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Soft와 Hangame 이야기

엔씨소프트 이야기

게임 개발자가 사회에 져야할 도의적 책임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계기를 마련해준 게임.

리니지 1이 사회 문제를 야기시킬 정도로 점유율을 넓히고 있을 때다. 그러니까 한 해 예상 매출액이 1200억원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던 그때.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20대 여성이 몸을 팔았다는 소식이 들려오던 그때. 리니지 왕국을 건설한 엔씨는 리니지로 인해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운 좋게 대박을 터뜨린 엔씨는 현재 후속작에 고심을 하고 있지만 리니지만한 타이틀이 없는 상황이었고 웹젠의 뮤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얼마 후 엔씨소프트는 두 개의 커다란 인수를 발표한다. 리차드 개리엇 일당(?)을 400여억원에 영입하고, 아레나넷을 187억원에 인수한다. 아레나넷의 경우는 프로젝트 개발과 오픈 베타를 앞두고 이뤄진 추가 투자를 감안하면 거의 300여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차드 개리엇이 누구인가. 세계 3대 개발자로 알려져있으며 PC RPG의 아버지라고도 불리우며 최고의 RPG인 울티마의 창시자다. 몇 년전에 그가 설립한 회사 오리진에서 퇴사하고 엔씨에 들어갔다. 이 당시 엔씨가 듣던 소리는 국내에서 번 돈 해외에 다 '버린다'고 했다. 실제로 400여억원에 영입한다는 소식이 발표되고 잠시나마 엔씨의 주가는 꽤 떨어졌었다. 하지만 그것이 틀린 말이라는 것을 바로 보여주니, 바로 아레나넷 인수이다.

아레나넷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회사이다. 아레나넷은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로 유명한 블리자드에서 배틀넷 시스템을 구축하던 개발진들이 디아블로2 출시를 앞두고 블리자드에서 퇴사하여 창업한 회사이다. 언론에 소개되고 있는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의 핵심 개발자는 엄밀히 말해 틀린 말이고 배틀넷의 핵심 개발자이다. 이들이 아레나넷을 창업하고 길드워를 발표하지만 그다지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들은 초조해하지 않았다. 이들의 가치와 기술력은 대단했고 이들에게 투자를 하겠다는 이들이 조금 과장해서 줄을 섰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대만의 회사를 통해 아레나넷을 인수하려 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투자가 아쉬운 상황이 아니었고 당시 비공식적으로 전해들은 인수 금액은 수백억원이었기 때문에 나는 대만 회사의 아레나넷 인수를 포기했었다. (2002년도 이야기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대만 회사도 투자할 마음은 애초 없었던 걸로 생각된다.)

정말 재밌게 잘 만들어진 게임, 길드워

그렇게 콧대 높던 아레나넷이 187억원 규모로 엔씨소프트에 인수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소 당황했다. 규모도 규모거니와 인수한 회사가 엔씨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엔씨가 잘 나가도 어디까지나 국내에서나 잘 나갔기 때문에 이 콧대 높은 아레나넷은 아무리 엔씨가 돈을 많이 줘도 투자를 거절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엔씨가 아레나넷을 인수하는 과정에 개리엇 형제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비로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엔씨소프트가 그 비싼 돈을 주고 리차드 개리엇을 영입한 것은 기술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만 북미와 유럽에 이름을 알리고 신뢰를 얻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를 시장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으며, 엔씨 북미 지사에서 퍼블리슁 중인 여러 게임들도 재미를 보고 있다. 또한 곧 정식 서비스를 하는 길드워는 큰 관심 속에 성공이 어느 정도 눈에 보이고 있다. 비교적 부족해보이던 캐쥬얼 게임 포털(???????)인 게임팅도 msn 에 넘기는 과정에서 적절히 재미를 보았다. 그리고 리차드 개리엇이 참여한 타뷸라 라사 역시 곧 있으면 모습을 보이게 된다.

엔씨 소프트의 과감한 투자는 이렇게 빛을 보고 있다. 리니지 외에는 게임이 없어서 리니지의 열기가 식을 때쯤이면 엔씨도 붕괴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을 과감히 깨고 어마 어마한 타이틀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조금 부족하다 싶거나 게임은 훌륭해도 상업적 경쟁성이 부족하다 싶은 게임은 과감히 투자를 중단하여 여러 사람들의 원망을 샀었다. 예를 들면 에버퀘스트나 샤이닝 로어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 엔씨의 입장에서 보면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한게임 이야기

한게임은 정말 가난한 회사였다. 대형 MMORPG인 아크로드를 개발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고스톱같은 캐쥬얼 게임을 만들고 있던 작은 회사였다. 돈이 없어 고스톱같은 캐쥬얼 게임으로 유료화를 하고 싶은데 그나마 있던 이용자들 다 떨어져나갈까 겁이 나서 눈치만 보다 인터넷 게임 산업 협회(맞나?)를 통해 넷마블을 제외한 대부분의 캐쥬얼 게임 서비스 회사들이 담합하여 유료화를 단행한다. 그러고도 한동안 한게임은 돈이 없었던 걸로 알려져있다.

그런 회사가 돈은 많은데 차별화된 수익 모델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네이버와 전격 인수 합병되면서 반전을 꾀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말 그대로 정말 많이 컸다. 많이 큰 그들은 개발사보다는 퍼블리셔임을 자처하며 본격적으로 게임 포털을 구축해나간다. 그리고 넷마블과 치열한 전쟁을 시작한다.

