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Feb 2007
Vienna에 있는 RSS 구독 주소들을 별도 파일로 뽑아내려고(export to opml) 하는데 잘 안됐다. 이상하다 싶어서 관련 증상을 찾아보니 프리버즈님이 남긴 걸로 보이는 opml로 내보낼 수 없는 증상에 대하 문의 글을 발견했다. 운영체제 언어가 영어가 아니면 안된다더라. 그냥 참고 기다릴까 생각했는데 관련 증상에 대한 글이 나온 지 꽤 됐는데도 문제가 여전한 꼴을 보니 기다릴 마음이 가셨다.
그래서, NewsFire로 갈아타기로 마음 먹었다. 월급도 나왔겠다, 18 달러 쯤은 과감히 내주지. 훗...
아, 내가 NewsFire를 선택한 이유는 아무래도 만사마, 아니 만박님 영향이 크다. 믿을만한 사람이니까 19 달러 조금 안되는 돈을 일단 걸어보는 셈.
21 Feb 2007
설 연휴 동안 집 밖으로 나선 거리를 재면 아마 10m쯤 된다. 달갑지 않고 반갑지 않은 친척이 와서 대문 밖에서 약간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공손히 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느 주말과 별로 다르지 않는 움직임, 그러니까 내 방, 거실, 화장실, 거실, 내 방, 거실로 왔다 갔다하는 정도로 몸을 놀리는 주말과 별 다를 바 없는 설 연휴였다.
손해 보기 싫은 사람처럼 토요일부터 한 두 시간 늦잠을 자고, 최소한 출퇴근 하느라 걷던 거리 마저도 주말엔 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장도 느슨해지는지 도통 똥을 내보내려 하지 않는다. 일부러 똥 누기도 귀찮아서 장이 제 맘대로 하게끔 냅두면 일요일엔 제법 아랫배에 느낌이 경쾌하진 않다. 그래도 월요일 아침에 찬 물을 한 잔 마시고 출근을 하면 장도 비로소 긴장을 해서 이틀, 정확히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먹은 사흘치 양을 내보내느라 월요일 오전은 똥구멍이 바쁘다. 수시로 입(?) 벌리고 덩어리들을 내보냈다가 다시 오므리고, 다시 벌리고 오므리고.
이번 설 연휴라고 해서 별 다를 건 없었다. 그러니까, 예전 설과 비교해서 다를 것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여느 주말과 별 다를 바 없었다는 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느 주말과는 달리 하루를 더 그 짓을 했다는 것인데, 예상치 못한 하루치 느슨함에 장이 적응을 하지 못했나보다. 주말 동안 곱게 빚어 놓은 똥을 내보내기를 기다리던 장은 연휴 마지막 날인 월요일 하루치 끼니를 감당해야 했다.
무려 나흘치. 청심환 같은 덩어리 똥이나마 그날 그날 똥을 빚고 내보내던 장이 나흘치 덩어리를 쌓아두려니 힘들었나보다. 마침내 출근한 화요일에 거하게 내보냈다. 힘들어서 세 번에 걸쳐 나눠 쌌다.
내가 눈 똥을 본다. 딱히 취미라고 하기도 뭐하고 관심을 갖는 건 아니며, 그렇다고 답답하고 좁은 곳에서 오랜 시간 묵었다 나온 숭고한 수도자 같은 똥을 보며 내 건강을 확인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다. 단지 휴지로 똥구멍 주변 지역(이렇게 말하니 왠지 번화가 느낌도 난다)을 닦은 뒤 찌꺼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틀어 휴지를 쳐다보거나 혹은 물을 내리려고 몸을 틀다보면 공기가 숨구멍을 통해 폐로 들어오듯 자연스레 물 속에 둥실 둥실 떠있는 똥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5분간 씨름을 한 증거물처럼 물 속에 또아리를 틀며 길게 뽑혀 있는 똥. 저 길고 양 많음을 뽐내는 순대같은 똥이 내 배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니 신기했다. 지금 보기에도 넉넉할만큼 많은데 아직 배에는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하지만 지금 당장 세상(배) 밖으로 나올 준비가 되지 않은 예비 똥들이 묵직하다. 나흘치는 만만치 않다. 세 번으로 나눠서 눈다고 치고 매 번 저 정도 양을 내보낸다고 치면, 만만치 않은 양이다. 그 정도 양을 내 배에 담고 다닐 수 있다니. 간단히 생각해서 순대 만원 어치를 위와 대장, 소장에 나눠서 넣는다고 해도 다 안들어 갈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내려다 보고 있는 순대 1/3 분량은 엄연하다.
금요일에 입소(?)해서 야물게 다져진 순대 1호는 서서히 물 속에서 조금씩 흩어지고 있다. 금요일에 뭘 먹었더라. 순대는 분명 아니다. 곧 있으면 순대 2호와 3호가 나올 것이다. 2호 순대와 3호 순대도 1호 순대와 마찬가지로 그 모습만으로는 원래 어떤 모양을 가진 먹거리였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꼭 1~3호 순대 뿐 아니라 내일, 모레, 글피에 나올 순대들도 마찬가지이다. 좀 더 세심하고 관심을 쏟는다면 이들 각 각이 가진 생김새가 서로 다름을 알 수 있겠지만, 굳이 그들이 뒷구멍이 아닌 앞구멍을 드나들 수 있던 화려한 시절 속 모습을 찾을 필요도 없긴 하다.
쿠르릉. 괴팍한 소리를 내며 변기 물이 내려가고 1호는 그렇게 떠났다.
안녕. 금요일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토요일 아침 겸 점심 끼니로 뭉친 1호 순대야. 그리고, 토요일 간식, 저녁, 야참 일요일 아침 겸 점심으로 뭉친 2호 순대도, 일요일 저녁, 월요일 점심, 간식, 저녁으로 뭉친 3호 순대도 미리 안녕. 멀미 안녕, 아니 사나흘간 묵은 똥 안녕. 안녕. 안녕.
아, 오늘은 왠지 부활이 부른 '안녕'이 떠오르누나.
너는 저기 있었지 많이 야윈 얼굴로 나에게로 미소 지으며
이제 생각해보면 날 위해서였던 나의 숨겨진 모습이었어
비가 오고 있었지 내리는 저 비처럼 날 사랑해오던 그댈
너를 떠나 보내던 나의 젖은 모습이 지금 저기에 있는 것 같아
안녕 그대 널 사랑한 후에 그 긴 세월을 그리워 했어
그 긴 세월을 그리워 했어 이제 다시는 널 볼 수 없는
서로가 돼 온 걸 모른 채로
...
너를 떠나보내던 나의 젖은 모습이 지금 저기에 있는 것 같아
안녕 그대 널 사랑한 후에 그 긴 세월을 그리워 했어
그 긴 세월을 그리워 했어 이제 다시는 널 볼 수 없는
서로가 돼 온 걸 모른 채로
안녕 그대 이젠 전하고 싶어 수 많은 밤을 그리워 했지만
멀리 서로를 지켜줬기에 아름다울 수 있었다고
안녕 그대 널 사랑한 후에 그 긴 세월을 그리워 했어
그 긴 세월을 그리워 했어 이제 다시는 널 볼 수 없는
서로가 돼 온 걸 모른 채로
죄송합니다, 부활 여러분. 명곡 노래말을 이 글에 붙이니 참 묘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