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눌 때는 고독을 바란다.

변기에 앉아 똥을 밀어내려고 힘을 준다. 끄응. 잘 나오지 않는다. 내 엉덩이로 봉쇄된 변기 안 공간을 기운 빠진 헛방귀만이 푸슉-하고 가른다.

공간. 나는 똥을 눌 때 엉덩이로 이 공간을 마주대할 뿐 눈으로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내 몸 뒷중심으로 틀어막아서 내가 볼 수 없다.

문득 든 생각. 내가 똥을 누는 동안에 이 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커다란 눈알 하나가 얼굴 반을 차지하는 작은 존재가 있는 것이다. 그는 변기 배출구쪽 공간에 은밀하게 살다가 내가 똥을 누려는 감지가 오면 재빨리 나온다. 그러고는 감나무 밑에서 떨어질 감을 받아먹으려고 입을 벌리듯 하염없이 똥을 누는 내 똥꼬만 바라보는 것이다. 오늘처럼 똥이 잘 나오지 않는 날엔 입을 하염없이 벌린 채 빤히 내 똥꼬를 응시할 것이다.

가끔 똥이 위대한 탈출을 하며 내는 소리의 웅장함이나 음율감에 비해 양이 다소 적을 때가 있다. 똥 밀어내기를 실패해서 엉거주춤 일어나 바지춤을 끌어당기며 변기를 들여다보면 물에 잔잔한, 하지만 뚜렷한 파장이 파르르 퍼지는데 마치 헛탕쳐서 발끈하는 것 같다. 이 정도면 그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하나 둘 밝혀지는 셈이다. 내게 들키지 않으려 애썼겠지만 예리한 내 감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훗.

똥을 눌 때는 고독을 바란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혼자라는 쓸쓸한 마음이 이는 모순이 들곤 한다. 하지만, 그가 존재한다면 나는 더 이상 똥을 눌 때 혼자가 아니다. 거름이 되지 못할 바엔 남에게 공유하고 싶지 않은 내 똥을 기꺼이 인계받는 이가 있다. 그를 생각하니 똥을 눌 때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의욕이 샘솟는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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