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사랑니 다 뽑기

17시엔 말이다. 아래에 사랑니 둘은 완전히 옆으로 누워서, 위쪽 중 하나는 대각선으로 있고 다른 하나는 안쪽으로 숨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랑니 4개 모두 없다. 헝겊 뭉치를 양쪽으로 물고 마취가 서서히 풀려가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

대체로 한 개씩, 혹은 한 쪽 방향에 있는 위 아래 두 개씩 뽑는다고 한다. 그런데 옆으로 나서 뽑기 힘들다는 아래쪽 사랑니 두 개를 보니 두 번 시술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에 4개를 뽑는다고 말했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

마취 주사를 맞고 마취 효과가 돌 때까지 1시간이 지났다. 네 방향에 마취 주사를 놓으니 한참 걸리더라. 양쪽 턱이 얼얼해 감각이 무뎌지자 의사가 들어왔다.

서걱 서걱. 내가 고기 덩어리가 되어 썰리는 소리를 듣는 기분이었다. 마취가 되었으니 아프지 않았지만 소리 때문에 기분이 아주 나뻤다. 왼쪽 위 아래 잇몸이 썰린 뒤 위쪽부터 이를 빼기 시작했다. 이에서 시작해서 머리 뼈를 타고 소리가 머리로 직접 전해지더라. 참 나쁜 경험이다.

얼굴을 덮은 헝겊이 답답했다. 헝겊에 있는 코 구멍에 코가 들어갔지만 틈이 있어 그 사이로 얼굴 위에서 왔다 갔다 다니는 의사 손을 봤다. 간호사? 보조사? 아무튼 의사 건너편에서 흡입기 등으로 보조하는 여성 얼굴도 가끔씩 보였다. 입마개 때문에 눈과 이마만 보였는데 진지하게 맑은 눈이 예뻤다. 그래서 머리로 직접 전달돼 들리는 드르륵 특특 소리를 간간히 보이는 그 여성 눈과 이마 보는 것으로 견뎠다.

왼쪽은 그럭 저럭 무난히 뽑았다. 뽑히지 않아 한참 깨고 당기고 밀더니, 갑자기 하다 말고 실로 꼬맸다. 어느 새 뽑혔나보다. 마취가 덜 됐는지 왼쪽 위에 있는 사랑니를 뽑을 때 아래쪽 어금니가 찌르르 아팠고 그래서 볼을 뚫어버릴 기세로 밀고 들어오는 마취 주사를 두어방 더 맞긴 했지만 어쨌건 무난히 뽑았다. 솔직해지자면, 왼쪽 발치가 끝났을 때 힘들고 괴로웠다. 그래도 견딜만 했다. 하지만 오른쪽 발치를 하고 났을 때 왼쪽은 정말 무난하게 뽑았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왼쪽 위에 있는 사랑니가 X-Ray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뒤쪽으로 숨어 있어 뽑기 힘들다고 의사는 말했지만, 오른쪽 발치와 비교하면 정말 무난했다. -_-...

실로 벌어진 잇몸을 꿰맨 뒤 오른쪽 발치를 시작했다. 의사가 내 오른쪽에 있었기 때문에 시술 도구가 입술을 짓눌렀다. 시작부터 까다로운 아픔이 시작 됐다. 장사를 한다면 정육점은 하기 힘들 거라는 확신을 들게 하는 서걱 서걱 소리를 다시 듣고 위쪽 이부터 건들기 시작했다. 한참 고생하더라. 시술 도구에 입술 짓눌리고 의사 팔 힘에 고개를 좌우로 휘둘리며 생각했다.

'이제 그만 좀 나오지?'

한 30번쯤 속으로 투덜거리자 아래쪽 사랑니에 시술 도구 앞이 닿았다. 와. 정말 내가 미안할 정도로 깨지지도 않고 뽑히지도 않았다. 정말 오래 걸렸다. 17시 15분 경 맞은 마취 주사와 18시 경에 먹은 진통제 효과가 중간에 깨버릴 정도로 오래 걸렸고 아펐다. 아래쪽 사랑니를 빼는 도중 마취 주사를 7방이나 맞았다. 4번째 마취 주사 바늘은 분명 오른쪽 뺨을 뚫고 나왔을 거라 확신할만큼 아팠는데 발치 후 거울을 보니 아물어가는 여드름 자국만 눈에 보였다.

