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어디든 프로방스가 된다.

- 위대한 캣츠비 2005년 3월 29일자, 프로방스의 비밀

아, 정말 "위대한 캐츠비"는 대단하다. 2005년 3월 11일자 위대한 캣츠비에서 캣츠비는 프로방스를 경험한다. 프로방스에서 연인과 함께 사랑에 취해 한여름에 따뜻한 눈을 경험한다. 캣츠비는 그곳이 어느 곳이건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곳이라면 그곳이 곧 프로방스라 생각한다.

프로방스는 어디일까. 프랑스 남부에 있는 지역으로 폴 세잔과 반 고흐가 머물며 예술혼을 불태웠던 곳이다. 지중해 부근 지역의 특성인 맑은 하늘과 풍부한 햇살은 프로방스를 아름다운 곳으로 만든다. 어쩌면 환상적일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연애하고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는 캣츠비에게 사랑은 환상적인 그 무엇이다. 사랑이라는 안식처는 그에게 환상같은 존재였고 그 환상 속의 안식처는 곧 프로방스이다.

그러나 프로방스는 현실이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프로방스에서 자신의 귀를 자르며 자화상을 그린 반 고흐에게 그곳은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자신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반 고흐에게 프로방스는 사랑과 즐거움, 행복이 가득한 유토피아가 아닌 예술혼을 자극하는 잔인하도록 힘겹고 고통스러운 현실이다.

캣츠비가 비로소 현실과 사랑을 깨닫는다. 진정한 프로방스, 즉 "프로방스의 비밀"이란 따뜻한 눈(snow)을 맞으며 체온과 사랑을 나누는 유토피아가 아닌 눈물의 온기를 나누는 현실의 사랑이다. 캣츠비는 자신의 현실과 "선"의 가슴을 통해 그것을 깨닫는다. 선의 눈물과 함께 시작된 따뜻한 눈은 사라지고 프로방스 지역의 지중해를 배경으로 이번 회가 끝난다.

아픔을 배려하고 다독여주기 위해 손을 눈물이 흐르는 얼굴이 아닌, 아픔이 존재하는 가슴으로 뻗는다. 그녀에게 아픔을 주었고, 그 아픔을 치유해주기 위해 아픔의 표현인 눈물을 닦아 아픔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아닌, 가슴을 옥죄이는 아픔 자체를 치유하기 위해 손으로 가슴을 쓸어준다. 그 손은 배려의 손이 아닌 치유의 손이 된다.

오직.. 내 욕망만을 위해.. 존재했던 손을,
상대의 아픔을 보듬는 손으로..
성장하게 해준.. 선에게 감사해.
차가운 손에 따뜻하게 데워지고..
선은, 내게 성스러운 여인이 된다.

캣츠비는 현실과 사랑을 이렇게 깨닫는다. 그 깨달음은 프로방스의 비밀이다. 그리고 지금 이곳이 잔혹한 현실일지라도 그녀와 함께라면 프로방스가 된다.

"위대한 캣츠비" 이번 화는 정말 감동이다. 대단하다. 등장 인물 표정, 배경, 대사 모두 하나 하나 놓칠 수 없다. 엠파스는 이런 멋진 만화를 "다음"에 놓친 걸 후회해야 한다.


회사 얘기 하지 않기

PC방이나 다른 회사에 방문하였을 때 내가 개발에 참여한 온라인 게임이 실행되어 있으면 반가우면서도 묘하게 민망하다. 아니, 반가운 마음보다는 민망함이 더 크다. 그런 내 마음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걸로 잘못 눈치챈 어떤 이는 이거 한날씨가 만든 게임이죠? 라며 눈길을 보낸다. 쓴웃음 한 마리. 어쩌라고...

자신감이나 만족감은 개발한 상품의 상업적인 성공(?)과는 무관할 때가 많다. 가장 최근에 개발한 Y모 게임은 분명 상업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이고 있고, 발전할 여지도 남아있다. 하지만 나는 내 포트폴리오에 괜찮은 문장 하나 넣을 수 있다는 성과 외에는 얻은 것이 별로 없다. 돈을 번 것도 아니고 개발자로서의 만족을 얻지도 못했다. 물론 내 욕심이 컸고, 그 욕심만큼 열정을 부은 것에 비해 이뤄낸 것이 크지 않아서, 즉 내가 못나서 결과가 아름답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Y모 게임에 대해 혀를 놀리고 난 뒤에 남는 혀끝의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자신감을 갖는 상품이 없다보니 한 해 한 해 늘어가는 내 경력도 이제는 부담이 된다. 자랑할 게 없어서 나이 자랑한다는 식으로, 자랑할 게 없던 나는 경력 년수를 당당히 여겼었다. 그것은 비단 넥타이같았다. 그러나 비단 넥타이가 아닌 개목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서서히 조여오기 시작했다. 한 해가 지났는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지 못하자 조임구멍이 한 칸 더 조여든다. 켁켁.

그래서.
나는 근무 중인 회사나 개발한 상품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해서 즐겁지 않고 오히려 아프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