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성과 부정성을 생각하다.

여러 사람을 만나며 배운 것 중 하나는 긍정성과 부정성이다.

상대방이 긍정주의자이면 나도 긍정성 원기와 열정을 충전받게 된다. 긍정주의자와 몇 시간을 이야기 나누어도 지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걸 듣는 게 즐겁다. 내가 입을 여는 것이 두렵지 않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은 물론, 자리를 파한 뒤에도 설렘이 남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에 반해 부정주의자이면 충만했던 내 열정과 원기 마저도 깎여 나가는 기분이다. 고작 10분만 이야기를 나눠도 피로해져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의 말을 듣는 것도 고역이고 내가 말하는 것도 부담된다. 내 말 조차 부정 당할테니까. 자리를 파하고 나면 그 후유증 때문에 다음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 구정물에 흠뻑 빠진 채로 다른 사람을 만날 순 없지 않은가?

긍정주의는 낙관주의와 구분해야 한다. 낙관성은 비록 자신의 입에서 부정형 말이 나오지 않을 뿐, 듣는 상대에게 불안감을 일으키므로 오히려 상대방 머릿 속에 부정성을 심어준다. 결국 낙관주의자와 나누는 대화 과정은 부정주의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지치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어딘지 모를 불안감에 계속 긴장하게 되므로 나중에 자리를 파한 뒤에 지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낙관주의자도 표현 방식만 다를 뿐 결과는 부정주의자와 비슷하다.

왜 그럴까? 낙관성이나 부정성은 “다름”보다는 “틀림”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낙관주의는 낙관을 지키기 위해 자신과 다른 것을 틀리다고 여기고, 부정주의는 부정하기 위해 다른 것을 틀리다고 한다. 자신은 옳고 타인은 틀리기 때문에 틀린 자가 옳은 자신에게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도 깔려있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 다르다. 서로 다른 사람이 같아질 수는 없기 때문에 서로를 맞춰 나아간다. 그런 동기화 과정과 행위는 적지 않은 힘을 소비한다. 낙관주의자와 부정주의자와 대화를 하면 힘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긍정주의자는 “다름”에 더 집중한다. 가령, 발생한 문제를 “틀려서 발생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달라서 발생한 것”으로 여기고, 그 “다름”에 비추어 문제를 푼다. 문제를 푸는 데에 집중하면 되므로 힘도 덜 들고 효율도 높다.

여러 사람을 만나며 얻은 이 교훈은 사실상 무척 사소하다. 진짜 교훈은 저런 생각에 비추어 나 자신을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난 그러지 말아야지, 저 사람은 왜 저리 부정 성향이 강할까? 에 그치지 않고, 내 말과 생각을 다시 보게 된다. 편하게 내뱉은 내 말이 혹시 상대방의 힘을 희석시키거나 와해시키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그들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서 나라는 사람도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늘도 자신에게 되묻는다. 나는 긍정주의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