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사는 귀신들

1. 책상 귀신
내 책상에는 귀신이 산다. 나는 특별히 어지럽히지 않는데 시간이 지나면 엄청 난장판이다. 귀신이 살고 있지 않다면 이렇게 규칙 없이 어지럽혀질 수 있을까?

2. 필기구 귀신
필기구를 잡아먹는 귀신이 있다. 2천원대의 일본제 펜을 무척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며, 1천원짜리 샤프 필기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 싶다. 가끔, 지우개나 샤프 필기구의 심도 먹는 듯 싶다.

3. 이면지 귀신
중요한 발상이나 회의를 기록한 이면지는 내용을 보려면 쓰레기통에서 찾아야 한다. 이면지에 귀신이 붙어있기 때문에 스스로 쓰레기통에 간 것이다.

4. 명함 귀신
명함을 받은 뒤, 연락할 일이 있어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면 없는 번호라고 안내 받는다. 혹시나 해서 전자우편을 보내면 그런 사람 없다는 조금 더 불친절한 느낌을 띤 영문 안내문을 받는다. 음... 명함 속의 당신, 누구세요?

5. 감시 귀신
일을 하다 잠시 누리집들을 둘러보러 다니면 상사가 내 뒤에 서있다. 변을 보는 것인지 생각을 하는 것인지 절대 헷갈릴 수 없을만큼 깊이 생각하거나 이윤열 선수의 손 빠르기만큼 현란하게 문서를 작성할 때는 보이지 않다가, 잠깐 딴짓하면 내 등 뒤에 서있는 상사(주로 이사급이나 사장). 귀신이 알려주지 않고서야 ...

6. 식사 귀신
왜 밥 먹을 때가 되면 먹고 싶은 음식이 머리 속에서 잊혀지는걸까. 귀신이 이제 내 머리 속까지 통제한다.

7. 무료 이용권, 할인권 귀신
무료 이용권이나 할인권은 해당 장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현재 내게 없음을 알게 된다. 특히 값 비싼 식당에서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귀신의 장난이 심하다고 느낀다.

8. 포스트잇 귀신
절대 깜박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포스트잇에 할 일을 적은 뒤 모니터에 붙여놓는다. 그리고 그 일을 깜박하여 놓친 뒤 그 포스트잇을 발견한다. 분명 귀신이 나 몰래 떼었다가 일이 끝난 뒤에 다시 붙이는게 분명하다.

10. 결론
나는 다양한 귀신들과 함께 산다. 덜덜덜.


인생은 도박이라고 말하는 사회

>> 신불자 실상 공개한 현직 판사 글 '화제'

내가 OECD 가입국임에도 우리나라를 선진국은 커녕 후진국보다 좀 더 나은 수준의 나라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빈약한 사회 복지 제도. 사회에서 실패했을 때, 재기할 수 있는 사회 제도가 거의 전무하다. 함께 달려가다 넘어졌을 때, 넘어진 이를 부축해주고 까진 부위에 빨간 약이라도 발라주어 다시 달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넘어져서 절뚝거리거나 엎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모른 척하거나 돌팔매를 하지 않던가?

이것이 자유 경쟁인가. 참으로 무섭고 무책임하다. 이런 도박성은 사회 정치/경제가 발달하지 못한 국가일수록 높고 다양하다.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사채업을 하는 것과 대체 뭐가 다른가! 우리는 비록 쌀밥을 먹지만, 성숙도는 여전히 70년대이다.

문유석 판사의 글은 이런 현실에 향하는 정신이 혼미해지게 아픈 일침이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