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대교에 올라갔다 내려오다

차경묵 플라스콘 대표는 회사가 망해 이른바 “잠실대교에 올라가 본” 사람이다. 그가 스물한 살에 차린 게임 회사는 3년 만에 쫄딱 망했다. 차 대표 스스로가 “실패 교과서”에 나올 만큼 “가장 안 좋은 실패 사례”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그는 다시 일어섰다. 밑바닥까지 갔는데 또 망하면 바닥을 파서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진 건 에너지밖에 없었다. 다시 해보자는 결심이 섰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오늘을 만들었다.</p>

지난 5월에 나왔는데 오늘 우연히 발견한 기사, “[기자수첩]경험, 그 자체를 즐겨라”.

사실 예전에 망했을 땐 경험을 즐길 여유가 마음에 전혀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하루하루가 괴로웠고, 당장 현실에 발생하는 여러 압박으로도 정신이 없었고.

그래서, 재작년에 창업준비할 때 권도균 대표께서 실패 계획은 있느냐는 질문을 해주셨을때 “아…”하는 탄식을 애써 삼켰었다.

그때 경험과 기억은 뼛 속 깊이 박혀있고 이 각인을 잊지 않는데, 그건 오기나 독기라기 보다는 내가 신세지고 민폐끼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다. 그 마음 때문에 다리에서 도로 내려온 것이고, 다리에서 내려와 잠실 장미 아파트 부근 버스정류장을 떠난 이후 내 성격엔 낙관성과 긍정성이 더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성공해가는 모습, 성공한 모습, 실패해가는 모습, 실패한 모습을 머릿 속에 그리는 요즘이야 말로 경험 그 자체를 즐기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