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용서해줄까?

때는 1999년.

회사에서 Cranberries 1~3집을 Winamp에 통채로 넣고 들으며 일을 하고 있었다. 마냥 Cranberries만 들으면 금방 질릴 수 있으니 사이 사이에 다른 노래도 껴넣었다. 이를테면 Dream Theater의 Another day라던가, 더더 1~2집, Helloween, Skid raw, 김경호, Alanis morissette 등.

당시 나는 MP3를 PC통신망 중 하나인 Nownuri 동호회 자료실에서 구했다. Telnet으로 Nownuri에 접속해서 파일을 받으면 긴 파일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 파일 이름 8자에 구분점, 그리고 확장자까지 해서 총 12자까지 파일 이름으로 지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03.mp3, kkh2-3.mp3 식으로 이름 붙은 MP3를 받는 경우가 흔했다. 아무 생각 없이 파일을 내려 받은 폴더를 통채로 Winamp에 넣고 듣다가 정말 눈물 주르륵 나올만큼 좋은 노래를 발견해서 대체 누구의 노래일까 확인하기 위해 MP3 파일 이름을 확인하면 정겨운 그 이름, 02.mp3이어서 좌절을 하곤 했다.

땀 냄새나는 한낮 여름 더위는 저녁까지 여전한 8월쯤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와서 언제나처럼 노래를 들으며 야근 하기 전에 이리 저리 놀고 놀고 있었다. Alanis morissette의 You ought know가 발장단을 이끌고, Helloween의 Forever and one의 애절함이 똥꼬를 옴찔 옴찔 자극하며, Offspring의 All I want가 목을 흔들어 풀어주는 훈훈한 저녁 휴식 시간.

갑작스레 큰 소리로 노래가 흘러나와 귀를 세게 쳤다. 소리 크기를 잘못 지정해서 여느 노래 MP3보다 소리가 2배 정도 크게 녹음된 메탈 노래였다. 깜짝 놀라 허둥 지둥 이어폰을 뽑으려 했다. 줄을 앞으로 당기는 바람에 이어폰이 귓바퀴를 잡아 끌듯이 억지로 끌려나왔다. 아펐다.

이런 일이 있은 후에도 몇 번 더 당했다. 대체 이 괘씸한 노래를 부르는 애들은 누구일까? 싶어 MP3 파일 이름을 보았다.

ratm02~1.mp3

...

후우... 뭐지? 알음 알음 찾아보니 Rage against the machine의 Bulls on parade였다.

감히 이런 시끄러운 노래로 내 귀를 괴롭혔다니!

하며, 나는 두번 다시 일부러 Rage against the machine 노래를 듣지 않았고 싫어했다. 그러면서 잘도 Korn의 노래는 즐겨 들었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따지고보면 Rage against the machine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노래를 했을 뿐, 진짜 잘못은 소리 크기를 잘못 조절한 MP3 만든 놈이 저질렀는데 나는 애꿎게도 Rage against the machine을 미워했다.

내겐 그럴듯한 이유였지만 Rage against the machine 입장에선 꼴 같지도 않은 이유였던 MP3 소리 크기. 나는 이제 오해를 풀고 원죄를 사하노니, 이제 그만 용서해주려 한다.

Rage against the machie ... 그동안 미안~


판소리 춘향가

소리 : 박계향
년도 : 1991년
출처 : 국립극장
비고 : 완창.

  1. 1부 : 이몽룡, 성춘향 만나다.
  2. 2부 : 그 유명한 '사랑가'가 시작부터 펼쳐진다. 이리 오너라 업고 노울자! 그러나 사랑놀이는 오래가지 못하고 이별하게 되는데.
  3. 3부 : 춘향이는 옥에 갇혀 온갖 고생을 다한다. 한편, 이몽룡은 장원 급제하여 전라 어사가 된다.
  4. 4부 : 어사행장. 그러나 춘향이의 편지를 보고 눈물을 주욱 주욱 흘리는 이몽룡. 20~22분경엔 완전 폭소. 그리고 마침내 옥중에서 이몽룡과 성춘향은 만난다. 춘향의 어머니가 이몽룡을 괄세하자 "어머니 그리마오 그게 웬 말쌈이요. 잘 되어도 내 낭군 못되어도 나의 낭군 고관대작 나는 싫고 만종록도 내 다 싫소 어머님이 정한 배필 좋고 글코 웬말이요" 라는 춘향이의 말이 가슴을 사무치는구나.
  5. 5부 : 이몽룡은 변사또 생일 잔치에 끼어 능청을 떨며 술 얻어마시고는 시 하나 지어준다. 그리고 마침내 어사 출두야! (11분~1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