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장난이 아닌데?

내 피부의 질은 좋다. 잘 손질된 가죽같다.

오해 하지 말자. 피부의 질이 좋다는 것은 색상이나 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피부의 질이 좋다. 모대기업 전자제품의 광고 문구를 사용하자면 탱크 주의 제품이다.

딱히 뽀샤시하거나 티(점) 하나 없는 피부는 아니다. 피부 색은 전형적인 동양계이며, 점도 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아직도 심심치 않게 술집에서 신분증 검사를 받는 요인 중에 하나는 피부의 질에 있다.

내 피부는 앞서의 표현대로 잘 손질된 가죽같다. 가죽이 무엇인가. 질기다. 힘든 상황에서도 최대한 그 질을 유지한다. 몸에 뭔가 바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의약품도 잘 바르지 않는다. 하물며 화장품은 어떠할까. 바르지 않는다. 말인 즉, 피부 관리를 하지 않고 산다. 하지만 내 가죽데기는 여전히 그 품질을 유지하며 맨들 맨들함을 뽐낸다.

타인의 피부를 만져보지 않았었던 때, 다시 말하면 내 피부 외의 사람 피부를 만져볼 일이 없었을 때는 누구나 내 피부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 이런 저런 사람의 피부를 만져본 뒤로는 사람의 피부가 꼭 맨들 맨들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만짐으로서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들 수도 있기도 했다! -_-..; (최모씨의 아들 모송배군. 미안해. 네 이야기임을 부정하지 않을께. 그래도 네 이름을 직접 거론 안했으니 괜찬지?)

뜬금 없이 왠 피부 얘기.
출근을 할 때 안타까운 아가씨를 보았기 때문이다. 얼핏 거리를 두고 그 이쁘장한 아가씨를 봤을 때 난 감정단이 되어 감정을 시작했다.

"음. 피부 A. 머리결 B+. 두상 A-. 목은 목도리로 감정 불가. 손톱. 짧군. A!"

잠시 후 그녀는 버스에서 하차를 하기 위해 내 앞을 비비적거리며 지나갔다. 코를 통해 접수된 제보가 있었다.

"이것은 환상의 3cm 화장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화장 가스 방출!!!"

이쁜 아가씨를 쳐다볼 때 시력이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능력을 활용하여 (그 아가씨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아가씨의 얼굴 피부를 살펴보았다. 과연 피부 표면이 고르지 못한 것이 내 코의 제보가 허위 제보가 아님이 분명했다. 그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난 괜시리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나는 피부를 전혀 관리하지 않는다. 세수할 때 비누도 쓰지 않는다. 한여름에 축구 잔뜩 하고선 피곤한 나머지 씻는 것을 깜박 잊고 그냥 자는 경우도 있다. 피부에 자신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신경을 써야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돌보지 않아도 꿋꿋이 자라나는 약초처럼(잡초라고 비유하기엔 내 피부 질이 너무 좋으니까) 내 피부는 잘 버텨오고 있다.

뭐 딱히 주제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글이 쓴 게 아니라 그런지, 이쯤되니 더는 한국어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상한 한날식의 국어 나오기 전에 도망~!

p.s : 사실.. 쌀쌀한 날씨에도 여자들이 부러워하는 맨들 뽀송함을 유지하는 피부 자랑하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