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증명해보세요.

가끔 심각하게 푹 빠져서 이런 고민을 합니다.

내가 나라는 걸 어떻게 내게 증명하지?

제가 제게 저라는 걸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을 하고 있다는 상황 자체가 증거가 될 수 있을까요? 근데 어쩔까요. 저라는 존재를 증명하지 못했는데 그 존재에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사유(思惟)체는 사유체 자신을 사유할 수 없습니다. 즉, 생각을 하고 있는 당신 속 무언가는 그 자신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없습니다. 뭐랄까요. 스스로 생겨나 존재하는 자에게 근본을 묻는 것 같다고 할까요?

조금 다르게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온 누리에 아무도 없고 오직 나만 있습니다. 나는 존재하는 걸까요? 존재하겠죠. 방금 전제에서 “나만 있다”는 말 자체가 존재를 뜻하니까요. 그럼 “내가 존재한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제가 전제를 그렇게 했으니 그것이 근거가 된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제가 그 전제를 부정한다고 해서 지금 엄연히 살아서 제 질문에 고민하고 있을 당신 존재까지 부정될 이유는 없습니다.

이 질문을 한 의도와 목적은 “나”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서 내 존재를 증명받지 말고, 스스로 자신을 증명하자는 겁니다.

“나”란 무엇입니까. “나”를 생각하는 “나”입니까? 그렇다면 “나”란 생각이라는 행위를 하는 “머리”인가요? 그게 맞다면, 두뇌가 죽지않게 영양을 공급하고는 머리를 제외한 온 몸을 자른 머리 덩어리도 “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도 조금 다르게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당신을 완벽하게 담은 책이 여기에 있습니다. 책은 글자를 담은 묶음인데, 글자는 사람들의 생각을 가리키는 기호일 뿐입니다. 기호는 그 대상을 재현하는 데 목적이 있죠. 재현은 원본이 아니라 원본을 흉내내는 것이며, 흉내란 그 원본이 아니므로 가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아무리 나를 완벽하게 담는다고 해도 책은 “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괴물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어처구니 없게도 글자로 “나”를 완벽하게 책에 담아내는 데 성공한 겁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이며, 나란 존재는 이 책을 대하며 느껴지는 감각(만져짐, 냄새, 보임 등)으로 증명할 수 있는 걸까요. 혹은, 이 책을 읽고 나를 재현해내는 다른 사람이 나를 증명하는 근거, 즉 증인이 되는 걸까요?

호소하듯 감성으로 “나”를 말하지 말고, 당신을 증명해보세요. 살아 숨쉰다고 내가 “나”가 아니며, 내가 “나”라고 아무리 외쳐도 증명되지 않습니다. 내가 “나”라고 믿는다면 왜 그런 것이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대체 무엇입니까. 당신을 증명해보세요. 내게, 즉, 자신에게 “나”를 증명한다면 다른 이에게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요? 전 아직 증명하지 못해서 슬쩍 질문 던져보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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