방준혁 사장이 넷마블이 모회사인 플레너스를 역인수해버리고 얼마 뒤 CJ에 800여억원에 넷마블을 팔고 발을 쏙 빼고 얼마 뒤, NHN은 3년간(맞나?) 자체 개발해오던 주력 MMORPG인 아크로드를 발표한다. 내가 회사 인수 문제로 NHN의 J과장과 협의를 하던 때에 결정을 위해 잠시 기다려달라던 2002년도 가을, 이후 나는 그들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알고보니 그들은 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오던 3D MMORPG의 개발이 지지부진하여 죽을 쓰던 때여서 2D RPG를 개발하던 우리 회사는 아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말을 나는 타사의 제 3 자에게 들었고 그때부터 나는 NHN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이제 게임 포털들은 다 비슷해졌다! 다른 포털과 차별화를 가지려면 두 가지를 노려야하는데 첫 번째는 주력 대형 MMORPG이고 두 번째는 중국 진출이다!" 라는 말은 2002년 말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2003년도 봄에 나는 조그만 게임 포털 업체에서 게임 포털을 재구축하고 있었는데, 바닥에 엉덩이 깔고 앉아 사내들끼리 무릎 맞대고 수다를 떨때마다 나왔던 말이 저 말이었다. 그만큼 2003년도 봄과 여름은 게임 포털간의 경쟁이 극에 달해 유혈이 예고되던 때였다. 더욱이 네오위즈가 피망이라는 이름으로, 지식발전소(엠파스)는 게임나라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게임 시장에 뛰어든 때라 더욱 경쟁이 극에 달했던 때다. NHN과 넷마블은 자신들의 움직임이 최대한 밖에 노출되지 않게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대만이나 홍콩에 있는 회사를 통해 중국에 진출하려는 움직임 말이다.

아크로드

그리고 얼마 뒤 NHN은 중국의 한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아워게임과 함께 돈 좀 벌자는 계약을 체결하고 홍콩의 회사인 PCCS와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해 중국에 진출을 한다고도 발표한다. 넷마블은 중국의 시나닷컴과 손을 잡는다. 국내 게임 포털 시장의 과열 경쟁과 성장성 한계 위기감 고조, 그리고 중국 진출을 위한 대규모 투자 준비. 이러한 소식들은 2003년부터 NHN을 압박했을 것이고 경쟁사(주로 넷마블과 피망)에 대한 좋은 소식이 뜰 때마다 NHN의 주가가 소폭 하락하는 사태가 계속되었다. 결국 NHN은 조금 시기상조인 느낌이 없잖아 있게 아크로드를 2003년 말에 발표한다. 프로모션 동영상만 달랑 공개한 것을 보면 그들이 꽤 다급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크로드는 기존의 MMORPG와의 차별화된 점도 매우 부족했다.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2보다 뒤떨어지는 그래픽과 포스트 리니지 느낌이 팍팍 나는 게임 시스템은 아크로드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적어도 1년은 좀 더 개발에 집중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중간 과정인 1년은 다른 회사의 좋은 게임을 열심히 퍼블리슁하여 돈을 벌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들은 퍼블리셔로서 많은 게임을 퍼블리셔했다. 하지만 그들이 퍼블리슁한 게임치고 성공한 게임이 단 한개도 없다는 신기한 현상이 발생하는데 문제가 있다. 중소 게임 개발사들은 '한게임(NHN)은 CP(Contents Provider. 즉 게임 개발사)들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어째서일까.

잘 만들었지만
성공은 하지 못한 릴 온라인

한게임의 퍼블리슁은 다음과 같은 패턴을 보인다. 퍼블리슁이 결정되고 잠깐은 열심히 퍼블리셔로서 노력을 한다. 그런 뒤 평가한다. 한달에 1억원을 못벌면 슬슬 발을 떼고, 한달에 1억원 이상 벌면 협박을 한다는 것이다. "너 우리 회사에 먹힐래 아니면 게임 줄래?" 게임이 사활을 걸었던 중소 게임 개발사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회사를 넘기거나 퍼블리셔의 역할은 마케팅을 시작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가마 소프트社의 릴 온라인(R.Y.L online)이다. 게임은 분명 훌륭했고 잘 만들었지만 개판 게임 운영(운영은 한게임이 한다)으로 게임이 망했다는 것이 유저들의 일반적인 평이다.

물론 위 이야기는 업계 비화이다. 비화치고는 참으로 여러 회사의 사장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지만 어쨌건 내가 직접 겪은 것이 아니니 '절대적 사실과 진실'이라고 하지는 않도록 하자. 하지만 CP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퍼블리셔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은 CP들의 이야기가 아닌 한게임이 퍼블리슁한 게임들의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깡패같은 회사라고도 불리우는 넷마블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정리하며

이제 한게임은 중요한 기로에 섰다. 엔씨는 2001년에 리니지 외에는 게임이 없다며 위기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적절한 투자와 퍼블리슁(여기에는 적당한 타이밍의 발 빼기도 한 몫하지만)으로 위기를 극복하여 이제는 수확을 앞두고 있다. 한게임은 2001년의 엔씨와 같이 성장성 한계에 도달한 국내 게임 포털과 중국을 공략하기 위한 차별화된 주력 타이블 부족이라는 위기에 놓여있다.

엔씨가 과거에 택했던 결정은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 되어 가고 있다. CP들의 무덤이라는 별명을 얻은 한게임(NHN)의 선택이 옳았던 판단인지 이제 얼마 뒤에 가려질 것이다.

덧쓰기 : 특정 회사를 두둔하거나 비하할 목적은 없다. 도의적으로 봤을 때 엔씨건 한게임이건 어디건 좋은 소리 들을 수 있는 회사는 아무도 없다. 다만, 사업적으로 봤을 때 그들의 사업 정책의 옳고 그름은 사업의 성공과 실패로 판가름이 날 뿐이다.