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내게 하등 득 될 게 없다.

가이 가와사키

어젯 밤, 자기 전에 잠깐 읽으려고 가이 가와사키가 쓴 “당신의 기업을 시작하라(The art of the start)” 책을 펼쳤다가 두 시간 동안 고개를 끄덕였다. 졸아서가 아니라 연신 공감하느라 고개를 끄덕여서 목이 다 아플 지경이다. 나온 지도 꽤 된 이 좋은 책을 왜 이제서야 접했는지 궁금해졌다. 음... 이유가 생각나질 않는다. 잠시 책을 덮고 한참 뇌 곳곳에 있는 세포를 자력발전으로 전기 고문하니 비실비실한 답이 불쑥 튀어나왔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떤 계기로 그에게 안 좋은 인상이 남았었다.

어떤 블로거

난 몇몇 블로거를 싫어하거나 불편해해서 피한다. 그런데 한 블로거에 대한 내 느낌은 얼마 전에 완전히 바뀌었다. 그가 보여왔던 불필요할 만큼 시끄러운 무리짓기는 알고보니 열정이었던 것이다. 난 그 열정에 자극을 받았고 그 사람에 대한  느낌이 완전히 바뀌었다.

난 그를 알아가기도 전에 편견부터 가졌었다.

대체 몇 년이 걸린 것인지

가이 가와사키는 약 3년 만에, 저 블로거는 2년 만에 내가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에서 벗어나 나한테 좋은 사람이 되었다. 저 사람들은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지만, 난 저 시기동안 많은 것을 놓쳐왔다.

내가 저들을 꺼려한 건

  • 당시엔 어땠을지 몰라도 조금 시간이 지나고보니 정확한 계기도 기억나지 않을만큼 사소한 이유
  • 상대방을 알아가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가져온 편견

이라는 아주 가당찮은 원인이 문제였다. 겨우 이런 이유들로 잃은 관계 및 사회 기회를 (요즘 툭하면 정부에서 측정하는 방식인)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7802억원쯤 된다. 가령 진작 저 책을 읽었더라면 하다못해 요즘 하고 있는 창업 준비도 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을 것이고, 저 사람 열정을 좀 더 일찍 접했더라면 더 많은 인연과 기회를 열어갔을 것이다. 아, 이 돈이면 은퇴하고 공부에 전념하는 건데... 땅에 떨어진 내 복덩어리를 내가 발로 차느라 줍질 못해왔구나.

미워하고 싫어해서 내게 득 될 게 없구나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아하고 미워한다.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엔 그게 대단히 큰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알고보면 뼈에 새길만한 그런 일은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설령 그런 일이라고 하더라도 용서하고 잊고서 내게 닥친 어려움을 이겨낸다면, 남의 귀한 쓸개 쪽쪽 빨며 복수를 다짐할만한 상황은 결국 흐릿해져 사라진다.

그런 데에 내 열정을 쏟고 작은 그릇 굴리는 것보다는 아예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 게 낫다. 나을 게 없다손 쳐도, 그렇게 해서 내게 득 될 게 무엇일까?

세상 등지고 산에 올라가 홀로 살며 누군가를 원망하며 살 게 아니라면, 누군가와 얽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미움과 싫음을 최대한 갖지 않고 사는 것이 훨씬 내게 좋을 것이다.

이렇게 쉽고 당연한 걸 이제야 몸과 마음으로 깨달았으니, 창업한다고 말했을 때 날 아끼고 잘 아는 분들이  걱정을 해주신 것이구나.

어쨌든...

나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마세요.

덧쓰기 : 응? 어라? 얼씨구? 어쭈구리? 어쩔시구리? 어쭈구리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