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함께 게임으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실래요?

1. 게임 만들 줄 아는 아이

학창 시절, 저는 조용하고 잘 움직이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왕따를 당한 건 아니었습니다. 반마다 꼭 한두 명씩 그런 애들 있잖아요. 학년이 올라 반이 바뀌면 "어? 그런 애가 있었나?" 싶은 존재감 없는 아이. 그냥 자기 세계에 빠져 있어서 자기 세계 밖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아이. 저는 그런 아이였죠. 다른 아이들도 제게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고 저도 관심 받길 원치 않았습니다. 그냥 혼자 가만히 있게 냅두길 바랐죠.

어느 날, 저는 제가 만든 첫 게임 Peculiar day를 3.5인치 플로피 디스켓에 담아 학교에 가져갔습니다. 완성한 건 아니었지만, 얼추 게임처럼 보였고 곧 아이들의 호기심을 일으켰죠. 어, 뭐야?! 정말 이거 너가 만든거야? 나도 이거 깔아줘, 대단하다! 그때부터 저는 어리바리하고 조용하여 존재감 없는 아이에서 컴퓨터 잘 다루는 아이 혹은 게임 만들 줄 아는 아이가 됐습니다.

2. 제 이야기(story)를 들어볼래요?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사회 속에서 내 존재의 의미를 찾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이 내게 이르는 첫 관문이 이름인 것은 내 이름을 불러줄 이가 아무도 없다면 더이상 이름은 나에게 의미가 없듯이 말이죠. 그렇게,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우리 존재를 인식하고 정의하는 거겠죠?

전 숫기도 없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 탓에 사람들 사이에 잘 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인연을 맺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지요. 외로움을 타진 않지만, 그래도 혼자로만 살아간다면 분명 쓸쓸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어찌저찌 인연을 맺어가며 제 역할을 조금씩 해나가고 있는데, 다른 사람과 서로 연결되는 좋은 방법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바로 상대방의 이야기(his/her story)를 진심으로 듣고 제 이야기(my story)를 진정성 있게 들려주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 남이 들려주거나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는 서로 마음을 잇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다른 사람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아주 짜릿하며, 그렇게 맺어진 관계는 우리가 존재하고 살아가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마음을 알아준다면 우리는 사회적 존재(social being)의 고통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마치 제가 그런 것처럼요.

3. 게임으로 사회와 소통하고 참여하고 싶다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기부 말고 나라는 존재로 사회에 기여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겨울철에 김장 담그거나 연탄 나르기, 보육원에 가서 함께 어울리기 등은 되도록 우선순위를 낮췄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아주 뜻깊은 활동이지만, 기왕이면 제가 잘할 수 있는 일로 기여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건 바로 게임 개발입니다.

막연하게 게임으로 사회, 정확히는 대중사회에 참여하고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게임을 만들어 제공하여(delivery) 사람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것도 힘들고 어려우며 보람찬 일이지만, 게임을 만드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이라는 관계로 나누는 소통과는 다른 형태와 방식으로 나누는 소통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지 고민했지요.

고민은 2011년부터 본격화 되었습니다. 그런데, 고민만 깊어질 뿐 실행에 옮기질 못 했는데, 게으른 절 움직이게 하는 강한 동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슴을 뜨겁게 불붙여 도무지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강렬한 불씨 하나. 그 하나가 잡힐 듯 말 듯 가물가물 뒷통수 저 언저리에서 맴돌기만 했습니다.

4. 희망예술기지

영화 "도둑들"에서 조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한 친구 tae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 친구는 수시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영화학교 활동이 제 관심을 끌었지요. 아이들과 영화를 만드는 영화학교처럼 게임제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게임을 만드는 경험을 준다면, 아이들은 게임을 소비 컨텐츠가 아닌 창작 컨텐츠로 대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붉어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안좋은 인식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희망예술기지 영화학교 6기 현장 사진

그래서, 그 친구가 참여해 활동하고 있는 희망예술기지에 찾아가게 됐습니다. 실은 구체화한 계획이나 목표 없이 아이디어만 달랑 들고 갔기에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제 이야기(my story)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누군가의 이야기라고 해도 아무 상관없을 그렇고 그런 이야기였지요.

이야기를 나누던 중 화제가 희망예술기지에 오는 아이들로 넘어갔습니다. 희망예술기지에 오는 아이들은 학교와 같은 자신들의 사회에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처지였습니다. 학교 폭력이나 부적응, 우울증 등 다양한 이유로 자존감이 무너질대로 무너진 아이가 많다고 했습니다. 아... 희망예술기지의 최미환 대표님은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셨지만, 그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가득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감정이 전해져 왔습니다.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진정성 있는 그 이야기는 사회단체나 봉사라는 주제로 묶을 수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그 분 자신의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그 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제 학창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만든 게임으로 아이들과 조금씩 맺어지던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비로소 가슴에 불이 붙어 사회에 기여하려는 일은 제 진심이 담긴 일이 되었습니다. 제 이야기(my story)를 담을 수 있게 된 것이지요.

