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정착시켜준 아내

아내는 집안 정리정돈과 청소를 한다. 나는 여느 남편들처럼 무척 사랑해서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는 소파에 눌어붙어 앉아 논다.

아내는 내가 집안 일을 도와주면 고마워하지만,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서 잔소리를 하진 않는다. 쓰레기를 내다 버리면 배시시 웃으며 고마워한다. 무어라 공시랑공시랑 혼잣말을 하며 정리하고 청소한다. 이미 잘 정리된 걸 정리하고 이미 잘 청소된 걸 또 청소하는 덕에 집안은 늘 정리되어 있고 깨끗하다.

뭔가를 먹으려고 움직이느니 그냥 안 먹고 마는 나를 잘 아는 아내는 소파에 앉거나 누워있는 내게 틈틈히 과일이나 차를 갖다준다. 그런 아내에게 내가 해주는 거라고는 내 맥북 프로에 꽂은 어댑터 선을 아내 맥북에 꽂아주거나 내가 알아듣지 못 하는 분야에 대해 종알종알 말할 때 추임새 넣듯 대꾸를 해주며, 아내가 좋아할 법한 음악을 크게 틀어주는 게 다다.

월, 화, 목, 금은 저녁에 운동하고 퇴근하느라 23시나 자정에 집에 가고, 그나마 운동을 쉬는 수요일엔 저녁 일정을 잡곤 한다. 토요일엔 쉬느라 집에 붙어있고, 일요일엔 개인 일 하느라 집에 붙어있다.

환기하느라 집안 문들을 활짝 열고는 추워도 잠시만 참으라는 아내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나는 한창 신혼을 보내고 있는 남편이다. 아내는 내가 내 평소 일상에 녹아들게 챙겨주고 이끌어주고 있다. 결혼 후 일상이 바뀌는 데서 오는 혼란이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자신의 생활을 살며 옆사람의 생활도 지켜주는 아내가 대단하다. 아내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