이제 그만 제발 좀 나와!!!
,라고 70번쯤 속에서 외치자 바늘로 꿰맸다. 드디어 끝났구나! 싶었는데 윗쪽을 건들기 시작했다. 아까 너무 뽑히지 않아 순서를 바꿨나보다. 끝났다는 기쁨이 절망으로 바뀌었고, 그 간격이 위쪽 사랑니 뽑는 아픔에 더해져 위쪽 사랑니 뽑을 때 정말 힘들었다. 아펐다!.

오른쪽 위에 있는 사랑니는 바른 방향으로 나있었다. 그래서 쉽게 뽑힐 줄 알았는데 바로 옆 어금니 밑으로 기대듯 기어 들어가 있었다. 한참 깨고 당기고 밀더라. 갈고리로 돼지 한 마리를 억지로 질질 끌어 당기고 밀듯이 의사는 자신의 몸무게를 예리하고 갸날픈 시술 기구에 실어 밀고 당겼다. 와, 정말 아펐다. 밀고 당기는 중 마취가 서서히 깨서 마취 주사 4방을 더 맞았다. 의사를 보조하던 여성이 말했다.

“이제 다 끝났어요. 고생하셨어요”

근데 의사는 한 10분간 더 낑낑거렸다. 희망을 주려고 '거의'라는 낱말을 빼고 다 끝났다고 말을 했나본데 그 말이 내게 어리석게도 기쁨과 희망을 주었다. 다 끝났다는 말에 안도하고 있는데, 나를 안심시키듯 콧노래 부르는 의사의 즉석 작곡한 노래 소리와 발치 도구 소리가 10분간 나를 지옥에 빠뜨렸다.

어쨌건 시간은 흘러서 발치는 끝났다. 네 방향 중 가장 아프게 실로 잇몸을 꿰맸다. 시계를 보니 20시였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예정이었던 시술은 3시간 만에 끝났다. 밖에 간호사? 간호보조사? 아무튼, 의사를 돕는 여성의 대학 친구가 치과에 놀러 왔나보다. 시술을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의사와 인사를 나눈 그 대학 친구에게 3시간 동안 내 입속을 흡입기 등으로 의사를 보조하던 여성이 말한다.

“저 환자분. 사랑니 네 개를 한 번에 다 뺐어”

“화아. 정말?”

3시간에 작은 위안을 얻었다.

오후 8시를 갓 넘은 역삼동과 삼성동 차길은 정말 무지하게 막혔다. 아직 종합 운동장 부근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2~3시간 전에 맞은 마취 주사 효과가 떨어지려 했다. 서둘러 진통제 한 알을 꺼냈다. 물을 마실 수 없지만 마실 물도 없었다. 움뻑 움뻑 스며 나오는 피, 그리고 그 피를 소화 시키려는 침을 입 안에 모은 뒤 진통제와 함께 한 번에 삼켰다. 버겁게 식도를 타고 내려가던 진통제 한 알은 명치 조금 위쪽에 멈춰서 날 신경 쓰이게 하더니 어느 새 내려 갔다.

이 글을 쓰는 약 40분 사이에 마취 효과가 거의 풀렸다. 얼굴 양쪽 전체가 욱씬거리기 시작한다. 진통제 효과는 아마도 2시간 뒤에 풀릴 것이다. 아직 저녁 식사도 못한 상태에서 슬슬 날 위협하는 살을 째는 아픔이 무섭다.

아마 주말 내내 고생할 것이다. 밤엔 더 고생할 것이다. 아직 손가락을 놀릴 수 있는 이때 재빨리 생존 보고서, 그리고 사랑니 네 개를 한 번에 뽑는 건 권할 만 하지 못하다는 체험담을 남겨본다.

근데...
얼굴 살이 부족해 늘 아쉬워 했는데, 사랑니 뽑는 시술로 얼굴 양쪽이 다 부어 얼굴 선과 분위기가 제법 예쁘다. 오훗훗. 지금같은 얼굴, 마음에 드는데?

그럼... 이만. -_-;

덧쓰기 : 아우... 아픔이 시작 됐다!!!!!!!!!!ㄱ지ㅏㅇ이비ㅏㅏ

덧쓰기 : 어젠 살짝 붓더니 오늘은 심각하게 부었다. 불독 같다.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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