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회 이상문학상

오늘 새벽 2시 30분경에 제 28 회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다 읽었다. 손에 잡은지는 제법 되었으나 화장실 갈 때 짬짬히 읽은 탓에 꽤 오랜 시간만에 다 읽은 셈이다.

이번 이상문학상의 대상은 김훈의 「화장」이다. 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내가 읽으면서도 문장 곳곳에서 종종 감탄을 터뜨렸다. 아니, 처음 읽었을 때 별 감흥이 없이 다소 지루하게 읽은 것이 사실이다. 워낙 사건의 기복이 없이 무난 무난히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작품 8편을 읽고 나니 「화장」의 대상 수상이 납득이 되었다. 8편이 못나서가 아니라 「화장」이 너무 뛰어난 탓에 8편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졌다. 죽음을 나타내는 火葬(화장)과 삶을 나타내는 化粧(화장)의 묘한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사건의 기복 없이 숨막히는 전개를 보이고 있다. 동인문학상과 이상문학상을 휩쓰는 전무하고 후무할 기록을 만든 김훈.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스스로를 글쟁이라 칭하는 내가 참으로 부끄럽다고 느꼈다. 정말 멋진 작품이다.

고은주의 「 칵테일 슈가 」 도 재밌었다. 마무리 부분은 개인적으로 별로였지만 마무리를 연출하기 위한 진행 과정은 꽤 재밌었다. 여성 특유의 문체로서 숨가쁘게 풀어나아가는 사건의 진행. 재밌었다.

박민규의 「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 는 가장 재밌고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었다. 무척 개성있는 문체에 개성있는 화제 접근법, 은유와 비유였다. 약간은 말장난식의 서술도 개인적으로 좋았다. 가볍게 읽기에도 좋고 재미도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며, 이번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본다면 이 작품부터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외 다른 작품들도 괜찮았다. 「 그림자 아이 」도 기억에 남는다. 다만 작품들의 전반적인 설정이 불륜쪽인 점이 뭇내 아쉬웠다.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불륜의 주제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많은 비중을 보이는 상황이 조금은 지루했다. 물론 같은 주제라고 해도 표현 방법등의 참신함이 심심찮은 즐거움이었지만 「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같은 새로움을 기대하였기에 조금은 아쉬웠다. 제 11 회 이상문학상같은 맛이 조금은 부족하달까? 김훈의 「 화장 」과 박민규의 「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 에 위안음 삼으며 간단한 후기를 마쳐본다.


코가 꿰이다.

서울시 양재동에 위치한 작은 호수의 물 속. 말라서 회로 발라 먹을 살도 없는 물괴기 한 마리가 수면 부근에 동동 떠다니는 작은 먹이를 발견했다. 물괴기는 그 먹이를 먹으려 한다. 체구가 마른 이들이 더 먹는다거나, 그 먹이가 미끼임이 의심되면서도 먹을 정도로 그 물괴기가 멍청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여기서 전혀 언급할 대상이 전혀 아니~이다. 왜냐하면 그 물괴기는 단지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물괴기는 엉덩이를 바지런히 움직여 수면으로 솟아올라 먹이를 먹었다. 탕수육과 짬뽕 맛이 나는 것으로 보아 이는 분명 탕짬면이다. 그 물괴기는 아주 즐겁게 먹이를 먹었다.

배가 든든. 이제 다시 볼일을 보기 위해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먹이는 미끼였기 때문이다. 입안에 걸려있는 바늘의 정교함을 느껴보니 사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만든 것이었다. 아뿔싸! 최소한 3시간은 꼼짝 없이 잡히게 되었다. 물괴기는 괜히 먹었다며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바늘은 자리를 잡고 놔주지 않고 있으니까.

......젠장, 퇴근하려고 마음 먹고선 회사에서 저녁 챙겨먹다니. -_-; 앞으로 9시까지는 퇴근 못하겠구만. 먹은 게 찝찝해서. 이노무 정신은 대체.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