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세우기 (2편), 결성

좋은 사람을 구하기는 정말 너무 어렵고 힘들다. 좋은 팀은 돈을 만들 수 있지만, 돈이 있다고 해서 좋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팀을 결성하는 목적은 생각(idea)를 실행해낼 힘, 즉 실행력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팀이라는 조직체가 실행력을 갉아먹는다.

1. 그때 이야기

자원 고갈 임박

2009년 12월.

한국 트위터 이용자들의 첫 대규모 오프라인 축제인 트위터 파티가 2009년 9월에 열렸고, 후속 행사가 12월에 열렸다. 난 트위터 파티 1회에 이어 2회에서도 운영진으로 참여했다.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창업을 선언한 지 3달쯤 된 그 시점까지 뚜렷히 눈에 보이는 뭔가가 없던 나는 아는 사람을 만나 인사 나누는 게 불편했다. 그래서, 정신없이 바쁜 듯 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행사를 챙기는 척 했다.

차츰 사람을 만나러 나가는 횟수가 줄었다. 창업 선언 직후 받은 여러 사람의 관심도 진작 사라졌다. 통장엔 3달 남짓 지낼 수 있는 돈이 남았고, 합류를 제안할 사람이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손에 꼽을만큼 추운 12월이었다. 팀 결성은 잠시 미루고 혼자 움직일 계획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해커를 만나다

Spikeekips라는 필명 또는 활동명을 쓰는 그는 리눅스(Linux)와 파이썬(Python), 그리고 장고(쟁고, django)를 좋아하는 해커이다. 난 2008년에 파이썬과 장고(쟁고, django)라는 프로그래밍 관련 기술에 대해 한국어 강좌를 블로그에 연재했는데, 당시 한국 사용자도 많지 않았고 한국어로 된 자료가 많지 않았다. 비록 강좌 수준은 낮았지만, 초보자가 초보자인 자신의 눈높이로 강좌를 연재하는 것이 파이썬이나 장고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Spikeekips 역시 내 온라인 강좌를 계기로 나를 알게 되었고, 얼마 후 우연히 만나 인연을 텄다1. Spikeekips는 내가 게임 업계 출신인데다 프로그래머가 아닌 기획자여서 흥미롭게 생각했던 것 같다. 게임 기획자가 웹 프로그래밍 강좌를 쓴 것이 인연이 된 것이다.

Python과 Django

그와 내가 합이 아주 잘 맞는 편은 아니었다. 활동해온 세계도 달랐고 성향도 달랐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경청하는 자세 덕에 간간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날2, Spikeekips가 그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했다는 걸 들었다. 무어라 위로하기 어려웠다. 그가 다니던 회사의 사람들과도 친분이 있기도 했지만, Spikeekips 역시 마음이 무척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다.

외주는 취소되었고 번역은 포기했으며, 숱하게 거절 당해서 몸도 마음도 통장 잔고도 빈약해진 2009년 12월 10일. 메신저(Instant Messenger)에 잘 접속하지 않던 난 오랜만에 메신저에 접속했고, 그날따라 Spikeekips가 목록에서 눈에 들어왔다. 다소 겉도는 이야기를 나누다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며 며칠 후로 약속을 잡았다. 2009년 12월 15일, Spieekips는 내 합류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우회화법을 즐겨쓴다. 나는 다소 눈치 없다. 그는 생각을 해보겠다는 말로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나는 곧이곧대로 듣고선 며칠 뒤에 그를 다시 만났고, 그날, 그러니까 2009년 12월 23일 이후로 지금까지(2013년 7월 기준)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사업담당자를 만나다

Spikeekips와 담판을 짓기 하루 전인 2009년 12월 22일, 역삼동 GFC 건물 1층 커피빈.

설레면서도 긴장했다. T를3 엔젤투자자로 소개받았는데, 그는 게임업계에서도 다양한 사업 담당으로 많은 경험을 했으며 최근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엔젤투자도 받고 내가 많이 취약한 사업쪽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두루뭉술하고 막연한 사업 계획을 들은 그는 내게 호의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함께 일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못 들었지만, 수락할 의사를 다른 사람에게서 본 것만으로도 난 이미 들떠있었다.

이미 마음 속으로는 합류 결정을 한 상태에서 Spikeekips에게 T를 소개시켜 주었다. Spikeekips는 T를 반갑게 맞이했지만, 내가 왜 T를 팀에 합류시키려는지 알 수 없어했다. 나 역시 T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T가 투자가 아닌 팀 자체에 합류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투자를 받지 못 해 실망스러웠지만, T가 가진 능력과 경험, 인맥을 Spikeekips의 개발력에 더하면 투자는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미 엔젤투자 소개를 받거나 제안을 진행하던 터라 더 그렇게 생각했다.

내 성격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내성형이며, 더욱이 투자나 사업 계획, 영업, 마케팅, 재무, 회계 등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어 두려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하기 싫었다. 맡아야 한다면 맡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다면 맡겨서 피하고 싶었다. T는 그런 내게 아주 필요한 사람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믿었다.

T와 이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T에게 가장 기대했던 건 T가 우리를 투자하는 것이었지만, T는 T를 소개해준 사람과 내가 몰랐던 사정으로 직접 투자할 여력이 안 됐었다. T는 투자유치를 위해 여러 자리를 만들어냈지만 내 준비가 충분지 않았다. 가장 큰 갈등은 내가 기대하는 실행력과 T가 생각하는 실행력이 서로 다른 데에서 발생했다. 난 T가 우리 일에 집중하지 못하며 스타트업이 보여야 할 실행력을 갖추지 못 했다고 생각했고, T는 내가 이리저리 휘둘리며 서두른다고 했다.

