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열렸습니다.

자정을 갓 넘겼을 때 밖에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구름은 달빛 길 터주며 병풍처럼 흩어져있고, 달빛은 제 날을 알아보기라도 한 듯 설날에 맞게 나아갈 길 훤히 비춰주며, 별은 총총 막혀 길 잃지 않게 하늘 지도를 그려 놓았습니다. 그동안 많은 혼란과 어려움에 길을 찾지 못해 헤매고, 슬슬 지쳐 한숨을 내쉬고 있는 요즘, 저 하늘은 마치 제게 어디로 가야할 지 안내를 해주는 길라잡이 같습니다.

과거에 방황하며 헤매이다 스스로 삶을 마치려 남에게 폐끼치지 않을 괜찮은 장소를 찾던 적이 있습니다. 힘에 겨워 잘못된 생각을 가졌는데, 그 생각을 이겨내는 건 더 힘에 겨웠습니다. 주위에 힘을 보태줄 사람이 있었는데도 혼자 지고 가려해서 더 힘들었습니다.

상식과 비상식이 자리를 바꾸고, 새로 개척하고 있는 길 아래엔 어떤 쇠로도 깨뜨릴 수 없을 것 같은 큰 바윗돌이 묻혀있어 땅을 고르다 그만 손목을 삐어, 한동안 많이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좋은 분들을 뵈어 소중한 말씀을 들었고 긴 혼란과 방황을 빠르게, 하지만 서둘지 않고 차근 차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정체성에 대한 방황. 심장을 꿰뚫어 나를 죽일 것만 같던 그 가시는 저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심장 속에 고인 파랗게 죽어있던 피를 빼내고, 손끝, 발끝에 내몰려있던 제 몸에 맞는 붉은 피를 찾아 심장으로 끌어온 계기였습니다.

새해가 열렸습니다. 그간 저 자신을 찾지 못했기에, 지금 살고 있고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나 자신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았기에, 제 자신을 찾아 들숨과 날숨으로 시간 사이를 사는 이 순간이 참으로 새롭습니다. 마침 설날 밤하늘도 길을 밝혀주네요.

올해엔 좋은 일 가득 이끌어내고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도 좋은 일 가득하고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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