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0102를 아십니까
24 Sep 20040910102를 아십니까. 공부(09) 열(10)심(10)히(2) 하라는 문장입니다.
페이저(Pager), 일명 삐삐라고 불리우는 무선 호출기 세대라면 저런 숫자 조합에 익숙할 겁니다. 이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7942(친구사이), 8282(빨리빨리)를 비롯하여 825(빨리 와), 581025(오빠 사랑해), 79337 (친구야 힘내라~(337박수))등 매우 다양합니다.
지금이야 핸드폰의 SMS(Short Message Service, 단문 보내기)를 통하여 직접 할 말을 전달할 수 있었지만, 예전의 삐삐들은 오직 숫자들만 전송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숫자 발음을 활용하여 하고자할 말을 전달하곤 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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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접한 삐삐는 바로 이놈입니다. 정말 많은 아저씨들의 허리 춤에 매달려있던 바로 그놈입니다. 저는 이것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아버지께서는 이것을 꽤 오래 사용하셨지요. 강한 진동이 특징입니다. 삐삐의 기본에 가장 충실한 녀석이며 011, 017, 016, 018, 019가 한참 서비스 시작으로 전쟁을 시작할 무렵에는 수집가들에게 그럭 저럭 고가에 거래되기도 했었습니다. 마치 모토로라 스타택 초기 모델처럼요.
제가 마지막으로 접한 삐삐는 바로 좌측 사진의 삐삐입니다. 어필 미니지요. 저는 검정색이었는데, 이놈이 꽤나 작고 보들 보들하며 가벼워서 주머니에서 조물락거리기 좋았습니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는 제법 호응을 얻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작고 이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얼마 후 본격적으로 대중화를 시작한 핸드폰(셀룰러, PCS)으로 인해 얼마 못갔습니다. 이놈이 1995년인가 1996년 출시였으니까요.
재밌는 점은 0910102같은 숫자 의사 소통이 활성화될 당시 PC통신망의 대화방(채팅)이 크게 유행하고 있을 당시였습니다. 그 당시 언론 매체에는 간헐적으로 국어가 병든다는 이야기가 거론되었습니다. 삐삐의 숫자 의사 소통을 비롯하여, 안냐세요, 쌤님, 방가 방가 등 지금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 말'로 보이던 말들이고 당시 언론이 참 호들갑스럽다 생각될 따름입니다. email이 한참 활성화될 당시 email로 인해 자필 편지가 사라져가서 인간 관계가 삭막해진다는 예전에는 메신저로 인해 인간미와 정감이 사라져간다며 인간미와 정감을 나눌 수 있는 email로 안부를 묻자는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뭐, 하고픈 말은 많지만 일단은 강산이 한 번 변하기 전인 10여년 전을 회상해보는 걸로 줄여봅니다. 꾸벅 꾸벅. (사실은 언어의 사회성과 관련하여 잡담이나 나누려 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감당이 안되어 이정도에서 생략!ㅡ.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