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맞이하며

딱.
이 년 전 이때가 기억납니다. 죽을 둥 살 둥 위기 속에서도 기어코 2011년을 살아남았습니다. 그때보다 판이 좀 더 커졌을 뿐, 여전히 2012년과 2013년도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나날이었습니다. 어쨌든 죽지 않고 창업 후 만 3년을 버텨내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창업할 때쯤, 제 또래 여러 명이 창업을 했습니다. 그들은 늘 저보다 앞섰습니다. 누구의 표현대로 저는 C급이었고, 그들은 A급이고 S급이었습니다. 전 그들보다 늘 느렸고 평판도 낮았으며, 일도 더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창업했던 또래 창업가 중에는 코스닥에 입성한 이도 있고, 영향력 있는 사업체를 만들어 인수합병을 마쳐 창업부터 Exit까지 전 과정을 멋지게 해낸 이도 있고, 수십 수백억 원 매출을 거둔 이도 있습니다. 국외 여러 지역에서 사랑받는 제품을 만든 이도 있고, 팀에 약속한 많은 것을 실천한 이도 있습니다.

누가 봐도 저와 비교하면 A급이고 S급인 창업가 중에는 저만큼 혹은 저보다 더 힘든 여정을 걸은 이도 많습니다. 어떤 이는 업계를 떠났고, 정부와 금융권이 불신하는 처지가 된 이도 있습니다. 회사를 다른 이에게 넘기자 그 회사가 빠르게 자리 잡아 성장한 경우도 있고, 회사를 빼앗기고 쫓겨난 이도 있습니다. 좋은 의도로 해온 행위가 그렇게도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싶을 만큼 나쁜 의도로 해석되어 악인이 된 이도 있고, 나갈 사람 떠나보내고 또 열심히 사람 데려오며 살다 어느 날 정신 차려보니 자신을 빼고 전 임직원이 바뀌어 있었다며 쓸쓸하게 웃던 이도 있습니다.

만 3년을 생존하다 보니 제 사업과 남의 사업을 비교하며 주눅이 들거나 우쭐해 하지 않게 됐습니다. 한때는, 다른 이를 부러워하기도 했고, 투자 받고 나서 이유 없이 우쭐해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린 우리 길을 걷고 우리의 이야기(story)를 써나가면 그만이니까요.

내가 진짜 정말 원하는 건 뭘까, 나는 내가 원하는 길을 걷고 있나, 왜 나는 죽지 않고 살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삶을 누리며 무엇을 써나가고 있는가. 지난 2013년을 제 이야기를 찾는 시간으로, 그리고 우리가 쓸 이야기를 찾는 시간으로 보냈습니다. 찾았을까요? 일단 좀 더 살아보고 판단하려 합니다.

운 좋게 죽지 않고 살아남아 게임 만들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가능한 일입니다. 2014년에도 많이 도와주세요. 저도 제 강점인 적응력과 근성, 인내로 버텨내어 도와주신 분들께 보답하기를 바라봅니다. 모두 2014년엔 멋진 이야기 써나가시길.

마지막으로 모두 명랑하게, 바람처럼 자유롭게 길을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양방언의 Free as the wind를 담아봅니다.


2013년에 잘한 일, 좋은 일

2013년에 아쉬운 점

  • 2013년에 출시를 목표로 한 게임을 결국 출시하지 못했다.
  • 아내와 그리고 양가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다.
  • 우리의 고객을 아직 찾지 못 했다.
  • 내 직업 게임 개발을 나라와 사회로부터 부정 당했다.
  • 운동하며 배운 교훈을 삶과 일에 잘 녹여내지 못 했다.
    • 그냥 운동만 열심히 한 게 돼버렸다.
  •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 연재하는 글을 열심히 쓰지 않았다.

아내와 강아지랑 남산 팔각정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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