훈까지 제대로 일궈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참 위험한 책이다. 그래서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