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질은 대세이다

참으로 자극적인 글 제목이다. 반박이 만만치 않을 지 모르는 글을 쓸 것이고, 글에 힘을 싣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써본다.

갈무리 범벅인 블로그(쉽게 펌질 블로그라 하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매섭다. 그 여론은 블로그라 할 수 있고, 여론의 장은 메타 사이트인 올블로그와 블로그 코리아라고 할 수 있다.

공교로운 점은 최근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와 설치형 블로그(혹은 이글루스) 이용자간의 묘한 분위기와 맞물리는 펌질에 대한 비판이다. 네이버 블로그에 대한 비판이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런데 아무래도 네이버 블로그를 비롯한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 서비스 내에서 펌질은 왕성하게 일어나고, 게 중에서도 네이버 블로그가 유독 눈에 띄는 상황이니 참 공교롭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겠냐고 묻고 싶은데 아니할 수가 없다. (뭔 말이래?)


깜짝 문제! '인기 글'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걸 굳이 '스크랩'이라며 스크랩을 은연 중에 권하는 표현을 쓰는 서비스 업체는 어딜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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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하류님의 펌글에 대한 옹호 글에 대해 나는 긍정이나 부정을 크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니, 않으려 하는 편이다. 펌질의 나쁜 면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분명하다면, 좋은 면 역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가 이 글을 채우려는 내 생각이고.

펌글의 나쁜 면은 크게 다음과 같다.

  1. 저작권 침해</p>
  2. 허위 정보의 무분별한 유포
  3. 비효율적으로 대량 재생산되는 정보(Contents)

물론, 더 많은 범주가 있겠지만 대체로 저렇다는 것이다. 저작권 침해야 당연한 얘기고, 허위 정보의 무분별한 유포는 대량 재생산되는 특성과 맞물려 여러 부작용을 낳는 문제이다. 내 개인적 추측이지만, 무지막지한 펌질에 분개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1번보다는 2번과 3번에 대한 부정적 생각 때문에 펌질 블로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1번은 자신도 어느 정도 해당하지만, 2번과 3번은 자신에게 직접적이거든.

투숙이 샀단다. 부러워라.
출처 : 마린블루스

그럼, 펌질이 해악만 있는 것인가 하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을 한다. 펌질의 가장 큰 장점은 여론 형성이다. 마린블루스나 강풀의 순정만화와 같은 문화 컨텐츠는 갬?정치, 정보/기술 컨텐츠 등과 같은 많은 부분에서 펌질의 혜택을 본 경우는 많다.

그것들은 애초 외부의 스크랩을 허용했다고? 그렇지 않다. 펌질로 뜬 컨텐츠들의 저작권을 보면 무단 배포시 출처 표기를 들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의 무단 배포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럼, 이름만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유명하니 굳이 출처를 표시하지 않아도 될까? 유명해진 것은 나중의 일이다.

즉, 여론 형성의 수단으로 무단 배포를 좌시(허용이 아니다)하였고, 공감대를 일으킨 컨텐츠들은 왕성하게 대량 재생산되어 의도를 만족시켜주었다. 이런 면은 펌질의 긍정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주장이 있는데 효과적인 의사 전달에 자신이 없을 경우, 자신과 같은 주장을 펼치는 이의 주장을 '펌질'하여 자신의 주장을 피력함과 동시에 해당 주장에 대한 친화 세력 여론 형성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여론 형성은 토론에서 한쪽으로 힘이 치우쳐지는 것을 방지하는 점에 있어서 대단히 긍정적인 효과이다. 이것은 펌질 고유의(?) 장점이자 특징이다.

물론,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진 정보나 허위 정보의 대량 재생산이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그러나 부작용은 펌질이 존재하지 않는 아름답고 명랑한 세상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소수의 정보 배포의 한계가 그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퍼뜨리기 위해 한강철교 위에 올라가 자살 소동을 피워야할지도 모를 것이다.

펌질을 극단적으로 막는 상황은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존재한다. 그 반대로, 펌질 자체도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존재한다. 중용의 미를 잘 조성하는 것은 네티즌의 몫이지만, 문화를 앞서버린 기술, 아니 기술보다 뒤처진 문화보다도 더 뒤처진 인의(人意)로 인해 펌질이 적절히 활용되고 있지 않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거나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다.

