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데아.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 3집이 발매 되었다.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한다. 서태지도 좋아한다.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팬이라고 부르기는 민망하지만 그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3집을 샀다. 1994년에.

교실이데아. 지금은 내 필살곡(18번 곡이 아님)이 되어버린 곡. 노래방에서의 '<span class=key1 onclick=keyword_open('./kview.php?kd=%C7%D1%B3%AF')>한날</span>'하면 교실이데아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지금이야 힘에 부쳐서 가급적 부르는 걸 자제하지만 한참 팔팔할 때는 노래방 갈 때마다 불렀다. 가끔 한 번에 두 탕도 뛰었다.

이 노래는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고 생각된다. 하나는 가사요, 또 하나는 춤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어떤 음악을 했건 그룹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데에 춤이 빠지지는 않는다. 이런 노래에서 어찌 춤을 출까? 하는 궁금증/호기심/흥미가 생겼다. 그런데 그들은 춤을 췄다. 상당히 어울리게. 교주 옷을 입고 교인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춤 동작들. 멋졌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사 부분에서는 작은 태극기를 잡고 흔드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쫘악 온 몸에 흘렀다.

또 다른 흥미는 노래 가사였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 신분의 사람들을 자극하는 가장 좋은 주제는 교육 제도이다. 교육 제도는 노래에서도 심심치 않게 도마 위에 올려졌었다. 다만 씹는 대상이 교육 제도 자체였다. 그러나 교실이데아는 교육 제도를 씹는 게 아니었다. 「 누굴 쳐다보는 거야? 너 말야 너 」 라고 말하는 듯한 가사. 이 노래는 학생 신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아니라고? 그래 아닐 수도 있다. 아니라고 한다면 노래의 주제를 아직 이해 못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자 여기서 잠깐 벗어난 퀴즈를 내어본다. 다음은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머야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머야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머야
니가 진짜로 진짜로 원하는게
진짜로 진짜로 원하는게 머야 </p>

그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그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그나이를 그나이를 그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그나이를 그나이를 그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그나이를 그나이를 그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내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머야</div>

이 가사에서 주제는? 니가 그 나이를 처먹도록 니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게 있을 거 아냐? 그게 뭐야? 이다. 줄이면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이다.

교실이데아? 암울하니까 반항을 하자고 하던가. 아니다. 이렇게 암울한 거에 칭얼대지 말고 니 자신부터 바꾸라고 하고 있다. 잠시 가사를 보자. 참고로 내가 좋아하는 가사이다.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매일까
왜 바꾸진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이게 이 노래의 진짜 주제가 아닐까? 나는 이 부분을 이렇게까지 과장해서 받아들였다.

니가 정녕 청년이라면. 청년 정신을 받들어라.
이 암울한 세상이 바뀌길 바라며 맞추어가면서
더이상 나약하게 칭얼대지 마라.
니가 먼저 변화하고 세상을 바꾸는 그릇이 돼라.
서태지와 아이들 콘서트에서 안흥찬님

그래서 난 노래방에 가면 교실이데아를 부를 때 변한다. 다소곳이 부끄러운 듯 얌전히 노래를 부르던 애가 이 노래가 시작되면 벌떡 일어나 헤드뱅하며 마구 날뛰듯 불렀다.

어쩌면 너무도 나약하게 구석에 처박혀 날 좀 구출해달라며 기다리기만 했는지 모르겠다. 변화의 시간과 변화의 공간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 시간을 찾아 그 공간을 찾아 발을 내딪어야 한다.

난 강요한다. 자칫 청년의 순결하고 가열찬 정신이 암울한(암울하다고 생각되는) 사회에 짓눌려 순응하며 무변화라는 변화에 익숙해져 가려하는 이들을 깨워주는 멋진 가사라고. 내가 단지 노래방 분위기 좀 띄우려고 발악한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템버린을 내게 맡겨라. 리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맞춰줄테니까.

덧쓰기 : 재밌는 공통점이 있다. 니가 변해! 라고 주장하는 노래 중 내가 좋아하는 두 노래(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교실이데아)는 직간접적으로 크래쉬의 안흥찬님이 참여했다는 것이다. 역시 그런 가사는 안흥찬님의 목소리가 호소력 있다.


체인지 몬스터

마치 동화책을 연상케하는 책 표지와 만화 이름을 연상케하는 책 이름. 2001년의 어느 날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내가 받은 느낌은 경영 분야 서적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전부였다.

사회에 속하여 조직 속에서 생활을 하건, 사회와 연을 끊고 홀로 생활을 하건 변화는 찾아온다. 그러한 변화는 안정의 침입자이다. 그 침입자를 아군으로 만들어내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게 되고, 적군으로서 전쟁을 선택하면 퇴보하게 된다. 그래서 변화를 관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고, 경영학에서도 변화 관리에 대한 고민이 이뤄졌었고 이뤄지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변화에 관한 책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그러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한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나는 실패 요소들, 즉 방해꾼에 대한 책이다. 그 방해꾼(변화 실패 요소)을 체인지 몬스터(Change Monster)라고 명명하면서.

저자는 변화 컨설팅을 수행하며 얻은 경험들과 사례들을 제시하며 조직과 개인에게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은 기존의 책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내용. 무엇이 이 책을 다른 책과 구분지을 수 있게 만들어줄까? 바로 변화에 놓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속한 조직에 변화가 찾아왔다. 당신의 조직이 수행하던 프로젝트가 수익 악화로 인해 프로젝트가 정리된다는 것이다. 당신의 조직에 있던 동료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그 다양함의 기반에는 변화에 대한 불안함이 존재한다. 만일 당신이 그들이 느끼는 불안함을 단지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간과한다면 당신의 조직은 변화에 실패할 것이다. 반면에 그들의 감정을 감성적으로 이해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한다면 당신의 조직 변화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책에서 실사례로 언급되고 있는 두 주인공(회사) 이야기는 바로 위 단락이 요약이다.

또한 변화의 필요성과 변화의 수행 과정, 변화의 마무리를 보다 자세히 구분짓고, 각 시기마다 발생할 수 있는 변화 수행에 대한 위기와 대처 방법, 사례를 아주 친절히 다루고 있다.

이 점들이 이 책을 변화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다른 책들과 구분지어주는 좋은 점이다. 즉 기존의 책들이 조직이나 개인의 변화에 대한 방법론적인 이론으로 변화 관리를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변화의 주체는 인간이고 그들을 휩쓸 수 밖에 없는 주요 요소인 감정을 놓치지 않고 다룬다는 점이다. 멋진 통찰력이지 않은가!

노무현 대통령이 추천하여 책 발매 한참 후에야 알려지기 시작한 멋진 책. 휴대용(포터블) 책이지만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는 근래 보기 힘든 좋은 경영 서적이다. 강력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