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힘을 보여준, 기획자 출신 프로그래머 이성훈

2006년 여름이 슬슬 시작하던 어느 날.

세중이가 자기 후배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했다. 그는 웹서비스 기획자였는데, 기획자이면서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날 신기하게 여기는 세중이가 나와 그를 연결시켜주려 한 것이다.

그뒤로 몇 번 메신저로 그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내가 원체 메신저를 귀찮아해서 잘 안 쓰다보니 이후 연락이 뜸해졌다. 어쨌든 그는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려는 것 같았다.

그를 다시 만난 건 2008년이었던 것 같은데, 일요일마다 모여 공부를 하던 스터디 그룹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몸짱이 되어있었기에 난 금방 그를 알아보지 못 했는데, RoR(Ruby on Rails)를 활용한 프로그래밍을 열심히 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 프로그래밍 능력이 일천한 수준이라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아볼 눈이 없었지만, 그때 그 만남 이후 꾸준히 프로그래밍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 그는 여러 회사에서 분명하게도 프로그래밍 일을 했고, 원래 해오던 기획 경험도 잘 살리며 일을 했다. 그를 보며 오오, 신기하고 대단해~! 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2006년에 그가 날 보며 느끼던 감상도 비슷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성훈, 그는 현재 Club Venit에서 CTO로 일하고 있다. 취미로만 프로그래밍을 깨작대는 나와는 달리 그는 파고 또 파서 월 매출 7억원을 내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기술을 총괄하고 있다. 그의 곁에는 2008년 매주 일요일마다 스터디그룹을 짜서 함께 공부했던 정지웅서창희님이 함께 하고 있는데, 당시에 두 사람은 프로그래머였고 현재 Club Venit에서 CEO와 COO를 맡으며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살짝 엉덩이를 뗀 걸로 보인다. 실력 좋은 프로그래머 출신 CEO와 COO가 기획자 출신 프로그래머를 CTO로 인정했으니, 그가 얼마나 노력하고 열심히 했는지 알 수 있다.

정말이지, 사람 일은 알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