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로서 업계 최고 대우

군대 이야기처럼 게임 몇 개 만들어온 게임 개발자라면 하나씩은 흔히 갖고 있는 열악한 게임 개발 환경 경험 이야기를 나도 꽤 갖고 있다. 지하실 단칸방에서 김치를 적극 활용한 반찬들로만 구성된 식사를 직접 해먹기도 했고 작업용 컴퓨터가 부족해 주간과 야간 번갈아가며 일하는 등 다양하지만, 구구절절 다 이야기를 꺼낼 순 없으니 간단히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게임 업계 떠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우와! 나도 저렇게 재밌는 게임 만들거야!"

1990년 중반 인디 게임 개발자 시절부터 오랜기간 밤잠 이루지 못 하게 하던 게임이 참 많다. 울티마 시리즈를 하며 내가 만든 게임 세상에 나를 본딴 인물을 등장시키고 싶었고,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하며 롤플레잉 게임에 한글이 나온다는 사실에 감격 겨워했으며, 성검전설 3를 하며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좀더 구체화 된 목표를 잡기도 했다. 이외에도 날 설레게 하고 영감을 일으킨 멋진 게임이 참 많다.

게임 업계를 떠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2007년에 잠시 게임 업계를 떠나기 전까지 약 8년 동안 게임 업계에 버티며(?) 게임을 만든 힘은 단 하나였다. 나도 저렇게 재밌는 게임을 만들고 말겠다는 꿈이자 목표였다.

그래서일까? 발갛게 상기된 채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가만히 듣다보면 솔직히 별로 재밌을 것 같지 않은 게임도 많았지만, 자신의 꿈, 즉 자신의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즐겁고 행복하기까지 하다. 그 사람이 좋다. 그리고, 그런 사람과 함께 게임을 만들고 싶다. 그 사람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지난 날, 내가 게임을 계속해서 만들 수 있던 원동력은 재밌는 게임을,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이었다. 이제 난 플라스콘에서 내가 그러했듯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하나쯤은 갖고 있는 개발자들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재미있고 즐거운 조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자신의 게임을 만들고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최고 대우를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