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물 비판하기

예전엔 남이 만든 게임이나 웹 서비스를 비평하거나 비판하곤 했다. 대체로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느라 유사 서비스를 분석하고 나서 그 일부를 슬쩍 써먹는 식이었다. 이 말은 내가 비판하던 점들은 내가 기획하는 서비스에서는 해소한 점이었다. 그래야 말 앞뒤가 맞기도 하다.

요즘엔 되도록 비평이나 비판을 하지 않는다. 경력이 쌓여서 아는 사람도 많아져서 인맥 관리하느라 그러는 건 아니다. 비평이나 비판은 칭찬하는 것 못지 않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뭘 알아야 깔 수 있는 것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제대로 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추측만으로 비판을 가하면 설득력을 싣기 어렵다. 한 마디로 사기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비판을 잘 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내가 꼬집어내는 문제는 그 결과물을 만들어낸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비판이나 비평을 하는 이유가 잘난 척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면, 굳이 나도 알고 그들도 아는 걸 꼬집어내서 불필요한 소모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도움을 주고자 비판을 한 것이라도 그 비판을 받는 이는 마음이 편치 않다. 그가 소인배이거나 고집쟁이라서 그럴수도 있지만, 문제를 알고도 고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속상해 할 수 있기도 한 것이다.

물론, 만든이가 문제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엔 비판을 해봐야 나나 그들이나 별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해봤자 득을 보기 보다는 괜한 오해를 사는 식으로 손해보기 쉽상이다.

가끔 진심으로 비판을 듣고자 하는 이도 있다. 그럴 때도 비판을 하는 건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이미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으며 어떤 비판을 들을 지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알고 있고 예상하는 바를 내 입으로 확인시켜 주는 정도로 말을 마치려고 한다.

말은 청산유수 같은데, 다소 꺼칠한 성격 탓에 남이 듣기엔 충분히 가시 돋힌 비판으로 들릴 수 있다. 내딴엔 가리고 가려서 비판하는 느낌나지 않게 말을 하는데 냉정하게 비판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아, 그럼 비판을 적극 지지하던 시절에 내가 하던 비판은 대체 어느 정도 수위였을까.

애정 어린 비판. 이젠 그런 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비판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뜻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확신을 하진 못하기에 비판을 하나 하나 줄여가고 있다. 우선 남이 만든 결과물을 비판하지 않는 것부터. 다름을 비판하지 않는 것도. 틀림을 비판하지 않는 것...은 아직 못하겠다. 아휴, 이놈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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