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금통을 쓰지 않는 이유

나는 어릴 때부터 돈을 잘 모았다. 잘 모으고 크게 쓴다. 요즘 중딩이 1천만원 모았다는 책이 잘 팔리던데, 원래 용돈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나도 그 나이때 그 비슷한 용돈이었다면 1천만원 가까이 모았을 거다. 그정도로 돈을 잘 안쓰고 잘 모았다. 뭐, 덕분에 한참 클 나이에 사먹을 돈을 아껴서 키가 크다 말았지만.

나는 저금통은 이용하지 않고 대게 1리터짜리 우유 통을 대충 꾸며서 거기에 돈을 모으거나 책상 서랍에 쌓아(!!!!!!) 두며 돈을 모았다. 동전도 엄청 많았고 지폐도 1천원 짜리 위주로 있었다. 동전이 쌓여가면서 어머니의 지폐와 교환을 할 때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이 힘들 정도다.

어느 날은(초딩때였다) 욕심이 생기더라. 그래서 큰 저금통을 샀다. 여기에 동전을 가득 채우면 20만원은 너끈하겠지? 그런 나의 계획과 목표를 말씀드리자 어머니는 한 말씀 하셨다. 그 말씀 이후로 나는 저금통을 쓰지 않는다. 그 말씀 이후로 내가 하는 어떤 행위 하나가 사회에 어떤 영향이 가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 동전을 너무 모으면 사회에 유통되는 동전이 부족해져서 동전을 새로 만들어야 해. 문제는 10원짜리 동전을 만드는데 필요한 돈이 10원보다 크다는 거야. 저축도 중요하고 저축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들처럼 동전을 저금통에 모으기만 한다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그러니 동전이 너무 쌓일 때까지 모으지 말고 작은 저금통이나 지금처럼 우유팩에 모아서 자주 사회에 유통을 해. 」

아아. 어머니!
그 말씀 이후로 나는 저금통을 쓰지 않는다. 동전이 생기면 이 동전을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유용하게 쓴 적은 드물지만.
그 말씀 이후로 나는 내가 하는 행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상상하게 되었다.
내가 죽으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우리 가정은 슬픔에 빠지겠지?
우리 가정이 사회에 맞물려 있는 부분은 허술해지는거야.
아버지를 예로 들면 아버지는 인테리어 일을 하시니까
인테리어 업무가 원활하지 않을거야.
그럼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는 다른 이들도 문제가 발생하고...
그러면 중소규모 인테리어 업자들이 흔들리면
그들에게 하청하는 중대규모 업체가 난감할 것이고,
그 중대규모 업체를 관리하는 대기업들은 비용 산출이 커지겠지.
그러면 우리나라의 건축업은 한 발자국 이상 후퇴하는 거야.
그래. 내가 죽으면 우리나라 건축업은 한 발자국 이상 후퇴해.

이런 식으로. 물론 이것은 어머니의 가르침, 즉 나의 행동이 주변 더 나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과는 무관한 나의 몽상의 습성이긴 하다만. 후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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