사업 아이템 창출도, 투자유치도, 정부정책자금 신청도,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신청도 모조리 탈락했다. 뭘 해도 안 됐고, 속도도 느렸다. 다른 건 외부 요소라 쳐도, 낮은 실행력은 오롯이 우리 내부 문제였다. 다른 건 몰라도 실행력만큼은 올려야했다. 거듭된 고민, 그리고 Spikeekips와 이야기 끝에 결정을 내렸다. 기술을 지향하는 사업에 T가 참여하고 기여할 일이 점점 사라졌고, 그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그는 우리의 실행력을 떨어뜨린다고 판단했고, 역삼동 진선여고 근처에 있는 한 까페4 2층에서 우리는 T와 결별했다. 그가 합류한 지 약 넉 달만이었다.

(3편에서 계속...)

2. 돌이켜보기

혼자 혹은 팀

난 팀을 결성하기 무척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시간을 많이 쓴 것보다는 준비를 부족하게 한 채 단순히 많은 사람을 만나서 힘들고 어려웠다. 만일, 그 시기로 되돌아간다면 나 혼자 뭐라도 실행하면서 그 실행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고 더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을 틈틈히 찾아다닐 것이다.

혼자 창업하는 것이 불리하거나 안좋은 게 아니다. 혼자하든 팀을 결성하든 힘든 건 마찬가지다. 혼자하면 혼자이기 때문에 힘들고, 여럿이면 서로 동기화하느라 힘들다. 이러나 저러나 스타트업은 대부분의 경우 힘들고 어렵고 배고프다. 어차피 힘드므로, 혼자인지 팀인지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자신의 상황과 계획에 맞춰야 한다. 즉, 실행력을 내는 데 필요한 형태와 방식을 정해야 한다.

잘 알려진 떡볶이 프랜차이즈, 국대떡볶이의 김상현 대표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만들려고 프랜차이즈를 잘 아는 팀을 결성한 게 아니다. 그는 혼자서 노점에서 떡볶이를 만들어 파는 일부터 했다5. 만약, 팀을 결성하는 일 자체가 창업자(founder) 자신의 실행력을 떨어뜨린다면, 과감히 이 일을 미루고 실행력을 높이는 일에 더 힘을 쏟는 것이 낫다고 본다.

하지만.

그래도 혼자서 하는 것과 팀으로 하는 것을 비교하면, 팀으로 하는 것이 훨씬 많이 낫다.

(이 내용은 바로 이전 편에 쓴 내용이기도 하다. 심지어 국대떡볶이 사례를 든 것조차 같다. 그런데도 또 쓴 이유는, 지난 편을 쓴 지 약 9개월이나 지나는 동안 많은 사람이 “혼자 혹은 팀”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때문에, 강조하기 위해 썼다.)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

팀을 결성할 때, 절대로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대신 할 사람을 뽑지 않아야 한다. T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내가 창업을 했던 단계에서는 서로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진 않았다. 나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대신 해줄 사람으로서 그를 합류시키려 한 것이다.

창업자(founder)가 공동 창업자(co-founder), 그리고 초기팀에 합류할 사람을 영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이들과 팀을 결성하는 것은 단순히 사람이 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회사가 앞으로 만들어질 모습은 초기팀에 누가 들어와 앉아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이들의 합류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이다. 부적합한 사람이 합류하면 그 팀의 능력치는 0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물론, 정말 적합한 사람으로 팀이 구성됐다면, 그 팀의 능력치는 겉으로 보이는 사람 수나 개개인의 능력의 총합보다 훨씬 클 것이다.

기획자, 마케터 무용론?

나는 IT쪽에 몸을 담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프로그래머나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초기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흔히 본다. 기획자나 마케터와 같이 개발할 것을 직접 구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팀의 실행력을 떨어뜨리거나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대체로 동의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그런 일 하는 사람초기 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지, 그런 역할이나 업무 자체가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다. 물론, Business model canvas6나 Lean canvas7과 같은 모델링 방법이나 도구를 쓰면, 그런 업무를 좀 더 쉽고 명확하게 처리하거나 간소화할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이런 업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획자나 마케터가 프로그래밍을 공부하여 실행력에 기여하는 것보다는, 프로그래머가 기획이나 마케팅을 공부하고 부딪혀가며 실행력에 기여하는 것이 아무래도 더 현실성 있다. 그래서, IT 분야에서 사업할 초기팀은 프로그래머나 엔지니어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는 편이 비용도 아끼고 실행력을 높이는 데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내가 앞서서 팀을 결성하는 게 어렵다면 혼자서라도 실행했을 거라고 말한 기저에는 난 기획자이지만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안다는 점이 깔려있다.

물론, 이는 소프트웨어와 같이 프로그래머나 엔지니어가 “실행”과 “구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업종에 해당하는 의견이다. 만약, 영업 조직이나 마케팅, 컨설팅 조직이라면 다른 조직 구조가 나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실행력을 내는 데 적합한 팀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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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년 여름에 갓 창업한 유저스토리랩에 놀러갔다가 그를 만났다. 난 아직 창업을 고민하지 않던 시기였다. 
  2. 2009년 가을이었으며, 여전히 난 창업을 고민하던 시기는 아니었다. 
  3. 실명의 두문자가 아니며, 그가 즐겨쓰는 ID의 두문자이다. 
  4. 당시엔 세븐몽키즈라는 까페였으며, 지금은 다른 곳으로 바뀌었다. 
  5. 스타트업, 돈 부터 벌어라 –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 인터뷰 
  6. 책,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Business Model Generation) 참조. 혹은 이그나이트 스파크의 최환진 대표님 참조. 
  7. 린스타트업 참조. 혹은, 마찬가지로 최환진 대표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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