응? 반성하라니까,
소리바다 양씨 형제들.

펌질은 몇 년 전부터 급격하게 불어서 세상을 덮치고 있는 P2P(Peer to Peer)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미디어 컨텐츠의 재생산과 편리함과 강력함을 P2P 기술을 통해 경험한 사람들은 그 컨텐츠가 글이나 그림, 사진일지라도 펌질이라는 행위를 통해 그 구분을 두지 않는다. 이는 무분별한 무단 배포를 하는 이들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P2P 문화를 무책임할 정도로 이용해 먹은 1세대들의 잘못이다(반성하라, 소리바다 형제). 문제는 새로운 교류(Communication) 수단이자 문화인 P2P가 기존의(전통적인) 저작권 제도와 충돌하고 있는 와중에 급격히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펌질을 막을 순 없다. 막아서도 안된다. 나 역시 펌질에 분통을 터뜨리곤 하지만(내 글을 펌질해서라기 보다는 똑같은 기사가 이곳 저곳에서 제목만 바뀐 채 게재되어 반복해서 읽는데에 따른 분통), 펌질은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중계자(Server)를 통하는 세상은 가고, 생산자(Client)가 곧 중계자가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peer to peer). 이러한 세상이 오면 펌질은 더욱 왕성해질 것이다. 세상이 변하는데 분통 터진다고 흐름을 막거나 역행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기존의 수동적이고 제한적인 문화와 의사 교류 방식은(일명 Client, Server (C/S)) 개인화 성격이 아주 진해지는 개인들의 권리와 욕구를 맞춰줄 수 없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국가 체계가 중앙집권화될 수록 개인의 권리와 힘은 줄어드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사회주의의 패배 원인이겠지). 자유주의조차도 편향적이며 억압하고 제한적이라 평가받기에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힘을 실어주는 새로운 교류 문화인 Peer to Peer는 더욱 힘을 얻어가며 자리를 잡을 것이다. 사실 그것이 옳다고 나는 생각한다.

P2P에 대한 좋은 책이다.
번역은 별로라하니 원서를 보시라

중요한 것은 부작용이 드러나니 무작정 막을 것이 아니라, 올바른 펌질에 대한 인식의 확산과 교육 활동(김중태님의 좋은 활동/글. 본받을만한 사람이다)이다. P2P를 (기존의 전통적인) 저작권을 무시하는 무법 기술로 억누를 것이 아니라 기존의 낡은 산업과 문화, 가치관에 변화를 주어 P2P를 유익하고 올바르게 활용해야 한다.
펌질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보 생산자는 자신의 정보(Contents)가 변형 당하거나 인용 당하는 것이 두려워 가시를 드러내기보다는 컨텐츠 배포에 대한 허용 폭을 넓혀주고, 올바른 펌질 문화(펌질. 쓰면 쓸수록 참 정 안가는 단어다) 인식 확산에 대한 작은 노력을 더 해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그러한 노력과 관용(허용)의 대상은 개인뿐 아니라 펌질(혹은 P2P)이라면 무작정 막고 보려는 단체(기업)도 해당된다.

덧쓰기 : 위에서 언급한 P2P는 네트워크 기술의 하나로서 P2P임은 물론, 문화 그 자체를 지칭한다.

덧쓰기 : 소모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 글 제목에 대한 말을 추가하자면, 당연히 펌질의 대세가 올바른 것은 아니다. 그 본질이 대세라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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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딴소리
포털 업체들이 저작권에 민감한 것이 아니라 민감한 하는 거라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대량 재상산이다. 이용자들이 스스로 데이터베이스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에게 있어서 블로그나 까페는 '커뮤니티'이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컨텐츠'이다. 대외적으로는 커뮤니티로 분류하지만 말이다.
열심히 펌질하여 자신의 이름이나 존재를 여러 번 노출하는 이득을 1 얻을 때, 그 이용자가 속한 업체는 9의 이득을 본다. 남 좋은 일은 적당히 하고, 좀 더 효율적인 컨텐츠 재생산을 생각하자. 메타 사이트에서 제목만 다른 동일한 기사를 반복해서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