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과 일이 닮은 점

좌변기에 앉아 똥을 밀어냈다. 적잖은 똥이 오와 열을 맞춰 흐트러짐 없이 가지런히 밀려 나갔다. 끊김없이 나가는 느낌을 되집어 보건데 2000원 어치만큼 순대만 길게 뽑아낸 듯 하다. 매끄럽게 나간 걸 보면 기름진 똥인가보다. 그래도 이 정도 양이면 만만치 않겠구나 싶어서 휴지를 넉넉하게 뜯었다.

슥- 닦고 휴지가 거둔 성과를 눈으로 확인했다. 어라? 성과가 거의 없었다. 뭔가 싶어 휴지를 반으로 접고 다시 슥- 닦았는데 이번에는 더 성과가 없었다. 양은 많았지만 깔끔한 일처리를 한 탓에 뒷정리 할 것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일도 이와 같다. 처리한 일이 산더미 같이 많다고 하더라도 일처리만 제대로 했다면 뒷정리 할 것은 거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적은 일을 했더라도 일처리가 깔끔하지 못하면 구질 구질할 만큼 뒷정리 할 게 많다. 가끔 힘 조절을 잘못해서 똥꼬를 닦는 휴지를 손가락으로 뚫으면 똥꼬에 땀이 절로 맺히는 참사가 벌어진다. 마찬가지로 일 뒷정리를 잘못하면 마무리한 일보다 뒷정리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뒷정리. 말 그대로 앞서 한 일을 후에 정리하는 것이다. 평소 얼마만큼 열심히 일을 잘 처리했는지는 뒷정리에 들이는 노력 정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뒷정리를 하느라 고생한 나를 반성해보며 똥도 일도 평소에 잘 처리하여 뒷정리 하느라 고생하지 않기로, 다 된 줄 알았던 뒷정리를 다시 달려들어 뒷정리를 하지 않기로(마치 똥 덜 닦아서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 닦아내듯이) 굳게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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