5. 저와 함께 게임으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실래요?

저는 1주일에 한 번, 3시간씩 15회에 걸쳐 아이들(중고등학생)과 함께 게임을 만들려 합니다. 이 아이들에게 게임을 만드는 경험을 주고, 게임을 만들었다는 자신만의 이야기(추억, 경험)를 만들어 주려 합니다. "이거 내가 만든 게임이야. 한 번 같이 해보지 않을래?"라는 말을 다른 친구에게 그리고 부모님에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게임을 자신이 즐기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주려 합니다.

여러분이,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게임은 분명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해줄 것입니다. 우리 게임 개발자가 만들어낸 그 재미는 짧은 시간이라도 즐겁게 놀 수 있게 도와 사회 속 긴장감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우리는 게임을 만드는 도전과 노력에 대해 당당하고 자랑스러워 해도 됩니다. 그리고, 이런 뿌듯하고 자랑스런 경험을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나누어 이 아이들이 자신만의 이야기(스토리)로 만들고 그 이야기를 함께 써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게임을 만드는 기술을 전수하는 게 핵심이 아닙니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을 함께 겪고, 서로가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잇는 것이 목표이자 목적입니다.

여러분.
저와 함께 게임으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실래요?

6. 참가 방법과 필요한 것

희망예술기지와 함께 하는 게임제작학교에 참가할 선생님들을 모십니다.

  • 모집 기간 : 2013년 3월 31일까지
  • 모집 분야
    • 게임 그래픽 : 2D/3D 그래픽 디자이너 각 1명
    • 게임 프로그램 : 게임메이커나 게임샐러드와 같은 게임 저작 도구 이용하여 게임 개발할 프로그래머 2~3명
    • 게임 기획 : 게임 디자이너 1~2명
    • 위 분야가 아니더라도 “이런 걸로 나도 참여/기여를 할 수 있다!”라면 분야 상관없이 참여 가능합니다.
  • 참가 방법 : 게임학교 선생님 참가 신청 페이지
  • 수업 일정 :
    • 1기 기간 : 2013년 4월 27일부터 2013년 8월 3일까지, 총 15회
    • 수업 시간 : 매주 1회 3시간씩. 토요일 오전 시간 예정.
    • 발표회 : 2013년 8월 17일에 졸업작품 발표회 목표
  • 담당 역할 :
    • 아이들의 디자인을 토대로 실제 게임으로 함께 만들거나 직접 개발합니다.
    •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주 역할이자 목표입니다.
    • 게임 개발 기술 전수가 목표가 아니며, 게임 개발은 과정을 경험하는 데 주안점을 둡니다.

마지막으로 희망예술기지의 과목 중 하나인 영화학교를 함께 한 아이들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UD4zQMPEFzg


일상에 정착시켜준 아내

아내는 집안 정리정돈과 청소를 한다. 나는 여느 남편들처럼 무척 사랑해서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는 소파에 눌어붙어 앉아 논다.

아내는 내가 집안 일을 도와주면 고마워하지만,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서 잔소리를 하진 않는다. 쓰레기를 내다 버리면 배시시 웃으며 고마워한다. 무어라 공시랑공시랑 혼잣말을 하며 정리하고 청소한다. 이미 잘 정리된 걸 정리하고 이미 잘 청소된 걸 또 청소하는 덕에 집안은 늘 정리되어 있고 깨끗하다.

뭔가를 먹으려고 움직이느니 그냥 안 먹고 마는 나를 잘 아는 아내는 소파에 앉거나 누워있는 내게 틈틈히 과일이나 차를 갖다준다. 그런 아내에게 내가 해주는 거라고는 내 맥북 프로에 꽂은 어댑터 선을 아내 맥북에 꽂아주거나 내가 알아듣지 못 하는 분야에 대해 종알종알 말할 때 추임새 넣듯 대꾸를 해주며, 아내가 좋아할 법한 음악을 크게 틀어주는 게 다다.

월, 화, 목, 금은 저녁에 운동하고 퇴근하느라 23시나 자정에 집에 가고, 그나마 운동을 쉬는 수요일엔 저녁 일정을 잡곤 한다. 토요일엔 쉬느라 집에 붙어있고, 일요일엔 개인 일 하느라 집에 붙어있다.

환기하느라 집안 문들을 활짝 열고는 추워도 잠시만 참으라는 아내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나는 한창 신혼을 보내고 있는 남편이다. 아내는 내가 내 평소 일상에 녹아들게 챙겨주고 이끌어주고 있다. 결혼 후 일상이 바뀌는 데서 오는 혼란이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자신의 생활을 살며 옆사람의 생활도 지켜주는 아내가 대단하다. 아내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