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와 하수도

평소에 우리는 길 아래 하수도에 있는 오물을 대할 일은 별로 없지만 홍수가 나면 하수도에 잠겨 있어 보이지 않던 온갖 오물이 저절로 흘러 나온다. 하수도를 상수도로 바꾸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비록 내가 그 길을 사랑할지라도 슬프고 씁쓸한 마음을 안고 유독 오물이 많이 나오는 하수도를 기억한다. 앞으로 마주치지 않길 바라며.

그래서 나는 의뭉한 꼴통이 싫다. 홍수가 나면 신나서 방방뛰며 정체를 드러내니까. 차라리 홍수가 나기 전에 정체를 드러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