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두 프로젝트

몰두. 멋진 말이다. 특히 타고난 이야기꾼, 성석제의 몰두의 정의는 공감이 절절하다.

개의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가 있다. 한번 박은 진드기의 머리는 돌아나올 줄 모른다. 죽어도 안으로 파고들다가 죽는다. 나는 그 광경을 몰두라고 부르려 한다.

-- 성석제 ("재미나는 인생" 중에서)

나는 과연 얼마나 몰두하며 살았을까. 그 부끄러움을 느끼며, 내 혼에 몰두를 되새기며 여러 상황에 따른 몰두를 정의해보려 한다.

■ 이외 몰두 보기 ■

오늘자로 새 여직원이 왔다. 남직원의 새 컴퓨터 조립 때는 새 하드웨어를 빼가던 이들이 여직원의 컴퓨터 조립에는 앞다투어 열성적으로 참가한다. 한 번 조립에 뛰어든 손은 돌아나올 줄 모른다. 식사도 조립하며 먹는다. 나는 그 광경을 몰두라고 부르려 한다.
-- 한날 (2003년 12월 23일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람의 구분을 두지 않고 빈대를 붙는 자취생이 있다. 한 번 들러붙은 자취생은 떨어질 줄 모른다. 구박도 끝없이 줏어먹으며 받는다. 나는 그 광경을 몰두라고 부르려 한다.
-- 한날 (2004년 1월 6일 저녁 식사 하기 전에)

블로그에 빠진 네티즌이 있다. 한 번 모니터에 머리를 밀착시킨 네티즌은 빠져나올 줄 모른다. 해야할 본업도 덧글과 이웃들의 업데이트를 확인하며 진행한다. 주변의 구박도 블로그에 올릴 화제거리에 불과하다. 나는 그 광경을 몰두라고 부르려 한다.
-- 앙큼 (2004년 1월 6일 20시 29분)

여자 가슴을 탐구하는 사람이 있다. 인터넷을 누비며 여자 가슴을 탐구하는 손은 멈출 줄 모른다. 같은 곳에서 똑같은 펌글을 볼지라도 쉬지 않고 탐구한다. 나는 그 광경을 몰두라고 부르려 한다.
-- 한날 (2006년 8월 12일 20시 6분)


어떤 이름으로 등록한 거지?

수 년만에 연락이 닿은 녀석을 메신저에서 만났다. 동갑내기 녀석으로서 20살 때 나의 프로포즈를 보기 좋게 차단한 녀석이었다. 얼굴만 땡그래가지고. 버럭!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서 대화를 하자 이녀석은 대뜸 피자를 사 내놓으라고 압박을 가한다. 이녀석은 나 못지 않은 빈대인데, 시집까지 가서(곧 간다고 하니까 이미 간 거나 마찬가지!) 지금은 상대하기가 제법 벅차다. 용케 지금껏 내가 뒤집어쓰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이녀석이 받아적으라며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준다. 번호의 자부심이 대단한가보다. 내 핸드폰에 그녀석이 등록되어 있지 않았기에 나는 번호를 등록했다. 오잉? 그런데 이미 등록된 번호라고 뜬다. 하지만 내 핸드폰에는 그 녀석의 이름이 없다.

이런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사람 이름은 중복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만의 별명을 지어준 뒤 연락처에 등록한다. 예를 들어 저 녀석은 유부땡글이라고 지어놨었다. 빠른 시일내에 결혼할 땡글한 얼굴의 아가씨였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핸드폰에 등록된 이름을 보니 등록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남자 제외)

기러기, 가라가, 똘똘이님, 환승역 형님, 호빵, 차차, 주홍글자, 날찬그녀씨, 빗자루~ 뭐하며들 지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