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을 맞이하며

딱.
일 년 전 이때가 기억납니다. 전화요금, 인터넷 요금, 전기 요금과 도시가스 요금은 각각 두 달씩 밀려 협박성 고지서를 받은 상태였는데, 통장 잔고는 정말 깔끔하게도 0원이 있었습니다.

휴면 계좌 몇 개에 흩어져있던 몇 천 원 몇 백 원을 합산해보니 얼추 일 만원쯤 됐습니다. 다음 날인 31일 날이 밝자마자 은행으로 달려가서 그 돈을 한 계좌로 모았습니다. 그리고, 혹여나 자동이체로 그 돈이 빠져나갈까 두려워 서둘러 현금 일 만원을 꺼냈습니다. 그 돈으로 동네 통닭집에서 포장 주문하면 9,500원인 통닭 한 마리를 샀습니다. 서랍과 주머니를 뒤져 모은 동전으로 맥주도 살 수 있었고요. 저는 통닭 한 마리, 덤으로 받은 작은 펩시 콜라, 맥스 맥주와 함께 2011년 1월 1일을 맞이했었습니다.

그때로부터 일 년이 지난 2011년 12월 31일에 저는 25,000원짜리 매운족발을 사다 맥주 한 잔과 함께 먹었습니다.

어떻게 그 시기를 버텨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늘 가난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가난하다고 해서 불편을 겪지 않는다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 시기는 힘들고 불편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다짐을 했었지요.

어쨌든 저는 죽지 않고 살아있고, 지금 저는 여기에 있고 여러분은 거기에 계십니다. 그리고, 우린 서로 연결되어 사랑하고 보듬어주고 이끌어주고 밀어주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아니, 이 현실 공간에서 제 시간과 여러분의 시간 사이를 함께 채워나가는 이 순간이 감격스럽습니다.

2012라는 숫자는 어색하지만, 분명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지난 해보다 더 나을 것이기에, 여러분은 그곳에서 저는 이곳에서 함께 할 것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2012년을 맞이해봅니다.

여러분, 대박 많이 지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