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엉덩이 부비대고 다니는 곳들

지난 5월 이후 빨빨거리며 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곳곳에서 얻어 쓸 수 있는 사무실을 상상하기도 하고, 먹고 살려고 개발자인 척 하고 다니기도 했지요. 한동안은 실속없이 제 엉덩이 살 베어 구워먹으며 지내는 듯 했는데, 요즘들어서 하나하나 결과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몇 가지가 더 남아있긴 하지만, 냄새 풍기듯이 어느 정도 눈에 드러난 것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연말에 나머지도 소개할게요.

1. 지리산 생명연대에서 운영하는 희망가게 기획 자문 위원

거창하게도 기획 자문 위원이지만 실은 인연을 맺은 정도입니다.

지리산 생명연대는 지리산의 생태,문화,역사 환경을 보호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대안 운동 단체이고, 그런 활동 중 하나가 희망가게입니다.

희망가게 기획위원직 수락서 사진

지방화, 지역화에 관심이 있는 제게 과분한 자리이지만,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생명연대는 물론 희망가게에서 파는 좋은 상품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

2. 건강포럼 웹 개발 지원

건강포럼 웹은 트위터에서 제공하는 API를 써서 자신의 건강을 쉽고 편하게 기록하고 관리하는 서비스입니다. 트위터 쓰시는 분들은 별도 가입절차 없이 트위터 계정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요.

저는 이 서비스에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강좌로 연재한 바 있는 Django를 써서 개발했습니다. 의도한 건 아닌데 제 생일이었던 10월 23일에 개장했지요. 아직 손봐야 할 부분이 많이 있지만, 차근차근 발전시켜 나가면 더 쓸모있고 좋은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3. 필통 자문위원

아직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해 스스로를 자문위원으로 쓰는 것이 많이 부끄러웠지만, 앞으로도 계속 관심과 애정을 갖고 참여하려는 의지를 보이려는 의도로 써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희망가게가 지역 식품/특산품 대안 유통 활동이라면, 필통은 청소년 온라인 학습 생태계를 표방하는 대안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대안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현재 갖고 있는 첫번째 직업에서 은퇴하고 나면 두번째 직업으로 대안 교육과 학습을 삼고 있기도 하지요.

여름에 이 서비스를 쓰는 청소년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체계 혹은 체제(system)란 사람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고 돕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한 계기였지요.

제게는 무척 중요한 첫 자문회의에 참석하지 못해 많이 안타까웠지만, 앞으로는 따로 마련된 회의자리가 아니더라도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걸 적극 찾아 봐야겠어요. 지난 여름에 제게 많은 자극을 주었던 그 청소년들처럼요.

4. 게임 디자인 워크샵 진행자

게임 디자인 워크샵은 간단한 게임을 하며 게임 디자인(기획)에 대한 방법론과 체계를 고민하는 모임입니다. 이노베이션 게임 책에서 게임으로 말하고자 하는 본질과 핵심에 접근하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바로 그런 게임을 하여 게임 디자인에 다가가는 것이지요.

꼭 게임 기획자나 게임 관련된 사람에게만 유익한 건 아닙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본질을 함께 고민할 수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8차 게임 디자인 워크샵 때 찍은 사진

저는 진행자 중 한 명으로 두 차례 행사를 치뤘습니다. 행사는 비정기로 치뤄져서 제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께 언제 참석하시라고 안내를 드리지는 못하는군요. 하지만, 제 트위터미투데이에서 안내하기도 하고, 게임 디자인 워크샵 뉴스그룹에 가입하시면 전자우편으로 공지를 받아보실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아직 얘기할 수 없는 몇 가지가 더 있지만, 연말에 소개할까 합니다. 그리고, 틈틈히 “한날의 보금자리”에서 “한날이 함께하는 곳들” 공간에 더해나가며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p>


가을날 모기

어제 밤부터 줄곧 날 괴롭혀 온 모기를 잡았다. 검붉은 피가 나오는 걸 보니 날 잡아잡순 지 얼마 안 됐나보다. 갓 빨아들인 피를 소화 시키기도 전에 죽어가는 모기를 보니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벌레를 싫어한다. 갓 20대에 접어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그리마 외엔 망설이지 않고 벌레를 죽일 수 있었다. 이제는 대하는 것은 물론이요, 죽이는 것도 싫다. 벌레를 보며 느끼는 혐오감이 마음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라는 사실이 나를 가둔다.

모기를 죽일 때에도 마음이 편하진 않다. 요리조리 내 박수를 피하며 약올리다 힘겹게 잡고 나면 느끼는 짜릿함이 진할수록 마음이 개운치 않다. 가끔은 책을 볼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이쯤되면 꼴값을 떨이친다고 할 것 같다. 괜찮다. 내 꼴값은 많이 비싸니까.

몇 가지만 지켜준다면 난 참말로 모기를 죽이지 않을 수 있다. 무리한 조건도 아니다. 살갗이 연해서 더 간지러움 타는 곳 물지 말 것. 앵~ 소리 들리는 귀 근처에서 알짱대지 말고 바로 허벅지나 엉덩이 부위로 가서 용건만 간단히 마칠 것. 물론, 뇌염이나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을 남기고 떠나면 안 된다.

어쩐지 다소곳한 느낌이 드는 작은 봉우리를 남기어 단골집 표식을 남겨도 괜찮다. 과식해도 되고, 조금씩 여러 번 마셔도 된다. 단지, 귀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고, 오른쪽 엉덩이가 물린 걸 왼쪽 엉덩이가 모르게 콕 찌르고 갔으면 좋겠다. 그래, 조금 더 양보해서 가끔은 살갗이 연한 곳을 공략해도 괜찮다. 가끔은 별식을 하고 싶을테고, 하루 정도 불편한 건 참을 수 있다.

사람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살아왔으면서 이토록 수수한 협상이 맺어지지 않은 점은 실로 유감이다. 또한, 협상 불성립으로 오늘도 짝짝 박수치며 짧게나마 미안한 마음을 갖는 이 상황도 유감이다. 올해엔 지겹게 유감스러웠으니 이제 그만 활동을 멈춰주었으면 좋겠다. 이젠 가을이잖어어어. 쌀쌀하잖어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