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을 맞이하며

삶에 방향이 있다면, 위가 아래로 아래가 위로 자리를 옮기기도 하고 흐르는 방향이 바뀌기도 하고 겉과 속이 뒤집히기도 한 2014년을 보냈습니다.

2009년 창업한 이래 기고, 걷고, 달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사업을 해오다 배가 뒤집힌 사고를, 그리고 그 사고가 사건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여정을 중단하였습니다. 그때쯤 5번 디스크가 척추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를 벌여 몇 달 고생하였고,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한 몸이 참 소중하다며 지난 시간을 돌이킬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또 그때쯤 우아를 잉태하였는데, 잘 안 움직이는 저와 아내와는 달리 아주 활달하게 태동하여 한 달여 남은 출산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뭘 할 지 고민하는데 자꾸 도피성, 회피성 계획만 잡길래 다 집어치우고, 한두 달 정도 쉬면서 게임도 하고, 멍 때리기도 하고, 이런 저런 장난감을 갖고 놀기도 하고, 공부도 했습니다. 큰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때쯤, 주변에서 많이 챙겨주시고 도와주셔서 여름부터는 조직에 합류하여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로 Python을 쓰며 Go도 다루고 있는데, 데이터를 다루는 일과 하드웨어를 다루는 일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일하며 앞으로 뭘 할 지에 대해 조금 더 세세하게 가닥을 다듬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그동안 살아온 삶과 다른 삶을 열어 새로이 여정을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전환기에 도와주신 분들이 계셔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인연에 감사하며 소중히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